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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또라이 제로 조직

Inuit 2012. 12. 22. 09:00


Robert Sutton

(Title) No asshole rule


이 책은 제목이 에러다. 


‘빌어먹을 자식’, ‘상종하기 싫은 녀석’ 등의 어감이지만 상당한 분노를 내재하고 있는 ‘Asshole’을, 우리말 한 단어로 표현하기가 사실 어렵다. 구어에는 상당 정도 쓰이지만 점잖은 글에서 쓰기에는 짐짓 민망한 정도의 '격정'이 있는 단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우리말 유사한 범주의 한 단어 '또라이'로 대체하려는 노력은 가상하다. 하지만, 제한적 내향성을 지닌 '또라이'와, 외향적 상처를 내포하는 'asshole'은 극명히 반대의 지향점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정체성과 핵심 메시지가 또라이라는 키워드에 오도되고 마는 점이 가장 아쉽다. 책 읽는 내내 또라이를 asshole로 바꿔 읽어야 하는 인지적 노력과 피곤함 만큼의 아쉬움이다.


실제로 책을 구매할 때, 나는 직장 내 저성과자 또는 괴짜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또라이가 아닌 asshole을 다루므로, 권위적이고 동료, 특히 부하의 자존심과 창의성을 말살하는 못된 인간이 주제다. 인신공격하고, 위협하고 모욕하거나 망신과 무례를 일삼는 사람들.


물론, 이런 종류의 주제도 얼마든지 다룰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한국적 맥락에서라면 이런 알파 메일(alpha male)은 이미 유년기에서부터 사회적 조율과 필터를 거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제가 미국보다 더하지는 않다. 따라서, 책의 효용도 태평양을 건너는 만큼쯤은 희석되게 마련이다.


책의 일관된 주제는 asshole을 아예 들이지 않는 ‘no asshole 규칙’을 조직에 규범화하자는 것이다. 물론, 신규 인원의 유입시에 철저한 검증 프로세스를 만들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사람을 짧은 시간에 알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는 asshole도 있게 마련이라 발견된 asshole을 해치우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 또한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해고가 자유롭지 못해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다.


몇가지 불편한 점을 적다보니 책이 영 쓰레기 같이 보이지만, 그래도 책의 주장은 귀 기울일 부분이 많다. 실제로 어느 조직이나 이런 '개자식'들이 있게 마련인데 asshole의 비용을 생각하면 어떤식으로든 조직은 내부 정화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우기, asshole은 동화하고 집단성장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조직내 비중의 티핑 포인트를 넘으면 그 조직의 미래는 뻔하게 마련이다.


서튼은 내가 좋아하는 책,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의 공저자다. ‘지행격차’를 다뤘던 전작의 예리함에 비해, 이 책은 사실 불만스럽다. 컬럼 정도면 충분할 내용을 책 한 권 적느라 고생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