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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Inuit 2011. 11. 8. 22:00
말을 다루는 재능으로 치면, 신진 작가 중 최고의 반열이라 평가받는 김애란. 그의 후속작이 나왔다고 들었을 때, 시간의 문제이지 곧 보게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을 좀체 읽지 않지만, 가끔 드라마가 땡기듯 이야기와 함께 느긋하고 싶을 때 소설을 읽곤 합니다.

마침 이번 입원 중 독서목록은 좀 딱딱한 책들이 많아, 휴식을 위한 한권으로 택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사실, 김애란이라는 이름 석자만 보고 무조건 샀지, 책이 대체 무슨 내용인지 단 한 단어의 단서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 병상에서 읽다보니 싱크로 제대로입니다.

김애란

책을 압축해 광고하는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간의 이야기는 전작인 '침이 고인다'에서 많은 진보를 보입니다. 전작에서는 신세대 작가 특유의 톡톡 튀는 감성과 재치있는 필치로 화려한 테크니션의 면모를 부각했다면, 이번 책은 삶의 묵직함에 대한 성찰이 경쾌한 이야기 솜씨로 실타래 풀듯 술술 넘어 갑니다. 마치, 재기 발랄한 여학생 이미지에서, 돌아온 누님의 속내 같은 뭉근한 감동이랄까.

이야기의 큰 축은 여느 부모와 아픈 자식의 이야기입니다. 급한 사정으로 갑자기 부모가 된 주인공의 상황을 빌린 부모 되기의 두려움에 대한 정서, 모든걸 희생해도 자식에겐 아깝지 않은 무조건적 자애, 그러나 사랑하기 때문이 사랑하지 못할까봐 두려워 하게되는 인간적인 부모의 마음 귀퉁이가 깨알같이 적혀 있어 부모는 물론 부모 아닌 사람까지도 부모되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반면, 일상에서 만나는 부모 상황과는 좀 다른, 어려운 병 걸린 환자의 세계는 그 생생한 묘사가 아프지 않은 사람 마저도 병원의 약냄새가 훅 느껴지게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부모인데다가 병상에서 읽었으니 그 마음이 절절히 교감이었겠지요.

이야기는 별다른 반전 없이, 무리 없이, 과장 없이, 속절 없이 그렇게 결말을 향해 갑니다. 하지만 그 중간 중간의 일상들과 얽힘, 힘겨운 와중의 진중한 노력 등으로 인해 빼곡하게 뻔한 이야기가 다채롭게 채워집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과도 똑 닮았습니다. 거칠게 줄이면 뻔한 이야기지만, 술자리에서 이야기로 풀자면 밤샐만치 매일 매일 흥미로운 모험과 여정이 풍성히 이어지는 날들.

남의 불행을 위안삼아 행복을 자위하는 것처럼 양심에 찔리는 일이 없지만, 사람은 또 그런 구석을 필요로 하는 나약한 존재일 것입니다. 어쩌면 소설의 소임은 일상의 의미로움과 지금 가진 것의 소중함을 극한 상황에 투영시켜 안전하게 부각시키는 데 있는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지는 분들, 이 책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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