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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정석

Inuit 2012. 2. 14. 22:00
이것도 솔잎일까?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제격이라는 식의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환경이 개체에 부과하는 자기부정적 예언은, 넘기 힘든 선을 스스로 긋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래학 저술가로서의 최윤식 저자의 솔잎은 따로 있는듯 합니다. 그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한국의 미래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 예측입니다. 제가 가장 인정했던 '2020 부의 전쟁'은 그 한권 만으로도 저자를 수많은 경영저술가와 구분하는 색과 깊이를 지닙니다.
다만, 생업으로 인한 다작시대에 접어들면서 함량 미달의 쪽글 양산체제가 되어 아쉽던 차였는데, 이 책만큼은 전작 '부의 전쟁'의 명맥을 잇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최윤식

순항은 아닐지라도, 큰 문제는 없어보이는 한국입니다. 하지만 미래는 어떨까요. 먼 미래말고, 곧 다가올 10년을 보면 어떨까요?

저자가 제시하는 개념은 '예정된 내리막'입니다. 시나리오상 가장 가능성이 큰 미래이므로 반드시 이뤄진다고 보기보다는 개연적으로 일어날 미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 예정된 내리막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저자는 여섯가지 덫을 말합니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 인플레이션에 의한 자산가치 하락, 개인부채의 과중, 일자리 감소, 퇴직연금의 붕괴 그리고 세금 폭탄입니다. 살펴 보면 각각의 덫이 배타적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요인간의 인과관계를 중시하는 시나리오 기법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통계학적 미래동인과 성장동력의 쇠잔이 빚게될 필연적 결과들이기도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자식이 결혼하고 퇴직이 가까와올 시기에 목돈을 마련할 방법은 주택자산의 처분이라는 개연적 필연성을 보면 부동산 버블의 모습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겠지요. 마찬가지로 일자리 부족과 고령화가 야기하는 연금자산의 고갈과 세수 부족이 의미하는 바도 명확합니다.

전작인 '2020 부의 미래'가 주로 사회적 경각심 환기에 있었다면, 이 책은 그런 경종에도 불구하고 질주하는 고장난 기관차에서 개인적으로 옥체보존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둡니다. 

실무적 해답이 100 퍼센트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황금 피라미드니 하는 작위적인 개념은 그나마 원론적 방향성의 의미라도 있지만, 소득효과-복리효과-꿈효과라는 부의 창 시스템은 일반 직장인에게 자못요원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만큼 지난한 길인걸요. 

가장 활동이 왕성한 인생 전반기에 벌 수 있는 돈이 10~12억이라고 합니다. 반면, 은퇴후 50년간 필요한 돈이 약 18억이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이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의미를 곱씹어 보는 기회를 주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솔직히 까자고 작정하면 이 책도 '2020 부의 전쟁'의 다이제스트 판 또는 업데이트 본이라 폄하할 소지도 다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빤히 벌어질 암울한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긴다는 존재론적 의미만으로도 가치는 인정할 만합니다. 굳이 전작과 달라진 톤이 되는, 이러한 '망할 미래'에 대응하는 개인의 자세라는 측면은 좀 더 이성에서 감성레벨로 인식을 전환하는 효과가 큽니다. 어쨌든 책값 이상의 깨달음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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