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hony Robbins

참 두꺼운 책입니다. 이 책에 대해 여러 할 말이 있지만, 두께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800페이지임도 1200페이지 정도 되는 부피감이 느껴집니다. 물리적으로 책을 손에 들기도 어렵거니와, 심리적으로도 이 책을 가까이 두고, 또는 집중력 있게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두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살벌한 부피감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서평을 보다보면 이 책 잡고 6개월 보냈다느니 1년 지나 다 읽었다는 이야기가 언뜻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을 본 이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겝니다.


몇달 전인 2월에, 단단히 마음먹고 매일 한챕터씩 읽었습니다. 술자리에 다녀와서도 자기 전에 읽고, 야근에 지쳐 눈이 게슴츠레 감겨도 읽었습니다. 신자가 독경하듯, 선사가 도를 닦듯 닥치고 읽었습니다.


내안의 거인을 깨워라

어처구니 없게도, 이 두터운 책의 주제는 딱 하나입니다. 스스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자는 것이죠. 어찌보면 가장 상투적이면서 가장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입니다. 현세대 식자들에게 자기계발서는 - 대개는 그 내용도 잘 파악 못한채로 - 식상함과 진부함, 그리고 상업성의 징표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몇개의 원전급을 제외하고는 자기계발서에 대해 매기는 점수가 박합니다.


그렇다면 이 책이 제가 높이 평가하는 원전(原典)인 ‘일곱가지 습관’이나 ‘GTD’ 반열에 드는 오리지낼러티가 있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대중강연을 통해 다져진 실력으로 논리를 쌓아올린 라빈스 씨의 주장은 군데군데가 어딘가를 무척 닮았고 낯이 익습니다. 성공한 강연자들이 종종 그렇듯,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가는 재주는 있되 컨텐츠와 철학이 탄탄하게 짜인 것도 아닙니다.


Workshop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이 책을 애호합니다. 읽으면서 많이 고마움도 느낍니다. 이유는 책 자체가 어떤 새로운 자기정돈(self organizing) 체계를 정립하여 논파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체계(framework)가 무엇이든 간에, 독자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것을 목적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기 보다, 옆에 붙어 변화를 돕겠다는 목표가 뚜렷합니다.


아주 거칠게 간략화하면, 책이 주장하는 방법론은 간명합니다. 프랭클린의 체계에 저자가 별도로 수련한 NLP(neuro linguistic programming)을 가미한 방법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전 방법론 자체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사용하는 시간관리 기법은 프랭클린과 GTD를 혼합해서 제 나름대로 쓰고 있습니다. 물론 분석이 습성화된 제 눈에 NLP를 섞은 부분은 유니크함이 보이지만, 방법론으로서의 성숙도보다 결과의 담보력을 증강시키는 현실적 지향이 더 유효하게 느껴집니다.

Counselor

이 책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책의 전반적 인상은 고매한 학자가 강의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산전수전 다 겪은 사촌형이 세상 풍파 겪어본 이야기를 침튀어가며 이야기해주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키워드로 뽑아서 암만 설명해봤자 이미 여기저기서 들어본 이야기에서 한발짝도 더 못나갑니다. 그러나, 이 책을 하나의 이야기체계로 받아들이고, 그 중 몇가지라도 내면화하면 내적인 힘이 강해지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거기에서 이 책의 소임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삶이 정체되었다고 느낄 때,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큰 결단을 내리고자 할 때 이 책을 곁에 두고 저자와 이야기 나눠보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네치아에서 비발디를 추억하며  (0) 2012.12.14
배드 사이언스  (4) 2012.05.10
내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14) 2012.05.05
현대축구의 전술, 알고봐야 제대로 보인다  (4) 2012.04.14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8) 2012.02.26
오늘의 과학  (0) 2012.02.18
  1. BlogIcon G.DP 2012.05.05 17:35

    며칠동안 단숨에 읽었을 정도로
    제겐 참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자기계발서 중
    네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를 뛰어 넘는 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군데군데.. 어디서 본듯한 구절이 있는 것은
    이 책의 구분이 자기계발서 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라빈스도
    다른책들을 읽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뛰어넘기는 커녕 발끝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자신의 성공적인 내외적 경험과
    이를 토대로 타인들을 성공하게 해준 자신의 성공코칭 경험을
    있는 그대로... 소설처럼 읽기 편하게 쓴 책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기계발서는 대부분...

    머릿속에서만 흘러가는 단상들을 짜집기했거나
    남의 책들 이쪽 저쪽 베껴쓴 문장들이 너무나 많이 보입니다.

    저자 본인의 경험과 코칭능력에 대해 의심된느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는.. 구판과 신판 2번 구입했습니다.
    정말... 감히 이책을 '위대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BlogIcon Inuit 2012.05.07 21:27 신고

      네. 많이 도움이 되셨나봅니다. ^^
      특히 며칠만에 단숨이 읽으신건 정말..

  2. 아공 2012.05.05 23:28

    NLP가 주장하는 것들은 과학적 경험적 증거가 부족하지 않나요? 직접적으로 말하면 사이비 과학 아닌가요. 동종요법이나 물의 과학이나 NLP라는 말이 들어간 모든 책은 피하는게 시간 낭비를 줄이는 길인 것 같습니다.

    • BlogIcon Inuit 2012.05.07 21:28 신고

      NLP는 전체를 신봉하기엔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실제적으로도 활용가능한 것이 있는걸로 압니다.

  3. BlogIcon cooco 2012.05.06 18:53

    7~8년 전에 두권으로 나눠진 걸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네 안의 잠든 거인이라는 표현이 아주 좋았죠.
    제가 뽑는 자기계발서의 최고봉입니다.
    라빈스가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란 영화에 나왔단 얘기를 듣고
    그 영화를 다시 봤던 기억이 새롭네요.

  4. BlogIcon G.DP 2012.05.08 00:22

    제가 책을 빨리 읽지는 못하지만.. 이런류의 책들을 왜그런진 몰라도 빨리 읽히 더라구요. 그땐 시간도 많았기도 하구요..^^" 여하튼 유익한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5. BlogIcon 광이랑 2012.05.08 11:23

    어느정도 시기가 지나니 자기 계발서를 잘 안 읽게 되더군요. 특히나 이런책은 무지 싫어하는 책이라서.. 하지만 이누잇님의 서평을 보니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 BlogIcon Inuit 2012.05.08 21:05 신고

      어떤 '계기'가 있을 때 읽으면 더 효과가 좋을거란 생각을 합니다. ^^

  6. BlogIcon 신정훈 2012.05.08 21:57

    좋은 책 한번 구입해서 읽어야겠습니다!
    다시 자기계발에 신경써야 할 시점이라~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7. BlogIcon Fox 2012.11.07 02:29

    한번 읽어 보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힘든시기에 도움이 됬으면 좋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