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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Inuit 2009. 1. 5. 23:20
소설가만치 대단한 이야기꾼들이 없지요. 게다가, SF 작가는 또 다른 독특한 이야기꾼입니다. 엄정한 과학적 지식을 사람 사이 이야기로 치환합니다. 그 변환의 유일한 매개체는 드넓은 상상력입니다. 기술적 토대가 깊고 정세합니다. 시공간의 넓이는 우주적 규모이기도 합니다.

Ted Chiang

(원제)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를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당시, 젤라즈니의 가고 없음을 안타까워 했더니, 댓글로 아직 테드 창이 있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무조건 사 놓았습니다. 혼자 지낸 시간이 많은 밀라노 출장 가서 반을 읽고, 나머지는 두었습니다. 야금야금 읽을 성질은 아닌지라 아껴뒀습니다. 좋은 와인 꺼내듯, 연말연초 집에서 보내는 휴가에 기분전환 삼아 홀짝 읽어버렸습니다.

천사가 강림한다 가정하면, 과연 빛에 쌓인 신비로움만 있을까요? 그 천상의 영적존재가 현신하는데 우당탕탕 소란스럽지 않을까요. 그 와중에 다치는 사람은 없을까요. 이런 간단하지만 재미난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모든게 다 만족스럽지만, 단 하나 신이 없는 그 곳을 지옥으로 묘사합니다. 그 단 하나의 결여가 어떤 의미인지는 또 곰곰 따질 일이지만.

바빌론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중인 시대를 생각해 봐도 흥미롭습니다. 아래에서 꼭대기까지 짐수레로로 몇달씩 걸리는 지경입니다. 사람하나가 떨어진것 보다 벽돌하나 놓친게 더 아쉽습니다. 새로 벽돌을 받으려면 또 몇 달이 필요하니까요. 수직으로 펼쳐진 세계에서 생기는, 아니 생김직한 다양한 일들을 세세히 읽는 느낌도 새록새록입니다.

더 매혹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읽는 이의 재미를 위해 여기서 멈춥니다. 아무래도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와 비교를 하는 부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낯선 시공간을 통해 인간사회의 진실을 더 잘 드러낸 장점이 있습니다. 탁월합니다.
'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유사하게 낯선 무대를 도입합니다. 하지만, 젤라즈니 보다는 익숙한 공간이고 논리적 비현실성이 있습니다. SF 소설이 그렇듯 '지금, 여기'에 과학적 장치를 도입하기에 현실에서 유리된 느낌이 도드라집니다. 물론 어떤 흠이 있다는 뜻이 아니고, '전도서..'와 차이를 형성하는 부분이란 점입니다.
반면, 테드 창은 스타일리쉬합니다. 영화 '메멘토' 같은 플래시 백을 차용한 '네 인생의 이야기'나 과학 저널의 서술구조를 차용한 '인류 과학의 진화' 또는 철저하게 다큐멘터리 인터뷰로만 내러티브를 가져가는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등은 그 형식미도 즐길만 합니다.

조용한 휴가를, 순수하게 지적인 이야기와 함께 환상 여행으로 채우고 싶은 분은 고려해 볼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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