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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부활 YES!] 개념없는 지각은 맹목이다 본문
P
선생에게는 얼굴의 겉모습도, 내면의 개성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는 그의 집에 오기 전에 꽃집에 들러 화려한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사 그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나, 그는 마치 표본을 받아든 식물학자나 형태학자 같은 행동을 했다.
"길이가 15센티미터 정도 되는군요. 붉은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초록색으로 된 기다란 것에 붙어 있네요."
나는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맞아요. 그게 뭐 같나요?"
"뭐라고 콕 꼬집어 말하기가 쉽지 않네요." 그는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플라토닉 다면체 같은 그런 단순한 대칭성은 없네요. 하지만 나름의 고차원적인 대칭성은 있을지 모르겠네요... 혹시 꽃일지도 모르겠네요."
"꽃일지도 모르겠다고요?"
그는 검사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모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뻗어 아내의 머리를 잡고서 자기 머리에 쓰려고 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것일까? 그런데도 그의 아내는 늘 있어온 일이라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개념없는 지각은 맹목이다."
칸트는 이 말 하면서, P씨 같은 이의 불행을 상상이라도 했을까. P씨는 뇌에 생긴 종양 때문에 바라보되(視, see) 알아보지(觀, look) 못한다. 의미 없이 형상으로 이뤄진 영원한 추상의 세계에 갇혀 버렸다.
사람을 우주에 보내고, 그 우주의 기원마저 알아내는 과학의 전성기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지식이 폭발적으로 팽창한 때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뇌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 예컨대, 사람은 자기 뇌의 10% 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심지어 아인슈타인도 자기 뇌의 70%를 쓰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어려서 한번 이상은 듣지 않았는가. 특이점 해소 문제를 풀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 메달을 수상한 일본의 히로나카 헤이스케마저 '학문의 즐거움'에서 유사한 오류를 주장 한 바 있다.
90%는 커녕, 0.9%만 문제가 있어도 뇌는 제 기능을 못한다. 무게 기준이든 부피 기준이든 말이다. 특히, 중요 부위는
아몬드만한 손상만 있어도 큰 문제가 생긴다. 아인슈타인 시대의 90% 미신은 자기 계발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1920년대 레토릭일 뿐이다. 우리 뇌속 작은 기관들은 모두 존재의 목적과 역할이 있고, 진화로 벼려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추석들 잘 쇠셨습니까? 연휴로 인해 1+1 이벤트가 지지부진해졌습니다.
YES! 책 사신 분들이 꽤 많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꼭 사진 찍어 올려서 이벤트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을에 좋은 선물이 될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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