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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 2011] 9. Night walk till rain 본문
드디어 로마 입성입니다.
테르미니 역 근처, 숙소에 여장을 풀고 제일 먼저 성모 마리아 대성당(Santa Maria Maggiore)에 갑니다. 한 부자가 성당을 기부하려고 하던 차에 교황이 꿈을 꾸었는데, 한 여름에 눈이 내리는 곳에 지으라는 계시를 받지요. 설마 했는데 과연 흰 눈이 내린 곳이 있어 성당을 지었다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입니다. 그래서 별명도 설지전(雪地殿)이에요. 로마 4대성당 중 하나입니다.
7월의 이탈리아는 일광절약시간을 운용중이라서 9시나 되어야 해가 집니다. 그러니 저녁 때도 덥지 않아 오히려 다니기 쉽습니다. 가벼운 산책삼아 나선 길이지만 내쳐 걷습니다. 매일 순례자처럼 걷다보니 꽤 피곤했지만, 마침 로마오는 기차에서 한참 잘 쉰 덕에 멀리 걸을 수 있을듯 했습니다.
분수의 여왕이라는 트레비 분수. 사실 분수가 아니더군요. 엄청난 조각 모듬 세트 사이로 물이 날아들 뿐이었습니다. 그 규모와 조각의 아름다움은 왜 트레비가 그리 유명한지 스스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보려던 계획을 바꿔, 물가에 걸터 앉아 한참을 보고 또 봤습니다. 이 분수를 만든 아그리파와 고대 로마의 수로 이야기부터, 헵번의 로마의 휴일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지루한 줄도 몰랐습니다.
하긴, 한참 봤다고 생각해도 또 새로운게 보이고, 누가 또 저거봐라 하면 신기한게 다시 보이는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볼거리가 많지요.
여행 전부터 정이 가던 스페인광장과 스페인 계단은 실제로 봐도 참 좋더군요. 특히, 공간자체를 가득 채운 젊음의 열기가 인상적입니다. 아버지 베르니니가 만들었다는 배모양 분수도 흥겨운 볼거리였지요.
마침 어둠이 내리고 가로등이 켜져 로마의 야경을 본격적으로 감상하려던 차에,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여행이 일상의 일탈이라면, 그 비일상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 여행의 참맛이기도 할 것입니다. 피할 수도 있었지만, 하루의 마지막인지라 온 식구가 비를 흔쾌히 비를 맞았습니다. 어렸을 때 이후로 처음 비를 줄줄 맞아봅니다. 더위도 식고, 비 피한다고 다들 급한 움직임 속에 오히려 스틸 사진처럼 느린 우리 가족만의 동작이 품고 있는 여유도 좋습니다. 애들도 아내도 다 재미있어 합니다.
그렇게 로마의 첫날은 온갖 낯설음, 설레임, 노곤함 속에서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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