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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 2011] 10. Roman vs Italian 본문
유럽 여행을 한다면 가장 나중에 봐야한다는 로마입니다. 여길 보고 다른 데를 보면 모두가 시시해 보일테니까요.
영 과장은 아닌 것이, 고대부터 중세까지 제국의 황제, 기독교의 황제가 거한 곳이며 서양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했고 문명의 선도자였던 곳입니다. 그래서 로마를 유럽 도시의 홈타운이라고도 하지요.
영 과장은 아닌 것이, 고대부터 중세까지 제국의 황제, 기독교의 황제가 거한 곳이며 서양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했고 문명의 선도자였던 곳입니다. 그래서 로마를 유럽 도시의 홈타운이라고도 하지요.
하지만, 첫 인상부터 로마는 꾸깃꾸깃합니다. 역 근처의 마디손(Madison)이라는 호텔에 묵는데 서비스가 끔찍합니다. 불친절과 무뚝뚝은 관광지라고 이해한다 쳐도, 미리 예약한 방조차 준비가 안되어 네명이 세명 한 방, 한명 한 방 묵어야 합니다. 미안한 기색도 없습니다. 정 싫어서 바꾸고 싶으면 내일 바꿔달라고 말해 달랍니다. 당연히 싫다고 했더니, 한번 자보고 내일 말하면 조치를 취해 보겠답니다.
다음날 아침 다시 가서 방 바꾸고 싶다고 했더니, 아직도 조건이 많습니다. 짐을 다 싸서 한방에 모아 놓으면 싫은 걸로 간주하고 원래 예약한 4인용 큰 방으로 옮겨주겠답니다. 대체, 같은 호텔 묵으면서 매일 짐싸는건 무슨 일이고, 내 권리를 찾기에 참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게 기가 막힙니다. 아 물론, 와이파이 같은건 돈주고 사려 해도 없답니다. 인테리어는 비교적 깨끗하지만 미니바 냉장고는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식사..
여행지에서 아침은 여러가지로 중요합니다. 바쁜 아침에 빠르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점과 더불어 그 나라 그 도시의 특색있는 메뉴를 맛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베네치아에서는 아침을 정말 맛나게 먹었더랬지요. 하지만 여기는, 아침이 군대 배식 수준입니다. 하도 끔찍해서 아침을 못 먹고 길 나서는 날 오히려 식구들은 더 즐거워 했습니다.
뭐 호텔만 이런가하면 전체적으로 끔찍합니다. 다 상기하기도 꿉꿉하고, 일일이 쓰기는 더 귀찮지만 몇가지 사례만 이야기합니다.
둘째날 로마패스 살 때는, 표를 어디서 사는지 알아내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렸습니다. 로마 사람 특유의 두가지 기질 때문입니다. 첫째 기질입니다. 빼도박도 않게 자기소관이 아닌한 무조건 다른데로 가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둘째는, 그 가리키는 방향이 매우 확언적입니다. 설마 잘못 가르쳐줄거라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탈리아 사람은 자신이 모른다는걸 인정하기 싫어해서 잘못된 정보도 매우 확실하게 가르쳐준다고 하더군요. 매번 새겨 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지요.
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ㅠㅜ
-역의 경비원에게 로마패스 어디서 사는지 물어봅니다. 저기 역무원이 판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역무원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잠깐 한가지만 묻겠다 하니 줄 서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줄을 서서 내차례가 되어 로마패스 살 수 있냐고 물으니,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고 'News stand!' 한마디 합니다.
-뱅뱅 돌아 가판대를 찾아 로마 패스 있는지 물어봅니다.
-'Sold out!'하고 끝입니다.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다시 물어보니 거리 이름을 말합니다. 테르미니 역안에 있다고 들었는데 뭔 소린가 싶어 있었더니, 종이에 펜을 들어 거리주소를 적어줍니다.
-지도를 꺼내들고 역 건너편의 거리를 가보는데 있을리가 없습니다.
-다시 역으로 들어와 다른 신문가판대에 가서 물어봅니다. 로마 패스좀 팔아주실래요?
-손가락으로 단호하게 가리킵니다. 그 방향에는 아까 뉴스가판대로 보낸 역무원이 보입니다.
화도 나고 어이없어서 어떻게 할까 궁리하던 차에, 아내가 뉴스스탠드의 점원이 바뀌었으니 다시 물어보라고 합니다. 이 사람은 처음으로 다른 방향으로 가르쳐 줍니다.
'24, information'.
24번 플랫폼 근처에 인포메이션 가보란 소리 같습니다. 그쪽으로 갔더니 드디어 판매대가 있었습니다. 별거 아닌데 감격이 되더군요.
'24, information'.
24번 플랫폼 근처에 인포메이션 가보란 소리 같습니다. 그쪽으로 갔더니 드디어 판매대가 있었습니다. 별거 아닌데 감격이 되더군요.
그도 잠시, 이젠 끊임없이 느린 이탈리아식 처리 시스템의 횡포에 놀아납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5분도 안걸릴 정도의 사람들이 서있는데, 근 한시간 기다려 로마 패스를 살 수 있었습니다. 아니 팔아주셨습니다 고맙게도. 물론 그 와중에 새치기 세번, 관광객끼리 말싸움 등 소란이 많았지요.
뭐 이 뿐이겠습니까. 표 하나를 잘못 사서 환불하려고 역에 갈 때마다 10번도 넘게 시도했지만,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은 자연스럽게 이해될 정도입니다.
로마인, 선조는 위대했지만, 현재 살고 있는 이탈리아인들은 참 못나보였습니다.
물론 최대의 관광지인 로마, 그리고 관료적인 테르미니 근처의 사람들이 주로 제공한 인상이긴 하지만, 제 발로 걸어와 수많은 유로를 사용하는 관광객의 접점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다면 이런 실망에 에둘린 관점도 크게 틀린 시각이 아닐듯 합니다.
물론 최대의 관광지인 로마, 그리고 관료적인 테르미니 근처의 사람들이 주로 제공한 인상이긴 하지만, 제 발로 걸어와 수많은 유로를 사용하는 관광객의 접점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다면 이런 실망에 에둘린 관점도 크게 틀린 시각이 아닐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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