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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주식에 집중투자하라

Inuit 2013. 5. 25. 10:00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이 쓴 주식 관련 책이 얼마나 있는가?
의사, 변호사, 단타전문가의 책은 있어도, 펀드 매니저가 직접 쓴 책이 많은가? 
내 기억에는 별로 없다. 외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우리나라 도서시장은 매우 좁기 때문에 RoI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소위 굳이 장사 밑천에 해당하는 '비법'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그냥 글 쓰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얻을 것이 없다.
둘째, 쓸데 없는 리스크를 안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어차피 좁은 업계에서 평판과 성과로 이미 평가 받고 있는데, 굳이 새로 책을 써가며 고생할 이유가 없다.
더 얻을 영광은 조금이되, 폄훼될 브랜드 자산 가치는 높다.

그 결과는 어떤가. 
척박한 컨텐츠 시장이다.
맞건 틀리건, 펀드매니저가 어떤 관점과 논리를 갖고 투자에 임하는지를 책을 통해 알 수 없는 우리나라 독자와 투자가는 불쌍하다.
자업자득인 면도 있지만, 협소한 언어공간에 놓인 우리나라 독서시장의 치명적 취약성이기도 하다.

말이 길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희소하고, 난 높은 평점을 준다.
얻을 부분 보다 잃을 부분 많은 저자가 용기있게 자신의 밑천과 철학을 깠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내 책도 같은 과정을 겪고 있지만, 글 쓴 공임도 안나오는 전문서적 시장에서 금전적 이득보다는 지적 기여를 하는 용단을 내린 부분도 긍정한다.

이준혁

책의 의의만 짚고 넘어가기는 심심할테니 책의 얼개를 요약하자.

책의 핵심 주장은 제목과 일치한다.

좋은 주식에 집중 투자하라는 것인데, 밥먹으면 배부르다는 당연론이 아니다.

책이 논박하는 대척점은 흔히 말하는 분산투자, 포트폴리오 투자다.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드는게 일종의 상식처럼 되어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 대표선수다.
하지만 저자 이준혁은 명백히 반대의사를 표현한다. 
결국 분산을 통해 평균 수익률의 감소만 초래하고 분석의 부실만 야기하니 똘똘한 놈 몇개에 집중하는게 옳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은, 재무학에서 다루는 CAPM과 효율적 시장가설(EMH)등 여러 재무 가설에 기반하여 논리를 전개하지만, 이는 학문적 기초를 눈여겨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는 일종의 서비스다. 복잡히 논증할 필요 없이 워렌 버핏이 예전 부터 강력히 주장하던 이야기니 필요하면 내 예전 포스팅을 참조하면 된다.

내 의견?
나 역시 이준혁 저자의 관점에 동의한다. 그냥 시장 수익률 쫒아 망신당하지 않겠다는 펀드는 분산투자도 나쁘지 않다. 운영은 대개 기계의 몫이다. 
하지만 차별적 수익을 내려는 펀드라면 집중 투자가 승부수이자 유력한 답이다.
이유는 뻔하다. 주식시장에서 모두가 동시에 부자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주식은 어떻게 고르는가?
저자의 명쾌한 답을 소개한다.
좋은 주식은 좋은 회사와 좋은 주가의 교집합이다. 

좋은 회사는 펀더멘털을 의미한다.
따라서, 좋은 지배구조, 경쟁우위, 재무적 우수성이 좋은 회사의 기본 미덕이다.

아무리 회사가 좋아도 가격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좋은 주가를 찾아내야 한다.
좋은 주가는 기업가치가 시총보다 높은 회사(달리 표현하면 저평가)와 유동성이 풍부한 회사다.

사실 좋은 회사와 좋은 주가를 설명하는, 뒷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
너무 교과서적이란 점이다.
틀린 말은 없는데, 이 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통찰은 크지 않다.
아마 이 부분이 저자가 생각하는 '영업비밀'일 수도 있고, 막판에 책 쓰기 힘들어 훌훌 날려 써내려 갔을 수도 있다.

책의 뼈대를 추려 놓으면 단순하다.
저자는 좋은 주식 몇가지에 집중투자할 것을 주장한다.
단순한 만큼 강력하고, 또 재야고수가 아닌 주류 선수가 쓴 책이라 특이하다.
독자의 경험과 지적 배경 따라  크게 배울 점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적 결과물을 공유하는 저자의 자세에 고마움을 표하고, 이 책의 논지를 깊이 이해하는 몇명 독자는 큰 돈 벌 수 있으므로 이 책의 가치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