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Chiang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를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당시, 젤라즈니의 가고 없음을 안타까워 했더니, 댓글로 아직 테드 창이 있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무조건 사 놓았습니다. 혼자 지낸 시간이 많은 밀라노 출장 가서 반을 읽고, 나머지는 두었습니다. 야금야금 읽을 성질은 아닌지라 아껴뒀습니다. 좋은 와인 꺼내듯, 연말연초 집에서 보내는 휴가에 기분전환 삼아 홀짝 읽어버렸습니다.
천사가 강림한다 가정하면, 과연 빛에 쌓인 신비로움만 있을까요? 그 천상의 영적존재가 현신하는데 우당탕탕 소란스럽지 않을까요. 그 와중에 다치는 사람은 없을까요. 이런 간단하지만 재미난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모든게 다 만족스럽지만, 단 하나 신이 없는 그 곳을 지옥으로 묘사합니다. 그 단 하나의 결여가 어떤 의미인지는 또 곰곰 따질 일이지만.
바빌론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중인 시대를 생각해 봐도 흥미롭습니다. 아래에서 꼭대기까지 짐수레로로 몇달씩 걸리는 지경입니다. 사람하나가 떨어진것 보다 벽돌하나 놓친게 더 아쉽습니다. 새로 벽돌을 받으려면 또 몇 달이 필요하니까요. 수직으로 펼쳐진 세계에서 생기는, 아니 생김직한 다양한 일들을 세세히 읽는 느낌도 새록새록입니다.
더 매혹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읽는 이의 재미를 위해 여기서 멈춥니다. 아무래도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와 비교를 하는 부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낯선 시공간을 통해 인간사회의 진실을 더 잘 드러낸 장점이 있습니다. 탁월합니다.
'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유사하게 낯선 무대를 도입합니다. 하지만, 젤라즈니 보다는 익숙한 공간이고 논리적 비현실성이 있습니다. SF 소설이 그렇듯 '지금, 여기'에 과학적 장치를 도입하기에 현실에서 유리된 느낌이 도드라집니다. 물론 어떤 흠이 있다는 뜻이 아니고, '전도서..'와 차이를 형성하는 부분이란 점입니다.
반면, 테드 창은 스타일리쉬합니다. 영화 '메멘토' 같은 플래시 백을 차용한 '네 인생의 이야기'나 과학 저널의 서술구조를 차용한 '인류 과학의 진화' 또는 철저하게 다큐멘터리 인터뷰로만 내러티브를 가져가는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등은 그 형식미도 즐길만 합니다.
조용한 휴가를, 순수하게 지적인 이야기와 함께 환상 여행으로 채우고 싶은 분은 고려해 볼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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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아르 2009.01.06 02:26
와... 요즘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으시는 것 같아요 ^^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위에서 말씀하신 바빌론 이야기가 기억이 납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세계관을 사용해, 그 사람들이 SF를 썼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그 기발한 시각에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납니다. 몇개 안 읽은 것이 있어 올해 다 마치려고 정리해놨는데... 다 읽고 나서 저도 서평하나 쓰고 싶네요.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안 읽어봤습니다. 더불어 관심이 생기네요 ^^ -
토댁 2009.01.06 07:53
이 무식한 토댁인 제목만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inuit님께서 제 인생이야기하시는 줄 알고...ㅋㅋㅋ <---바보!
성치 않은 몸으로 출장가신다는 말씀에 하루동일 맴이 쓰였습니다.
건강검진하신다는 것도 그렇고...^^;;
몸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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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on 2009.01.06 12:04
책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드네요. 언급하신 책들이 다들 처음 들어본 것들이라... 바쁘신 와중에도 늘 책을 가까이 하시는 모습을 보며 도전을 받게 됩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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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진 2009.01.06 13:40
지옥은 신의 부재에서 마지막 문장이 전체 내용에 대해 화룡점정을 찍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개인적인 선호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젤라즈니네요. 아직도 완만한 대왕들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관련 글들 보니 어떤 분이 댓글로 테드창 > 젤라즈니 써놓으셨더라고요. < 하나 남기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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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무 2009.01.06 13:48
저도 페이지 넘어가는 걸 아쉬워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젤라즈니는 처음 듣는데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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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C 2009.01.06 14:09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SF군요~!
여러작가의 SF단편 모음집은 가끔 사 보는데, 한 작가의 단편 모음집은 필립 K 딕이 유일해요... ^ܫ^ ;;
바빌론 건설현장에 대한 단편이 멋져보입니다. 어떤 내용일지 막 궁금해지네요... -
5throck 2009.01.06 17:53
그러고보니 저도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라는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평을 쓰신 것을 보니 SF 매니아로서 갑자기 SF 서적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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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뢰 2009.01.06 20:40
정말로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또한 동시에 그 정도에 넘치는(...) 과작(寡作)으로 인해 거의 모든 작품을 읽어본 눈물나는 작가죠.. 끙. (아마 이 단편집 제외하면 한 3~4편정도밖에 없을껍니다)
해외에서도 잘 나가는 작갑니다. 네뷸러 및 휴고상(SF계의 노벨상 비스무리한 것)을 싹쓸이 타 가는 작가로 유명하죠..
전 <네 인생의 이야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 엔딩의 인식의 전환장면은 정말.. 눈물없이 읽을 수 없다능.. (너임마) -
엘윙 2009.01.06 20:58
이 책 읽은지 2년 반이나 지났네요.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가 가장 재밌었습니다. (절대 젤 마지막에 실려 있어서 그런것은 아닙니다..크크)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가 읽기 더 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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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09.01.06 23:44
"당신 인생의 이야기" 정말 훅- 하고 읽어버린 책이었죠. 테드 창이란 작가를 제게 기억시킨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네 인생의 이야기>는 시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었죠. 다시 한번 꺼내어 읽어봐야겠습니다. 이번 바쁜 일만 끝나면요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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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pea 2009.01.07 09:40
inuit님, 좀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작년은 제 손에 있는 걸 내려놓으려고 했던 한해라 여기 오기가 많이 망설여졌어요. 오면 기운받아 뭐든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서요. ;)
일전에 말씀하셨던 일은 잘 진행되고 있으신가요? 잘되길 바라구요.
올해는 자주 찾아뵐게요. 좋은 하루 되시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