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들이 철학적인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늘 명랑하던 아이가, 가을을 타는지, 사춘기가 된건지 삶이 단조롭다느니, 의미를 못 느끼겠다는 등 복잡한 속내를 비칩니다.

금요일부터 아들과 좀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늦게 퇴근하고 토요일은 지방에 결혼식 다녀오느라 하루종일 집을 비웠더랬지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자전거 타러 나가려던 중 우연히 아이의 요즘 트윗을 봤는데 마음이 짠했습니다. 말수 적은 녀석이지만 그 속에서 미묘히 혼란스러운 기미를 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자전거 타려던 계획을 바꿔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잠에 취해 눈도 못 뜨는 아들, 살살 깨워 묻습니다.

"아들! 아빠랑 자전거 탈래, 산에 갈래?"
"우웅.. 산.."

아이 기준으로 새벽 댓바람인 일요일 8시에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합니다.

빈속에 올라가긴 그렇고, 하산 길에 식사하긴 좀 어중간합니다. 
오후에는 가족 식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집근처에서 아이 좋아하는 추어탕을 한그릇 먹입니다.
아침엔 밥술을 거의 안 뜨는 아이지만, 추어탕은 입에 맞나 봅니다.
덜어둔 제 밥까지 더 가져다 뜨끈하게 속을 채웁니다.

아침먹고 청계산 자락에 와서 주차한다고 오락가락하니 10시. 
엄마에게 복귀를 약속한 시간은 1시로 시간이 넉넉치는 않습니다.

등산로 입구에서 이수봉 정상까지 한시간 정도에 올랐습니다.
아이도 이마에 땀이 송글거리고, 저는 하늘이 노랗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올라갔기에 좀 여유가 있습니다.
정상에서 땀을 좀 식히고 길을 되짚어 내려옵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아까 올라올 때는 그렇게 힘들고 끝이 없어 보였는데, 금방 잊혀지고 쉬운 일이 되어 버렸어요."

그래..
그래서 이런 말도 있단다.
This shall pass.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아무리 힘든 일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고, 아무리 좋은 일도 또한 사라지고 다시 안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지.
결국, 변화하는 상황 자체를 받아 들이고 순간 순간 감사하며 사는게 중요해.
그리고 어떤 상황이라도 너의 그 모습 그대로를 아빠는 사랑하니까, 항상 자신감 갖고 살았으면 한다.

실제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말 이상의 대화를 몸으로 함께 한 10월의 멋진 날이었습니다. 아이에게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는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의지를 더 다지기도 했구요.
돌아와서는 잠시 샤워를 하고 바베큐 외식을 했습니다.

요즘 고기를 잘 안먹었더니 다들 많이 잘 먹더군요.
하루종일 놀았긴 했지만, 좋은 날씨 완벽한 기온을 잘 즐겼으니 그것으로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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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abi 2011.10.14 19:28

    격언이나 금언이나 아무리 금쪽같은 귀절이라도 잊혀질 수 있으나
    '사랑받고 있다'는 감은 마음에 새겨지지요.
    좋은 날을 보내셨네요.^^

    • BlogIcon Inuit 2011.10.16 13:34 신고

      네. fact는 잊을지라도 moment는 남기를 희망하고, 그러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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