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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판타지 본문
오세아
모스크바 하면 잘 알듯 하면서도 은근 막연하다.
붉은광장, 크레믈린 궁, 테트리스.. 음.. 그리고 추위..? -_-a
이런 '평균적' 한국인의 눈으로 생면부지의 모스크바에 적응하면서 발견하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적은 책이다. 마케터 출신 답게 감각적이며, 사진이 많아 설명적이기도 하다.
다만, 그림책에 가까울 정도로 사진이 많다. 뒤집어 말하면 텍스트의 절대량이 부족해, 서평을 쓰기조차 민망한 스토리의 빈약함이 도드라진다. 어찌보면 책의 컨셉 상 용인해야 할 부분이다. 저자의 심로를 따라 잿빛의 무뚝뚝한 도시에서 하나씩 색이 입혀지며 온기가 도는 과정을 따라 경험하기에는 좋다. 그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단점을 짚어 나가자면, 풋내기 사랑의 느낌이 강하다. 아직 러시아어조차 읽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이주 1년 지난 저자의 마음은 연애 초기의 열병 느낌이다. 제목 그대로, 판타지다. 기분좋은 달뜸이 있지만, 저 시간이 지난 뒤에, 아픔과 시련 그리고 세월이 뭉근히 녹여내는 깊은 맛이 없다. 재미삼아 읽기는 견딜만 하지만, 뭔가 배우고자 읽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총평하면, 이 책은 딱 패스트푸드다.
깔끔하고 보기좋으며 빨리 읽히고 트렌디하다. 그러나 대량 생산의 박정한 인공미와, 허기는 달래져도 포만감은 없는 허전함이 뒷맛으로 맴돈다. 딱 패스트푸드의 그 뒷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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