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폰 앱은 플립보드(Flipboard)입니다.
처음에는 그 '만져지는' 멋진 UI에 반했지만, 갈수록 다른 매력에 빠져 듭니다. 한눈에 파악되는 비주얼, 모바일 특유의 끊어 읽기 적합한 짧은 글들, 그리고 쉽게 SNS 공유가 가능한 등등, 전체 사용자 경험(UX)이 강렬합니다.

그러다보니, RSS는 고사하고 트위터도 잘 안 보게 됩니다. 플립보드가 선별해 주는 컨텐츠를 그냥 쉽게 소비합니다. 스낵을 먹듯.

뿐만 아닙니다. 아이폰은 제 토막시간을 알뜰히 메워줍니다. 트위터는 거대한 야적장에서 쓸만한걸 건지는 느낌이라 가장 주의력이 낮은 시간에만 사용합니다. 버스나 신호등을 기다리는 때가 그렇지요. 좀 길게 시간이 남으면 RSS 리더나 클리퍼에 저장된 내용을 읽습니다. 

그런데, 이런 살뜰한 시간 메우기가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요. 하루에 읽는 문자수는 많아졌을지언정, 읽기라는 행위는 파편화 되고, 사고 또한 분절적이 되었습니다. 꽤 많은 정보를 섭렵하는 느낌은 들지만 깊이라는 측면에서의 아쉬움은 진하게 느껴집니다. 과연 저만 그럴까요?

Nicholas Carr

이 책은 '집단 주의력 결핍'시대를 사는 우리의 뇌에 메스를 들이댑니다. "always connected world"에서 독서가 비생산적인듯 느껴지지만, 사실 산만함이 일상화된 우리의 뇌 자체가 깊이 있는 읽기나 사고에 비적합하게 바뀐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뇌의 가소성(plasticity) 때문입니다. 심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긴 합니다.

뇌과학의 성과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책을 쓴 제 입장에서, 이 책은 반은 일리가 있고 반은 엄살이라고 봅니다. 즉, 산만함에 길들여져 깊이가 없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저자의 근거도 타당합니다. 하지만, 지식인들에게 종종 고질화된, 기술에 대한 공포가 저변에 자리잡은 것도 사실입니다. 모바일로 짧은 글을 자꾸 읽어 생각이 퇴화하면, 예컨대, 짧은 글을 프린트해서 아날로그로 읽으면 생각이 깊어질까요 산만해질까요. 반대로 긴 글을 독서 전용 태블릿으로 읽으면 실물 책에 비해 효과가 과연 떨어질까요. 떨어진다면 그 폭은 얼마나 될까요.

저자는 맥루한의 개념, 미디어가 메시지를 규정하고, 도구가 인간을 확장시키며 변모하게 만드는 통찰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습니다. 분명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간이 산만해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되, 적응시기를 거친 후의 모습에 대해서는 지나친 우려 일색이란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제 사례를 들면, 25년전 처음 XT 컴퓨터를 들여 놓았을 때, 모니터만 보면 단 한글자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이 꽉 막혀 진전이 안되었습니다. 종이에 펜이 있어야 글이 술술 써졌지요. 그래도 생산성 때문에 PC를 이용하기는 해야겠기에, 초벌을 적고 옮겨 적다가, 개요만 적어 옮기고, 이제는 목차정도만 아날로그로 작업하면 글을 쉽게 씁니다. 책도 한권 쓰고, 블로그도 근 10년 되도록 운영을 하니까요. 반면, 이제 종이에 긴 글을 적으려면 답답한 느낌이 많습니다.
 
이를 보면, 분명 미디어는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이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주장처럼 타이프라이터가 섬세한 고전작가들의 문체와 문장길이까지 변화시켰을지 몰라도, 미디어 자체 뿐 아니라 미디어가 몰고 온 환경 변화의 총합이 인간을 변화시켰다고 보는게 더 온당하지 않을까요.

다소 까끌하게 글을 적었습니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또 고맙게 여깁니다. 시간을 아낀다고 오히려 생각의 힘을 떨어뜨리는 '생산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주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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