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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된다

Inuit 2005. 2. 14. 23:02

Nicholas Kristoff &

중국이 미국된다..?

개인적으로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속물적인 제목이었지만,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결국 책장을 들쳐보게 되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이 책의 진가를 갉아 먹어도 한참 갉아 먹었다는 생각이다.

원제는 "Thunder from the East - Portrait of rising Asia"이다.
우리나라 서점가에서는 그리 주목받기 힘든 제목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책은 바로 원제처럼 '부상하는 아시아의 초상화'가 가장 적절한 제목인 것이다.

저자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와 셰릴 우던 부부는 뉴욕타임즈의 아시아 담당 저널리스트로 30년간 아시아에서 거주하며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축적한 방대한 지식으로 아시아의 집단 초상화를 그린다.
각 지역을 돌아다녔다 함은, 정말로 생명의 위협이 있는 곳까지를 마다 않고 다니며, 거물 뿐 아니라 일반 시골 주민이야기에까지 귀를 기울이며 발품을 팔았다는 뜻이다.
사실, 누군가가 아시아 전체를 개괄하는 글을 썼다고 하면 나부터도 코웃음을 칠 것이다.
첫째는, 내가 많이 알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러나 각각이 다 개성이 뚜렷하게 다른 점이 많아 한권으로 간단히 논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진짜로 아시아의 초상을 그렸다.
아시아인이라고 할 수 있는 나보다 더 해박한 지식으로, 멀뚱멀뚱 쳐다보는 서구인의 방관적 시각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삶을 같이 살아간 중립자로서 꽤나 정확히 그림을 그렸다.
저널리스트다운 냉철함과 객관성을 잃지 않으며, 개인의 스토리에서 시작하여 흥미를 늦추지 않은채로 전체를 조감하는 르포 기법으로 동북아, 동남아, 인도를 넘나들며 방대한 세계관을 펼친다.

사실 내가 얼마나 동북아 그리고 미국, 유럽만 바라보며 살았는지 절실히 깨달을만큼 흥미진진하고 해박하게 아시아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면서도 근거없는 낙관도 편견에 쌓인 비난도 하지 않는다.
다만, 추진력과 유연성이라는 아시아적 가치에 대해 일정부분의 장점을 믿어 아시아 주도의 세계를 조심스레 점칠 뿐이다.

그 결과로 중국이 지금의 미국의 위치에 갈 것이라 예견하는데(중국이 미국된다는 제목은 책의 말미에 가서야 정당화가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책은 중국에 대한 연구서가 절대 아니다. 또한 중국이 미국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생생한 이야기와 아시아적 가치가 담겨있는 아시아 개괄서이며, 우리가 늘 보며 느끼지 못했던 범 아시아의 공통된 특질에 대해 생각해볼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곱씹느라 오래 걸렸을 뿐, 책은 정말 잘 읽히고 재미가 있다.
흠을 굳이 찾으려면, 시각의 고착에 의해 사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며 몇가지를 따질 수 있으나, 이 책의 질을 생각하면 그럴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혹시 시간이 없으신 분은, 서점에서 저자가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한국인을 위해 지은 프롤로그만이라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 프롤로그만으로도 이책은 값어치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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