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영어 이외의 언어를 하나 배운다면 무얼 배우고 싶으신가요?

*   *   *

김원곤

제목이 참 선명한 책입니다. 이런 제목이 품위는 없을지라도, 지향점이 명확해서 소비자 타게팅도 쉽고, 독자도 찾아오기 편하긴 합니다. 

책 내용도 제목 그대로입니다. 다만 50대의 인물이 '서울대학병원 의사'란 점이 숨겨져 있지만, 언어 학습에서 50대라는 나이는 의대교수라는 총명성을 가리고도 남습니다. 저자 주장대로라면 흉부타진법도 쓰기 힘든 청력 장애증세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외국어는 더 힘들겠지요. 
바쁜 의사 생활 중, 갑자기 더 늙기 전에 외국어 하나라도 배우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공부는,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까지 확장됩니다. 

제 관심은 어떤 비결이 있을까, 혹시하는 마음이었지만, 진실은 항상 평범하듯, 비결도 그러합니다.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꾸준함만이 유일한 비결이지요. 사실 언어란게 끊임없는 반복에 의해 습득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수만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 말을 배워놓고 외국어는 그 백분의 일도 안되는 노력으로 배우려는데부터 '외국어의 어려움'은 시작되지요. 저자는 잡념없이, 버릇처럼, 구도자적 자세로 외국어를 배우다보니 여러 언어를 습득할 수 있었던 겁니다. 결국, 시간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임입니다. 먼저 시간을 할애하고, 반복적인 시간을 갖고, 그 시간들이 쌓여 의미로 다가오는겁니다.

그런 면에서, '외국어는 바디 빌딩(body building)과 같다'는 저자의 관점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좀 된다 싶을 때 놓으면 다시 군살 붙듯, 언어도 실력이 떨어지게 마련이고, 유지를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이지요. 

책 자체에 대해 평하자면, 생각보다 많이 재미 없습니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서 문체가 산만한 점과, senior author 특유의 노파심 가득한 문장은 글 읽는 속도와 몰입감을 많이 방해합니다. 또한, 전문성으로 이끄는 실용서라기보다,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 류의 수기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삶의 자세를 배운점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게다가 아직 50이 안된 나이에 새로운 공부는 슬쩍 남의 일로 치부하는 고정관념도 버렸습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전 스페인 어를 배우고 싶습니다. 
먹고 사는데 지장없이, 그냥 세상을 이해하고, 문화를 음미하고, 재미를 주는 언어로 스페인어가 딱이지 싶습니다. 다음 스페인 여행에서는 영어 아닌 스페인어로 타파스 주문을 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언어를 배우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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