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사정으로 지원이 뚝 끊겨, '레알 성남'에서 '리즈 시절'로 반전 직하한 한 해였다.
그 어렵던 작년 상황에서도 아시아를 제패했던 초 강팀은, 남은 선수를 팔아 운영비를 마련하는 기막힌 상황을 이어갔다. 몰리나, 정성룡, 전광진, 조병국, 최성국 등등 돈 되는 스타는 다 갖다 팔고, 신인 키워가며 꾸역꾸역 하위권부터 치고 올라왔지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언감생심.
결국 유일한 로또 반전의 기회는 내년도 아시아챔피언스 리그 직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는 FA 컵 우승. 위의 만화처럼 리그 성적 포기하고 아예 FA 컵 올인 분위기로 전환하여 드디어 어제, FA 컵 결승전을 홈에서 치뤘다.
흔히 마계대전이라 불리우는 명승부답게 매우 박진감 넘치는 결승이었다. 점수가 안나도 시간이 어찌 가는줄 모르게 일진일퇴가 빠르고 박력 있었던 경기. 치열한 승부만큼 심판 판정에도 많이 민감한 그런 경기였다.
어쨌든, 올 한해 제대로 말아먹은 조동건 선수가 후반 교체 후 절묘한 헤딩으로 결승골을 넣고 1:0으로 성남 우승. 재미 제대로였던 경기다.
성남이 언제 이렇게 FA 컵 따위에 연연하는 팀이 되었는지는 차치하고, 그나마 어려운 상황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낸 선수들과 신태용 감독에 존경심이 든다. 실제로 내 삶에 많은 교훈과 귀감이 되고 있다. 명문이라는 팀의 DNA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 우승하는 건 실력과 자원 이외의 요소가 분명 필요하다는 점, 고기도 먹어본 넘이 먹는다는 점을 여실히 봤다.
성남 자체로 보면 내년 지옥문이 활짝 열렸다. 승강제 준비를 한다고 게임수는 대폭 늘어나는데 아챔까지 뛰면 강등이 바로 눈앞이다. 시즌 끝나면 돈되는 사샤, 김정우, 라돈치치까지 대거 팔아야 할게 빤하고, 최악의 경우 신태용 감독+홍철까지 세트로 빠져나갈 수도 있는 상황. 올해보다 더 거센 도전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보는게 성남 응원하는 재미랄까..
아무튼, 부임 첫해 준우승 두개, 둘째 해 아시아 제패, 셋째 해 FA 우승을 연이어 이룬 신태용 감독과 그와 혼연일체가 된 노란 전사에게 경의를 표한다. 내년 걱정은 내년에 하고, 남은 시즌은 우승의 감흥을 그냥 느껴도 충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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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정말 축하합니다~!! 내년엔 우리도 우승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성남팬 동생이 우승컵을 드는 사진을 보내온게 아니라 시스타 사진을 보내줘서 한참을 웃었어요ㅋㅋㅋ -
토댁 2011.10.17 13:20
씨스타가 뉘신지 모르는 아쥠 1 인~~~^^
저희 집은 야구를 더 조아라하네요.
요즘 울집 남정네들이 야구보느라 티브를 점령하는 바람에
쩡으니랑 저는 걍 놀아요~~^^
즐거운 가을 하루 되세요^^ -
mindfree 2011.10.17 14:29
프랑스를 일주하는 뚜르 드 프랑스 경기의 코스 및 종합우승자에게는 노란 색 저지를 줍니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황금저지'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레이스 중에 관중들이 '누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한 데서 이어진 전통이라는데요. 성남의 노란색 유니폼을 보면 마치 그 황금저지가 떠올라요. 아무튼 대단한 팀입니다.
우승 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