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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 본문
테러집단에 미개하고 공격적인 문명.
이희수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구에서, 이슬람처럼 그 많은 환상과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개념체계가 있을까.
나 역시 그런 시각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부지런히 읽고 공부하고 있다.
첫번째 오해.
기독교와 이슬람은 매우 상극인 종교인가.
아는 사람도 많지만, 모르는 사람도 꽤 많은 부분이다.
이슬람과 기독교는 한 뿌리다.
수녀님의 복장과 무슬림 여성의 복장이 유사한만큼이나, 이슬람과 기독교는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은 종교다.
이름만 보아도, 이브라힘(아브라함), 무사(모세), 이사(예수), 이스마엘(이스마엘), 야꾸브(야곱), 누르(노아), 아뎀(아담), 마리얌(마리아), 슐레이만(솔로몬), 다우드(다비드) 등 수많은 무슬림 이름이 유대의 이름들을 그대로 이어 쓴다.
다만 이슬람은 무함마드를 아담-이브라함-모세-예수에 이은 마지막 예언자로 보는 부분에서 두 종교는 갈라진다.
또한, 이슬람의 시각에서 보면, 하느님의 계시가 오역, 변질되는 부분이 많아 무함마드 이후로 강한 원칙을 고수하여 순수한 고대종교의 정신을 더 잘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어쩌면 이런 결벽적 원리주의가 이슬람의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오해.
'한손엔 칼을, 한손엔 꾸란을'에서 보듯 매우 공격적인 종교 아닌가.
이 말은 근대에서 이슬람에게 덧씌운 망령같이 추잡한 이미지이다.
꾸란에는 '종교는 어떤 강요도 있어서 안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되려, 무슬림에게 면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정복자 무슬림들은 현지 인원이 개종하는 것을 오히려 싫어했다.
다만, 경제적 동기로 자발적 개종을 막기 힘들어 demarketing을 했음에도 정복지의 개종자가 많이 늘었다는게 책의 견해다.
(개종에 대한 중립적이되 유럽식의 분석은 '고대세계의 만남' 리뷰를 참조)
셋째 오해.
무슬림은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미개한 인간들이다.
이 부분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즉, 이슬람 종교의 특징이 아니라, 사막 부족의 특성이다.
이 부분은 '공간의 힘'에서도 힘주어 이야기하는 부분 중 하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유대교와 기독교도 사막 부족의 토대 위에 생긴 종교다.
그래서, 유일신에 타종교 배타적이고 가부장적 카리스마가 근간이다.
반면, 각박하지 않고 먹을 것이 풍부한 열대나 온대, 열대 종교는 다신교가 근간이다.
어쨌든,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터키에서는 여성이 수상까지 갔고 이 나라들은 사막적 정서가 없는 지역들이다.
이슬람의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생소한 부분도 많지만 매우 흥미롭다.
중매 및 형사취수
이 부분은 우리나라와도 유사하다. 무슬림은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 아닌, 가족과 가족의 결합으로 본다. 따라서, 재산권 및 혈연공동체간의 연대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바로 수계혼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형사취수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라마단
가난한 자나 부유한 자가 동일 조건을 공유하게 해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한다. 라마단 이후 엄청난 사회기부가 이뤄지는데, 세금을 통하지 않고 부가 재분배가 되는 유효한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부수적 효과도 있다. 장기 단식을 통한 체중감소 및 잔병 치유의 효과로 인적 자본의 정비효과도 얻는게 라마단이다.
얇지만 임팩트가 있는 책이다. 핵심은 이거다.
유대족과 아랍족은 언어마저 같은 셈계 언어를 쓰는 셈족의 분파다.
다만, 근대 유대족이 땅을 비집고 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중세 이후 기독교인과의 부의 쟁탈전을 통해, 증오의 감정으로 유럽에서 씌운 단단한 오명이 무슬림을 감싸고 있을 뿐이다. 문명의 충돌 따윈 없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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