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3D TV가 TV 시장의 대세이지요.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내 가전사는 물론, 일본 TV 제조업체도 3D를 전폭적으로 프로모션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간혹 미디어의 미래 관련한 강연이나 PT 중에 '향후 TV의 대세는 3D TV가 아니냐, 지금 일반 평판 TV사면 바보 아니냐' 라는 식의 질문을 받곤 합니다. 오늘 생각난 김에 제가 그 동안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Long desire for 3D
사실 2003년 무렵부터 3D TV는 국제 전시회라면 꼭 나오는 구색 상품이었습니다. 그 기술적 진보성은 지금보다 못하지 않아서, 당시에도 무안경식 입체 화면이 있었고, 사람 눈을 식별하고 위치 추적하여, 입체감의 최적 깊이를 산정하는 기술도 이미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미약한 완성도 때문에, 3D 기술은 아이들 장난이나 공상과학소설 같은 영역으로 치부되기 십상이었지요. 

3D is on
하지만, 2009년을 기화로 물살의 흐름이 바뀌게 됩니다. 
첫째는 HD TV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가전사의 차세대 제품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진 까닭이고, 동시에 패널업체도 고부가제품이 필요해지게 됩니다. 
둘째로, 극장에서 입체 영화 볼 때 주로 사용하는 패시브 방식의 안경을 넘어, 액티브 방식의 편광 안경이 나오면서 화질의 밝기와 느낌이 좋아지게 됩니다. 
마지막은, 3D 컨텐츠의 개화입니다. 아바타가 3D 컨텐츠 시대의 도래를 명시적으로 선언한 의미가 컸다면, 숨어 있는 3D 컨텐츠 양산 기술이 상용화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기술로 일반 HD 영상물을 제한된 깊이의 3D 영상으로 입체화하는게 가능해 졌지요. 이 때문에 3D 컨텐츠가 없다고 아예 볼게 없는 '닭과 달걀' 문제는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Not perfect yet
하지만, 입체 영상이 상용화된 수준을 지나 기술적 완성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TV는 가장 쉬워야하고 편해야 하는 보편적 가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몇가지 기술적 한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90도로 고개를 돌려보면 어두워서 안보인다
편광 안경의 구조 상, 양눈이 수평으로 위치할 때 가장 효과가 좋습니다. 고개를 좌나 우로 돌리면 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90도에 가까우면 상당히 어둡습니다. 그말은, 소파에 누워서 보기에는 안 맞겠지요. 

2.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입체효과를 느끼지 못한다
입체감을 주기 위해서는 양안시차를 이용하게 되므로, 모든 위치에서 최적의 입체감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대략 TV 화면 크기의 2.5배 거리로 최적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시청위치의 반경이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1번 제한사항과 결합되면, 편히 즐기는 lean-back 미디어로서의 장점이 급격히 감소합니다.
 
3. 장시간 시청시 피로감과 현기증
3D TV가 평면의 영상을 입체로 보이게 하는 이유는 뇌의 착시 현상을 이용한 것입니다. 따라서 오래 보면 피로감이 커지고 현기증이 나기 쉽습니다.

4. 어린 아이에게 부적합
마찬가지 이유로, 시력적 약자들, 즉 양안의 시력차가 큰 사람, 노약자, 유아에게 부적합한 매체입니다. 특히, 뇌의 입체감 인식 기능이 확립되기 전 단계의 유아가 입체 TV를 보면 발달장애도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Matter of utility
아바타의 몰입감을 기억하시지요? 3D TV는 기존 미디어 소비와 차원을 달리 하는 획기적 제품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기술적인 견지에서는 아직 완전을 향해 개선되는 상태라고 이해하는게 정확합니다. 

단지, HD 제품의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가전사들의 마케팅적 푸시(push)에 의해 대세처럼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지요. 물론, 과거 LCD, PDP에서 그랬듯, 대량 소비에 따른 대량 생산에서 다시 혁신을 이루고 기술적, 상업적 타당성이 견고해진 바 있으므로, 이러한 마케팅 푸시가 반드시 못된 일은 아닙니다.

따라서, 3D TV를 보는 관점은 단순하게 가져가는게 옳습니다. 
그냥 brand-new TV가 필요하십니까? 그렇다면 굳이 3D TV를 사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화질 TV를 보다가 가끔씩 '영화보듯' 3D 컨텐츠를 볼 계획이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3D TV는 하나쯤 있을 만한 물건입니다. 주머니 사정만 넉넉하다면 말이지요.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든 브레인  (0) 2010.08.06
50대에 시작한 4개 외국어 도전기  (24) 2010.07.31
그리스의 신과 인간 展  (8) 2010.07.18
고래  (8) 2010.06.12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12) 2010.05.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