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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본문
다카노 가즈아키
한번 시작하면, 책장 덮을 때까지 회사 가기 싫어 회사 잘릴 각오하고 보라는 다소 호들갑스러운 서평을 보고 고른 책이다.
여름 휴가 때 읽으려다가 바빠서 지나치고, 추석 연휴 때 읽었다.
책 많이 읽는 나지만, 시간에 늘 쫒기기 때문에 소설은 거의 못 읽는다. 그래서 소설 읽는 시간이란, 내게 사치와 과소비이고 다르게 보면 내가 나에게 주는 휴식과 보상이다. 그리고, 그렇게 재미난 책이라면 중간에 흐름이 끊겨 방해 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결론은?
뭐 책장 덮기 전에 회사 못 갈 정도의 진득한 흡인력은 아니다.
연휴에 읽으면서 중간에 가족과 외출도 하고, 외식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했지만 책에 미련 남아 책상을 못 떠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대수준을 낮춘다면, 층분히 매력적이고 재미난 책임은 사실이다.
내용은, 인류에 단절적 진화가 일어났고, 그 초인류를 둘러싼 이야기다.
하고픈 이야기는 많지만,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나름 소심한 반전과 탄탄한 스토리라인이 있어, 책 읽는 재미가 반감될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외형적 미덕만 몇가지 언급하자.
#1
책은 꽤 공들여 쓴 흔적이 넘쳐난다.
처음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흐르고 윤곽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 좀 지루하고 진도가 더디다.
하지만, 인트로 세팅이 끝나고 인물의 캐릭터가 잡힌 이후에는 물흐르듯 빨리 읽힌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진 단서가 치밀하게 맞아 들어간다. 공들인 티가 나는 부분이다.
#2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작가의 강한 혐오는 많은 공감이 간다.
오히려 그래서 너무 무난한 느낌도 있다.
#3
한국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기비평이 돋보인다.
즉, 과거 일본이 한국을 제노사이드했던 부분을 주인공의 시각을 빌려, 비판한다.
그 보상인지 한국인 조연이 꽤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하고.
#4
번역은 매끄럽다.
내가 읽은 중, 매우 잘된 번역서 중 하나다.
문장이 껄끄럽게 튀지도 않고, 글 읽는 속도를 잡아두듯 모호하지도 않으며, 마치 처음부터 한국어로 적은듯 자연스럽다.
안 보이지만 대단한 내공이다.
잘은 몰라도, 이 같은 장르에 익숙하거나, 일본어 공부가 깊거나, 작가랑 친하거나 이 들 몇의 조합일듯 하다. (솔직히 난 모른다)
SF라고 볼지, 추리소설로 볼지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흥미진진하고 과학적 양념이 진하게 밴, 잘 짜여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보기 바란다.
진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읽으면서 깊은 사색을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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