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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뇌

Inuit 2009. 1. 2. 16:25
저명한 인간 생태학자인 Eibl-Eibesfeldt는 말했습니다.
아마도 인간은, 포식자들에 대한 기본적 공포에 더해서 지적인 능력에 기초한 실존적 공포까지 지닌, 가장 공포에 찬 피조물이다.

Joseph LeDoux

(원제) The emotional brain


정서(emotion)의 진화적 특징을 동물 뇌 실험을 통해 밝혀온 르두의 책입니다. 다마지오의 인문학적 글쓰기가 아닌 전형적인 의학적 서술입니다. 따라서 다소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굳이 하나로 줄여 말하면 핵심은 이중기억 가설입니다.

즉, 기억은 두가지 경로가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는 해마가 담당하는 명시적 (explit)이고 선언적 (declarative)인 기억입니다. 다른 하나는 암묵적(implicit)인 기억이며 편도핵(amygdala)이 담당합니다.
해마 기억은 피질로 이어지는 신뇌적 기억입니다. 공간을 표상하고 추상을 저장합니다. 언어로 꺼내어 표출됩니다. 정서와 관련하면 정서 경험을 기억(memory of emotional experience)합니다.
반면, 편도핵 기억은 정서 기억(emotional memory)입니다. 정서 자체를 기억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인간의 보편적 특성인 유아기억상실도 설명 가능합니다. 우리에게 세살 이전은 희한할 정도로 기억이 안납니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장면은 유독 세세히 스냅샷 사진처럼 남아 있습니다. 이유는, 도마뱀의 뇌에 해당하는 편도핵보다 해마가 늦게 성숙하므로, 해마 발달 이전의 기억은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편도체가 담당하는 정서기억이 있어서 어떤 특정한 정서경험, 예컨대 길을 잃어 놀랐다거나, 부모에게 학대받은 기억 등은 정황은 모를지라도 평생 각인됩니다. 프로이트는 이를 잠재의식에 새겨진 상처로 표현했지요.

이중기억 가설을 따르면, 기억의 다른 특성도 설명력이 좋습니다. 정서가 곁들여진 기억이 증강되는 선택적 특성이나, 기억이 시간에 따라 왜곡되는 불완전성도 그러합니다. 심지어, 지나친 외상 (trauma)에 따라 선택적으로 기억상실이 일어나는 메커니즘까지 그렇습니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해마의 작용을 위축시켜 명시적 기억을 없앱니다. 반면 편도핵을 활성화하여 정서반응만 남기지요. 결과로 공포증(phobia), 외상후증후군(PTSD), 공황장애 (panic attacks) 등의 신경증상이 생깁니다.

정서는 진화의 핵심입니다. 정서습관은 인간행동의 병렬처리 (parallel processing)를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추론과 추상을 담당하는 고등 뇌 기능인 작업기억 (working memory)으로 인해 좀 더 통합적 사고를 하게 됩니다만, 그 의식의 근저에는 편도핵에서 피질로 주는 피드백이 있습니다.

결국, 제가 전달하고 싶은 중요한 사실은 이겁니다.
감정은 이성의 시녀인 하부 개념이 아닙니다.
감정은 오히려 이성의 주인입니다.
이 점에서 플라톤은 틀렸고, 데카르트도 틀렸습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해마가 위축되어 이성적 능력이 저하됩니다. 더더욱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감정을 소중히 다루시기 바랍니다.

다행인 점은, 감정은 그 하부구조인 신체의 표상이란 사실입니다. 감정은 의식으로 조절이 안되지만, 신체의 활동이 건전히 이뤄지면 적절한 감정으로 복원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즐겁게 이야기하고, 많이 웃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 스트레스도 날아가고 건전한 몸과 마음을 갖게 됩니다.

올해도 여러분 모두 평안하고, 그로 인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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