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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부활 YES!] 개념없는 지각은 맹목이다

Inuit 2009. 10. 4. 18:00

P 선생에게는 얼굴의 겉모습도, 내면의 개성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는 그의 집에 오기 전에 꽃집에 들러 화려한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사 그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나, 그는 마치 표본을 받아든 식물학자나 형태학자 같은 행동을 했다.
"길이가 15센티미터 정도 되는군요. 붉은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초록색으로 된 기다란 것에 붙어 있네요."
나는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맞아요. 그게 뭐 같나요?"
"뭐라고 콕 꼬집어 말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는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플라토닉 다면체 같은 그런 단순한 대칭성은 없네요. 하지만 나름의 고차원적인 대칭성은 있을지 모르겠네요... 혹시 꽃일지도 모르겠네요."
"꽃일지도 모르겠다고요?"

* * *

그는 검사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모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뻗어 아내의 머리를 잡고서 자기 머리에 쓰려고 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것일까? 그런데도 그의 아내는 늘 있어온 일이라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에서 재구성)

"개념없는 지각은 맹목이다."

칸트는 이 말 하면서, P씨 같은 이의 불행을 상상이라도 했을까. P씨는 뇌에 생긴 종양 때문에 바라보되(視, see) 알아보지(觀, look) 못한다. 의미 없이 형상으로 이뤄진 영원한 추상의 세계에 갇혀 버렸다.


사람을 우주에 보내고, 그 우주의 기원마저 알아내는 과학의 전성기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지식이 폭발적으로 팽창한 때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뇌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 예컨대, 사람은 자기 뇌의 10%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심지어 아인슈타인도 자기 뇌의 70%를 쓰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어려서 한번 이상은 듣지 않았는가. 특이점 해소 문제를 풀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 메달을 수상한 일본의 히로나카 헤이스케마저 '학문의 즐거움'에서 유사한  오류를 주장 한 바 있다. 90%는 커녕, 0.9%만 문제가 있어도 뇌는 제 기능을 못한다. 무게 기준이든 부피 기준이든 말이다. 특히, 중요 부위는 아몬드만한 손상만 있어도 큰 문제가 생긴다. 아인슈타인 시대의 90% 미신은 자기 계발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1920년대 레토릭일 뿐이다. 우리 뇌속 작은 기관들은 모두 존재의 목적과 역할이 있고, 진화로 벼려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뇌의 모든 부분은 평등하다. 그러나 뇌의 일부는 더욱 평등하다.

책을 쓰면서 뇌과학에 대해 정말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뇌 해부도를 놓고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익혔으니까요. 물론 그 스파게티 같은 복잡함을 다 쓸 요량은 아니지만, 과학적 기반이 단단하고 싶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뇌과학을 가미한 실용서들이 뇌과학을 레토릭 수준으로만 다루고 편하게 자기 필요한 단어만 갖다 쓰는게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특히 구뇌의 감정을 담당하는 경로에 대해서 최대한 쉽게 쓰고 이해를 돕고자 했습니다. 편도핵, 해마, 전두엽 뭐 이런 아이들 말입니다. 그 '더욱 평등'한 일부에 대해 널리 알려진 사례를 끌어와 부드럽게 설명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대중서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무시무시한 과학적 용어가 난무하는 관계로 중도 하차한 내용들입니다.

추석들 잘 쇠셨습니까? 연휴로 인해 1+1 이벤트가 지지부진해졌습니다.
YES! 책 사신 분들이 꽤 많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꼭 사진 찍어 올려서 이벤트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을에 좋은 선물이 될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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