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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러시아인 이야기

Inuit 2013. 2. 3. 10:00

김병호


지구 표면적의 1/7을 차지하는 나라. 
동-서간 시차가 11시간 나는 나라. 한때 미-소 경쟁 중 한 극의 주축이 되었던 나라 러시아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나라에는 몇가지 키워드 이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머나먼 나라다.
한-소 수교가 이뤄진 것이 1990년 즈음이고, 그 전까지는 냉전 시대의 대결구도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중공'이라 불리웠던 중국보다도 러시아는 먼 나라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몇가지 흔한 오해도 많다.
  • 모스크바는 시베리아 한 가운데 있어 춥다. 
  • 모스크바는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쯤 위치해 있다. 
  • 러시아 아가씨들은 다 이쁘다. 
생각과는 다르다고만 하겠다.

책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주제를 외줄타듯 간다. 그래서 경박하지는 않지만 딱히 남는 인상도 없는 밋밋함이 특징이다. 책을 읽으면 몇가지 문구랄지 주제의식이 머리에 남지만, 잡지를 읽으면 '아, 시간 잘 때웠다'라는 느낌과 꼭 같다고나 할까. 
어찌보면 저자의 전작이 인문사회적으로 너무 묵직해, 이번 버전에서는 가벼움을 추구했다는게 보인다. 그래도 어정쩡한 포지션은 안쓰럽다. 

내가 이 책을 보며 가장 괄목하고 본 부분은 아틀란티즘과 유라시아니즘 간의 대립으로 러시아의 동역학을 설명한다든지, 고르바초프에서 옐친, 푸틴으로 넘어오는 정치 계보간의 주요 맥락이다. 이런 부분은 기자 출신의 러시아 전문가로서 충분히 무겁지 않으면서도 재미난 이야기 거리가 많은 부분이다. 앞의 일반 여행 가이드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을 과감히 쳐내고 저자의 강점을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도 전문성이 심히 모자라는 '모스크바 판타지' 보다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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