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은 그대로인데, 수명은 자꾸 늘고.. 나중에 은퇴 후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소위 말하는 제3시대(3rd age)에 대한 준비.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품어 봤을 마음속 질문입니다. 찰스 핸디는 포트폴리오 생활 (portfolio life)을 그 답으로 제시합니다.

Charles Handy

(원제) The elephant and the flea


말이 거창해 포트폴리오 인생입니다. 더 흔한 명칭은 프리랜서이고, 사업의 형태에 따라 개인사업자, 1인 기업, 자가 고용 (self employment) 등으로 불리우는 개인 사업을 저자는 벼룩으로 표현합니다. 그 대척점에는 코끼리로 상징하는 대기업이 있습니다.

결국 평생의 고용을 책임지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란 점에서 독립은 빠를수록 좋다는 견해를 표방합니다. 또한, 개인의 재능을 기업에 헐값에 팔기보다 스스로를 위해 온전히 사용하자는 이상론도 곁들입니다. 대개, 책 쓰는 법, 강연하는 법, 홀로 사업하는 법에 대해 책 쓰는 사람은 그걸로 돈벌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핸디 씨도 그런 부류지요. 저절로 들어오는 수입은 책쓰기이고, 강연과 교육으로 부정기적 수입을 갖는 포트폴리오 인생.

사실, 이 책 읽으면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일단은 자전적 내용이 과반입니다. 저자의 혜안이나 통찰을 배우고자 책장을 넘기는데, 제가 싫어하는 자서전이 이어집니다. 바빠서 시간 아깝다고 동동거리는 제가, 그 양반 아버지가 목사였던 사실에 관심 있을리 없습니다.
더우기, BBC 경제관련 컬럼을 진행하고, 런던 비즈니스 스쿨(LBS)의 경영학 코스를 개설(setup)한 사람인데, 그 프리랜서로서의 삶이 참 소박합니다. 궁핍하진 않더라도, 다소간 남루합니다.

책 중간중간에 드러나는 통찰을 보면 내공 약한 분은 분명 아닙니다. 톰 피터스의 Me Inc.나 피터 드러커의 자원봉사 경제, 앨빈 토플러의 프로슈머 경제에 대한 생각의 맹아가 정확히 예견되어 있습니다. 선후 관계를 따지지 않더라도, 책 나온 시점 고려하면 혜안이 있는 분입니다.

바로 그 부분입니다.
책의 진짜 미덕은 독립사업자로서의 삶을 조명함이 아닙니다. 인생의 의미입니다. 필요 이상 벌 필요를 버리고 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적절히 운동하고, 필요한 만큼 공부하고, 가족 그리고 커뮤니티와 상호작용하면서 행복하게 살 방법이 있음을 몸으로 실증한 핸디씨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책 첫머리의 제 의문도 해답을 얻습니다. 그의 삶에 대한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이해가 도움 됩니다. 필요한 만큼만 돈 벌기 때문에 소박하거나 남루합니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대기업의 대척점은 개인기업이 아닙니다. 소기업이지요. 기업의 탄생 자체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이란 혼자서 이루기 어려운 돌파를 팀 작업으로 하도록 설계된 지적 설계물입니다. 대기업이 되면 효과는 커지지만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지요. 다채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창의성을 살리기엔 소규모가 적합하지만, 1인 기업은 매우 힘듭니다. 특히, 프리랜서인 벼룩은 코끼리에 기대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운명입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코끼리를 벗어난다 해서 코끼리를 떠날 순 없는겁니다. 따라서 개인적 해답은 될지언정 사회적 대안은 묵묵부답이지요.

그렇게 보면, 핸디씨의 이의 제기는 매우 적절하지만, 지금 자기 자신의 현실을 정당화하는 답을 적었다고 밖에 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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