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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Inuit 2013. 1. 18. 20:00

김동조

아.. 아쉽다.


연말연시 휴가 때, 이번도 전년에 이어 다리가 온전치 못해 스키를 타지 못했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여유로운 휴양 모드로 지냈다. 

사실, 연말연시 휴가 때 읽으려고 고이 아껴 뒀던 책이다. 평소 hubris님의 블로그를 RSS로 읽으면서, 건조하지만 예리함이 빛나는 그의 글들을 좋아 했더랬다. 내가 그의 트윗과 블로그 글을 추천하고 소개했던 적도 있었으니까, 말로만 좋아한 것 이상이다.

그래서, 그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구매를 했고, 나중 산 다른 책을 먼저 읽으며, 이 책이야말로 연말연시 쉼표에 어울릴거라 생각했다. 진지하지 않으면서도 통찰이 넘치는 글맛을 기대했다. 휴가 중 스키장을 바라보며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고 야금야금 읽으려, 피노 누아 한병과 이 책을 보전해 두었었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기대가 커서일까. 실망이 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책은 분명 본전 생각나지 않게 공들여 적었고, 제법 알차다. 아마도 아쉬움은 내 스스로 기대에 대한 안타까움일 것이다.

가장 큰 아쉬움은 내용이 신선하지 않다는 점이다. 레빗 씨의 괴짜경제학과 에두아르도 포터씨의 '모든 것의 가격'의 시각과 논점의 국어판 변주에 가깝다. 분명 표절도 아니고 꼭 같은 내용도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무척 닮았다. 기막힌 요리사가 개업을 했다고 소식 듣고 가보니 맥도날드류의 햄버거를 메뉴로 내놓는 딱 그 느낌이다. 먹을만은 하고, 한끼 때우기 돈 아깝진 않은데, 허전하고 아쉽다.

분명, 다른 포스팅에서 확인했듯, 시류에 맞는 소재를 독특한 세상보기 틀로 면밀히 들여다 보는 저자의 실력은 꽤나 실하다고 아직 믿는다. 그리고. 이렇게 치열히 궁구하고 구조를 들여다보는 관점이 습관화된 트레이더라면 큰 성공은 못해도 큰 실패는 안할 것으로 믿어진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그의 장점과 매력을 잘 못 살린 것 같다. 특히, 출판사는 뭐했는지 문장이 온라인체 또는 지나친 문어에 가까와 거친데도 냅둔 점도 아쉽다. 명료하고 간단한 어투가 정렬되지 않아 산란한 느낌이 강했다. 호흡 짧은 블로그에서라면 용인될 문투지만 책에서는 까끌거리고 답답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이나 '까칠한 시각'이란 워딩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힘을 빼서 글을 엮는다면 분명 둘째 책은 이보다 재미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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