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이혼 그리고 엔트로피 본문

Sci_Tech

이혼 그리고 엔트로피

Inuit 2009. 2. 18. 23:23
오늘, 삼성 이재용 전무의 이혼 합의 및 소송 취하 뉴스가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함의가 있는 소식입니다. 저는 좀 다른 측면에서 보고자 합니다.

저는 이혼을 엔트로피 증가 이벤트로 봅니다. 엔트로피는 마구잡이도 또는 무질서도라고 하지요. 만물은 내버려두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전한다는게 열역학 2법칙입니다. 과학에서 우주를 기술하는 가장 큰 원리 중 하나지요. 엔트로피를 낮추거나 유지하는데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결혼이라는 고도의 정렬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자제하고 인내하는 감정적 에너지, 상대를 돌보고 보살피는 시간적 에너지, 그에 수반하는 금전적 자원까지 말입니다. 따라서, 열역학적으로 기술하면, 사람은 혼인 상태에서 벗어나기 십상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생물학적 장치는 자식입니다. 남과 여 사이의 결합상태 변환(transformation)에 필요한 역치(threshold)를 형성하지요. 또한 사회적 고안물도 있습니다. 예컨대, 저 기사와 같이 이혼에 따른 위자료와 재산분할 소송도 저는 일종의 결혼 유지 기제로 간주합니다. 동양에서 흔히 보는 관습도 유효한 장치입니다. 아예 이혼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반사회적, 최소한 반가족적 행위로 규정짓는 것이지요. 옳고 그름을 떠나서 효과는 있습니다.

비단 동양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코끼리와 벼룩' 의 저자 찰스 핸디 씨는 엄격한 아일랜드 목회자 집안에서 자란 탓에, 이혼은 인생의 옵션이 아니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결혼제도라는 질서 내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창의적 해법이 많았다고 회고합니다. 체념적으로 순응하는게 아니라, 창조적으로 적응하는 겁니다. 새로운 관계와 상호작용의 규정을 만들어 가는 부분입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전략에서 흔히 중요시하는 옵션, 또는 전략적 대안이 이 상황에서도 반드시 좋은건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자체를 옵션으로 두면 그 방향으로 이뤄지려는 자연적 힘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역치를 높이 설정하면 단기적으로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안정된 해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혼은 사적인 부분이고 수 많은 스토리를 어찌 하나의 관점으로 설명 가능하겠습니까. 또한 무조건 참는게 능사이겠습니까. 하지만, 외부 옵션 (outside option)의 전략적 폐쇄가 낮은 엔트로피를 유지하고 정렬된 상태를 유지하는 해법일 때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다른 엔트로피 증가 이벤트는 주변에 많습니다. 살찌는게 그 한 사례입니다.
명성은 어떤가요? 가만 두면 명성은 흠이 날 소지가 많습니다. 끊임없이 유지보수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인격 또한 그러합니다. 갈고 닦고 스스로를 정돈하지 않으면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어느 순간 도덕적 궤도를 넘습니다. 심지어 더 강한 사회적 규약인 법과 상충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들 역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의 변환 역치를 높이는 강한 내적 기준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품격과 내면의 성공이 달라질 터입니다. 내일 당신은 어떤 부분에 에너지를 쏟으시겠습니까.

'Sci_Tech'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개상담] 초보자의 블로그 툴 선정에 대해  (38) 2009.04.27
Simply fast  (62) 2009.03.18
휴대폰 잘 사는 법 아세요?  (56) 2009.02.04
달리는 글쓰기  (37) 2009.01.01
호르몬은 남자와 여자에게 어떤 결과를 미치는가  (31) 2008.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