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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20 부의 전쟁

Inuit 2011. 1. 11. 22:08
연말연시 미래보기 3종세트 중 둘째 책을 마쳤습니다. 
연말연시란게 연속된 시간에 금 그어 구분한 인위적인 매듭입니다만, 그럼에도 잠시 멈춰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기에 좋은 시간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전 이 맘 때면 항상 이런 미래시제의 이야기들을 읽습니다.

첫째 책인 '2011 대예측'이 올해인 2011년에 대한 이야기라면, '2020 부의 전쟁'은 시야의 지평이 넓습니다. 최소 10년에서 30년을 두고 이야기하지요. 방금 시작 한 '이코노미스트' 책은 글로벌한 생동감이 뛰어납니다.

최윤식, 배동철

He's back
이미 전작인 '2030 부의 미래지도'를 통해 내공을 여실히 보인 최윤식 씨입니다. 당시 우리나라 미래학 책이 이렇게 알뜰히 잘 만들어졌을까하는 놀라움이 다소 엉성한 짜임새를 커버했지요. 이번 책은 더 큰 놀라움입니다. 불과 1년만에 유사한 주제를 효과적이고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일가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뒤에도 밝히겠지만 오히려 디테일에의 지나친 천착과 알찬 구성에의 집착이 되려 주제의 선명성을 떨어뜨릴 지경입니다.

Inevitable surprise
책의 구성은 세부분입니다. 첫째는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이고, 둘째는 아시아에서의 글로벌 경쟁 양상, 셋째는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와 전략입니다. 이 중 백미는 단연 첫째 부분입니다. '이미 시작된 20년후'와 마찬가지로, 트렌드, 정책과 계획, 변화동인, 사회심리를 종합한 시나리오상 가장 가능성 높은 미래는 이미 우리나라가 일본과 마찬가지로 잃어버린 10년 시나리오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겁니다.

Lost decade for Korea
이 지점을 크리스마스 연휴 때 읽었는데, 하도 생동감넘치고 또 그럼직하여 기분이 급 우울해지는 탓에 책을 덮고 연초에 다시 읽었을 정도입니다. 간단히만 우리나라가 잃어버린 10년에 빠지는 시나리오를 볼까요?
우선, 선진국의 기술적 돌파와 중국을 위시한 후발국의 가격경쟁사이에 끼어 넛크래커 상황에 빠져 신성장 동력을 잃어버린게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종신고용이 붕괴되고 이미 중산층은 몰락해서 워킹 푸어(working poor) 상태로 확산되고 있지요. 
인구학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의 양대 덫에 빠져 내수의 활력을 완전히 잃게 됩니다. 젊은 인구가 노인 인구를 부양할 능력은 없고, 돈 없이 수명만 늘어난 노인 세대는 구매력 없이 사회의 부담으로만 작용할테지요. 

거기에 부동산 버블이 아직도 자라나고 있습니다. 인천 송도를 필두로 지방의 의미없는 전시행정도시들과 지자체의 무모한 사업들은 다시 지방경제와 나라 전체의 부동산 경제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압력요소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미국과 반미국간 환율전쟁, 자원전쟁의 여파는 약소한 주변국인 우리나라에 추가적 부담으로만 역할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회색빛 미래를 수정구슬에서 본듯해서 매우 슬펐습니다.

Half is enough
이 책의 진가는 1부와 2부 일부 내용에 다 있습니다. 상당히 꼼꼼하고 정세한 관찰과 논리적 추론으로 펼쳐 보이는 다양한 미래를 이해하는 자체로 세상 보는 눈이 툭 터집니다. 오히려 그 뒤는 과잉 친절에 가깝습니다. 미래학 자체에 대한 설명, 시나리오 플래닝의 발전과정, 그리고 음울한 미래를 커버하기 위한 밝은 미래 시나리오와 전략들을 적었습니다만 전반부의 긴장도에 비해서는 매우 지리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아마, 중간까지만 읽고 덮어도 전혀 돈 아깝다 생각들지 않을 듯 합니다. 

책 한권을 읽으며 정말 많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생각이 펼쳐지는 밀도있는 독서였습니다. 연초에 읽으면 특히 그 느낌이 더 강렬하지요.

Do we have hope in politics?
책을 읽으면서, 아니 책장을 덮고서도 계속 머리에 맴도는 상념과 마음속에 묵직한 응어리가 느껴집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쇠락하는 한국의 미래가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많은 사람이 이해하며 걱정하더라도 해결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율하고 정책을 만들어 하나씩 구제방안을 실행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왜냐면 고생은 고생대로하고 인기는 못 얻으며 결실은 내 다음다음다음 대통령 때나 보게 될 일이라, 어느 정치인도 쉽게 나설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금만 해도 보듯 말입니다. 

아무리봐도 똑똑하고 열심히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왜 정치만은 저주받듯 후진적인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고 있을까요. 기술은 40년 동안 200년 기술을 따라잡았는데 정치는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고 오히려 뒤로 물러난 느낌만 받을까요. 정말로 롱테일 정치학을 고려해볼 때가 된것 같습니다. 선거라는 간헐 이벤트로 정해지는 정치가 아닌 일상적 정치 시스템을 만들면 해법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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