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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 에세이

Inuit 2011. 1. 29. 11:28
매우 독특한 책을 만났습니다. 

과학 에세이의 고전을 묶어 낸 작업은 그 피상적인 모습 이면의 깊이가 담보되지 않으면 쓰레기 더미가 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알차게 구성한다면 '엮음' 자체가 큰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1957년 초판을 기본으로, 그 유명한 과학저술가 마틴 가드너가 1984년에 증보한 판본입니다. 당시 '신예' 과학저술가인 아이작 아시모프, 칼 세이건, 스티븐 제이굴드 등이 이젠 원로와 태두가 된 점을 보면, 사람보는 안목 없이 쉽게 덤벼들 작업이 아님을 알 수 있지요.

종교에 억눌린 중세 철학에 조종을 울리고 근대 과학의 철학적 전환을 이룬 다윈에서 출발한 과학 저술의 릴레이는 진화론의 찬반 양론을 격렬히 좇아가며 존 듀이, 스티븐 제이굴드 등 당대의 명논쟁을 꼼꼼하게 엮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학의 철학적 의미, 인문학이 말살하려는 억압에 대항하는 신생학문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학이 입지를 확보해 나가는 논쟁들과, 험한 길 헤쳐나온 구비구비에서 목소리를 남긴 과학자들의 생생한 육성을 읽는 재미는 꽤나 쏠쏠합니다.

심지어, 과학에 대한 관점이 서로 정반대였던 토마스 헉슬리의 두 손자, 줄리언 헉슬리, 올더스 헉슬리까지 헉슬리 가문 세명의 글을 한데 모아 읽는 재미는 여간 신선하지 않습니다. 

이 책의 미덕은, 단지 누가 어떤 사상을 말했다는 다이제스트 식의 교과서 설명이 아니란 점입니다. 족적을 크게 남긴 위대한 과학자를 고르고, 그 주장의 핵심이 담긴 저술을 통째로 들어내 모은 글입니다. 따라서 원전을 그대로 맛보는 생동감이 기특합니다. 파브르의 생동감이나 굴드의 정연함을 그의 논리와 수사법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서 어찌 제대로 느끼겠습니까.

다만, 한 문단 숨어있는 사상의 정수를 맛보기 위해 앞에 에둘러 가야할 덤불과 황무지가 지루하게 길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경험은 일견 허망한 하부구조가 풍성히 받쳐줄 때 완전해진다는 점에서 참을 만합니다. 

가장 갸륵한 점은, 지금 우리가 과학의 효용을 쉽게 얻었다 해서 당연하게 여길 일이 전혀 아님을 알게 된 점은 무척 소중합니다. 과학이 스스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투쟁해온 그 모든 대상들과 벌여온 철학적 논쟁이 밑받침된 투쟁과 축적의 역사이지요. 고전의 정통함과 발췌의 효율이 적절히 어울려진 책, 문명과 사상의 발전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읽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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