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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쉬게 해주는 SNS, Instagram

Inuit 2011. 2. 3. 22:00
아마, 요즘 제 블로그 글의 업데이트 빈도가 현저히 떨어지는데서 제 삶의 분주함을 눈치챈 분도 있겠지요. 연말 지나면 차분할 줄 알았는데, 연초는 또 연초라고 할 일이 많아 요즘 폭풍같이 바쁩니다.

그럼에도 트위터, 페이스북에 업데이트 되는 제 유일한 피드는 사진관련 SNS인 인스타그램(IG; Instagram)입니다.

So casual
우선은 시간이 거의 안든다는게 장점입니다. 그저 아이폰으로 사진하나 찍거나, 저장된 사진 중 하나 골라 적당한 필터 적용하고 올리면 끝입니다. 메뉴도 친구 사진, 인기 사진, 내게 온 소식 딱 세가지 카테고리 뿐입니다. 저 같이 인기 사진도 거들떠 보지 않는 사람에겐 친구들 사진과, 사진에 달린 주고 받은 흔적들 정도만 보면 됩니다. 한번에 5분 이상 걸릴일 별로 없습니다.

Square frame and a few filter
외형적으로는 사진의 프레임이 정사각형입니다. 따라서 왠만한 사진은 반드시 크롭(crop)을 하게 됩니다. 물론 직사각형 사진 그대로 써도 되지만, 아이폰에서만 사용하다보니 시원한 맛을 느끼려면 정사각형으로 잘라내는게 낫습니다. 
특히, 요즘 나오는 현란한 후보정 프로그램과는 비교도 안되는 제한된 기능을 보입니다.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열댓개 필터가 있는데 그조차도 맘에 딱 맞는다고 하기 어렵게 거칠기 그지 없습니다. 

Just for myself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느낍니다. 이미 익숙한 사진일지라도 프레임을 다시 잡고, 빛바랜 톤을 입히거나, 컬러를 날려버리고, 컨트래스트를 세게 먹이는 등으로 전혀 새로운 느낌의 샷을 얻습니다.
저는 주로 지금까지 다녀온 세계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올리는데,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정서적 회상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질 때가 많습니다.

Own theme
사람마다 올리는 주제가 좀 다른데, 어떤 이는 인물사진을 주로 올리고, 어떤 이는 주변 액세서리, 누구는 하늘, 누구는 음식 등으로 특화된 주제를 추구합니다. 그러다보니 서로의 시각을 공유하며 새로운 관점을 얻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세상을 더 찬찬히, 애정있게 보게 됩니다. 

Strange but friendly
이러한 정서적 교감은 네트워크의 순간이동적 속도에 따라 세계 만방에 거침없이 접속됩니다. 그래서, 상파울루의 거리, 세비야의 풍경, 노르웨이의 숲, 샌프란시스코의 표정이 랜덤하게 올라오고 서로 가볍게 흔적 나누며 교감하는 재미도 풍부합니다.

No way out
기술적으로는, 인스타그램이 매우 불편한 시스템이란 점이 큰 특징입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의 IG 아이디를 안다고해서 PC의 웹브라우저로 그 사람의 지나간 사진들을 볼 길이 없습니다. 오직 아이폰으로, 자기가 등록한 친구의 사진만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매우 불편하고, 사용성이 제한된 시스템인데, 이게 사진과 엮이면 다릅니다. 
마음 편한 마찰이지요. 내 사진을 누가 편히 다 꺼내볼 수 있다는 마음이 들면 사진 올리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IG에서는 쌓여있는 사진의 아카이빙(archiving)과 리트리빙(retrieving)에는 전혀 배려를 하지 않기 때문에,오히려 순간에 충실하고 현재를 즐기는 독특한 정서를 만듭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트위터의 단면을 아주 제대로 맛나게 우려냈습니다.

I like you
심지어 댓글로 교류 나누는 것도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친구가 여럿이면 댓글에 대한 시스템적 피드백을 못 받으면 다시 자기 글 찾아가서 보긴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트위터와 유사한 @아이디 멘션은 시스템이 글을 자동으로 푸쉬해주고 모아줍니다. 그런데, 아이디를 직접 타자쳐야 멘션이 전달됩니다. 그러다보니 적극적인 대화가 어렵지요.
반면, 페이스북과 같은 like 버튼이 있습니다. 이 하트모양 버튼으로 타자한자 안치고 많은 교감을 합니다. '사진 잘 봤어요.' '나 다녀갔어요' '힘내고 좋은 하루 보내요.' 참 말없이 수줍게 많은 정서가 오고가는 시스템입니다.

No pursuit for fame
이런 여러 요소를 조합한 결과, 인스타그램은 참 마음 편한 SNS가 됩니다. 친구를 억지로 많이 만들어봤자 아무짝에 쓸모 없습니다. 기껏해야 인기 사진첩(popular)에 올라가기 쉬운 것 이외에는 딱히 유용하지 않은 영향력입니다. 그냥 내가 사진 올리며 혼자 즐겁고, 사진 보는 눈이 비슷해 마음 맞는 사람끼리 눈에 흡족한 장면 서로 나누고 그게 다입니다. 

결국, 명성을 쫓을 필요도, 복잡한 생각도 목표도 필요없이 그저 감정과 순간을 충분히 즐기면 그로 족한 시스템이 된 것입니다. 광장에서 혼잣말 하듯 공허한 트위터나, 온통 지인으로 둘러쌓인 빽빽한 관계망의 답답함에서 훌훌 떠나 스스로 침잠하며 정서의 근저를 나누는 속편한 SNS가 필요하신 분이라면, 인스타그램을 한번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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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아이폰만 앱이 제공됩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2. 제 IG 아이디는 inuit_k 입니다. 사진 등록하신 분은 거의 맞팔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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