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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am 2010] 5. Jin Air

Inuit 2010. 6. 10. 23:01
처음 말했듯, 일정의 편의를 위해 저가항공인 진에어를 탔습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진에어는 대한항공인 한진그룹의 계열사입니다. 저가항공의 대두를 막기위해, 저가항공을 스스로 만든 고육책이지요.

따라서, 주로 국내노선, 그것도 제주노선으로 특화되어 버스처럼 운영되는게 특징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태국노선을 필두로 괌노선까지 국제 노선을 개시하였습니다.

사실 최종 결제하기 전까지도 많이 망설였던게, 인터넷 검색으로 진에어 국제선 평판을 보니 그리 탐탁지가 않았습니다.

첫째, 좌석이 매우 좁다고 합니다.
둘째, 음식의 격이 매우 떨어진다고 합니다.
셋째, 기내 엔터테인먼트가 없다고 합니다.

결국,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는 여행이 예상됩니다. 물론, 네댓시간 잠깐의 비행인데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출장도 아니고 가족 여행인데, 전 과정이 알차고 재미나야한다는게 제 지론입니다. 모든 과정이 꼭 비싸지 않아도, 매순간 즐겁고 만족스러워야지, 한군데서 크게 모양이 빠지면 아쉽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새벽일정보다는 단연 낮일정이 낫기에 각오를 단단히하고 진에어를 택했습니다.

일단, 엔터테인먼트는 우리 스스로 챙겼습니다. 아이들은 닌텐도와 아이팟 터치를 완전충전했고, 전 아이폰에 싱크 꽉꽉, 소설책 하나 들고 탔습니다.
음식은 참 저렴하게 구성되었는데, 의외로 맛은 좋습니다. 괴상망측하게 생긴 밥은 '장어채 얹은머리 야채볶은밥'인데, 줄여서 장어덮밥이라고 부르는듯 합니다. 생긴 것보다 맛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먹은 빵은 '감자으깬 샐러드로  햄버거를 가장한 빵'입니다만, 이것도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재주가 희한하지요. 저렴한 재료로 먹을만하게 만들다니.
좌석은 피치가 좁긴 한데, 저같이 키 큰 사람에겐 다른 국적기도 만만치 않게 레그룸 스페이스가 작은지라, 무릎이 불편해도 짧은 비행시간 감안하면 참을만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미리 우려한 세가지 단점은 그런대로 참을만합니다. 그러나, 참기 어려운 패착은 오히려 운영방식입니다.
일단, 승무원이 법정 최소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명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승무원 뵙기가 어렵습니다. 
승무원들이 매우 친절하려고 노력하고, 신수도 훤칠한데 훈련이 안된 점도 특기할만합니다. 귀국편의 남승무원은 무지하게 잘생긴 훈남청년인데, 세관 신고서를 가족당 하나인걸 깜박하고 각자 나눠주길래 제가 일행당 하나만 줘도 된다고 알려드렸지요.

아직 국제선 초기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직원 교육이나 훈련에 전혀 투자를 안하는게 저가항공사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공항에서 티켓수속하는 직원들의 경우, 거의 전원이 계약직이라서 시스템 다루는게 매우 미숙합니다. 느리기는 유럽풍입니다. 대한항공 카운터였다면 이십분만에 끝내고 밥먹으러 갈 인원인데, 두시간은 걸리는 체감입니다. 왜냐하면, 중간중간 모르는거 서로 상의해가면서 깨우쳐가면서 하니까요. 단체여행사이에 흩뿌려지는 가족여행객의 좌석배정은 애교고, 줄을 먼저 서도 로또처럼 잘빠지는 줄과 안빠지는 줄에 따라 처리순서가 바뀌기도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끊임없이 저가항공임을 인지시키는 전략입니다. 예컨대, 승객은 이백명이 넘는데, '모포는 50개 밖에 없어요.'라고 일일이 양해를 구하고 다니니 오히려 승객들이 (국적기에선 잘 신경쓰지도 않는) 모포 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또, 탑승후 한번에 음료서비스를 하면 되고, 그 사실을 미리 공지만 해도 일이 줄어 들 일을, 가만히 모포랑 씨름만 하니 그 와중에 목 마르다고 물달라는 사람이 하나씩 생기고, 그걸 보고 나도나도 하다보니 카트없이 손으로 물을 수십명에게 나르다보니, 더욱 바빠지지요. 다시 말하지만, 승무원은 법정 최소인원만 탑승합니다.

엔터테인먼트만 해도 그렇습니다. 기내 영화나 기타 잡지를 없애 부대비용을 줄이고, PSP 유료 임대로 추가수익을 창출하자고 어떤 멍청이가 제의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승무원만 죽어나는 시스템이지요. 대형항공사의 경우 단체관람 영화에서 개인용 VOD로 업그레이드한 기종은 승무원이 콧노래를 부릅니다. 승객들이 각자 상태와 취향에 맞게 영화보느라 정신이 없어 승무원 찾는 일이 확 줄지요. 화장실 가는 일정도 분산이 되고요. 하지만 진에어는, 승객들 할일도 없으니 아이가 괜시리 엄마찾듯 계속 승무원만 불러댑니다.

사실, 미숙함을 제외한다면 승무원의 태도는 매우 훌륭하고 열심입니다. 하지만 저가항공사의 정체성을 만든다고 청바지에 티셔츠, 모자하나 씌워 놓으니 완전 맥도널드 알바같습니다. 아니, 맥도널드 알바보다 더 고되 보입니다. 내가 안쓰러워 가급적 셀프서비스를 하게 만드니 그게 전략일지도 모르겠네요.

전반적으로, 줄어든 비용 이상으로 승객들과 승무원을 괴롭히는 시스템입니다. 억울하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타라는 깊은 뜻이라면 이해갑니다. 패키지 가격상 국적기 대형항공사와 인당 10만원차이도 안나는데 이런 비행편을 참아야하는게 옳냐고 보면 동의하긴 힘든 상황이구요.

반면, 시종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해보려는 승무원들보면, 꼭 이게 저가항공사가 가야하는 길인가 의문이 듭니다. 사우스웨스트처럼 차라리 재미로 가든지, 개성으로 가든지 창의성이란 양념이 없으면, 그저 비행이 가능한 장거리 버스에 불과할 따름이지요.

저희 가족은 다음 여행에는 저가항공을 이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비행편이 정 없으면 여행지를 바꾸지요 뭐. 

여행은 기분입니다. 기분을 매니지해주는 항공사라면 밥이 부실해도, 자리가 불편해도 큰 문제가 안되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점에서 진에어는 패착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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