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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다 급히 3중뇌 가설을 폐기한 이야기

Inuit 2017. 4. 18. 17:13

2016 발간된 '사장의 '이란 책을 읽는데, 아래의 그림이 눈에 띄었습니다.

 


구뇌, 중뇌, 신뇌의 3중뇌 이론입니다. 처음 나왔을 저도 이론에 매혹되었습니다. 책을 집필하며 이 체계적인 프레임을 활용해 설명할게 너무 많아 의욕이 넘쳤습니다


그러나 리서치를 계속 할수록 3중뇌 가설은 기각해야할 가설로 여겨졌습니다. 몇개 문서 말고는 학문적 지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심이 커질수록 저는 많이 당황스러웠지요. 의사결정의 구뇌-감정의 중뇌-이성의 신뇌, 파충류>포유류>인간의 뇌. 골격으로 전체 스토리를 구상했었으니까요. 논문 써보신 분은 이 갑갑한 심정 공감하실겁니다. 한참 전개해놨는데 근원에서 흔들리는 경우.


그러나, 아는 범위에서는 최대한의 과학적 엄정함을 목표했기에 부분을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갈 없었습니다당시 블로그 인연은 지금 페친, 트친과는 다른 가족적 느낌이 컸는데, 의대 졸업반이신 블친께 긴급히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구뇌 또는 도마뱀의 뇌에 대해 학문적으로 짚어가고 싶은 분들을 위해 당시 주고 받은 서신 일부를 공개합니다.


질문

 

대뇌변연계란 이름을 지었다는 Paul MacLean은 뇌 삼위일체 가설을 세웠다 합니다. 의사결정을 하는 구뇌, 감정을 담당하는 중뇌, 이성을 담당하는 신뇌.


이를 신봉하는 무리가 뉴로마케팅 학파입니다. 컬처 코드와 뉴로마케팅 같은 책들입니다. 하지만, 신경학적으로 수용되는 이론이 아니라 들었습니다. 3위일체는 아니지만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도 저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신뇌-중뇌-구뇌라는 구분을 개념적 상징화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뇌에서 그에 해당하는 담당 구역이 있는지가 요즘 제 화두입니다. 일단 이성적 추론을 하는 신뇌가 대뇌피질, 감정을 담당하는 중뇌가 대뇌변연계라는건 무리 없습니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구뇌는 뇌간, 소뇌 등 일텐데 이 부분이 항상성 유지 말고 실제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수 있을까가 관심입니다. Damasio (Descartes' error)의 첫머리를 읽는 중인데, 감정이 의사결정에 영향 주는 이상의 언급은 아직 못찾고 있습니다. 뉴로마케팅 류의 책들도 이 부분에 대해 두리뭉수리 넘어가지 명확한 근거는 못대고 있습니다. 주어진 '정리'처럼 쓰지요.

 

현재 제 가설은, 신뇌-구뇌 정도 이원론이 적합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성과 감정으로.


 의학적 설명

괜찮은 그림을 찾았는데요. 

(dead link now)

이 그림에서 1, 2, 3, 5번은 대개 맞는 내용이구요.^^

 

  4번은 본능이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은 몸의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호르몬을 분비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데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혈압을 유지하거나 몸의 수분을 유지하거나긴장도를 유지하는 등의 일을 하게 되는 것이고요^^


  그리고 말씀하신 뇌간은 조금 근본적으로 눈을 박이고 얼굴의 감각을 조절하는 등 뇌신경의 중추인 뇌신경핵들이 위치할뿐 아니라(이게 엄밀한 의미의 중뇌, 그리고 그 밑의 뇌교입니다.) 내려갈수록 (위에서 말한 "연수; medulla oblongata") 호흡을 유지하는 등의 중추적이면서고 근원적인 역할을 합니다.


  소뇌는 마지막으로 대뇌의 명령이 내려진 것을 정교하게 수행하는 역할을 해서, 예를 들어 피아노를 치는 행동을 대뇌가 하지만 피아노를 잘 치게 되면 그 피아노는 소뇌가 치고 있는 것이죠.. 대뇌가 치라는 명령을 내리면 소뇌가 치게 되는.. 즉 익숙해진 행동은 소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등..

  

아직 의사결정의 담당 부위를 결정하는 것은 미궁 속에 빠져있기 때문에 저희도 변연계가 감정을 담당하며 세포층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어 어떤식으로 signal을 보낸다는 식으로만 배웠어요.


아직은 너무나 micro한 수준의 연구만이 진행되고 있어서 아마도 이런 부분을 의학적으로 밝혀낸다면 노벨상을 받게 될 것 같아요 ㅠ.ㅠ;

 

그리고 의학관련 서적에서는 신경학쪽에서는 이런 부분을 아예 다루지 않고 신경해부학쪽이 그나마 가깝지만 책에서는 대개 구조를 다루고 기능은 micro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결국 inuit님이 원하시는 부분을 다루고 있는 의학서적은 거의 없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드네요..ㅠ.ㅠ;;

 

 마무리 답장

편지 드리고나서 저도 공부를 좀 더 했습니다.


Damasio의 연구를 보면 의사결정에 감정이 필수라는 생각을 합니다. 편도나 대뇌변연계를 다친 사람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면서도 의사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이유는, 복잡한 팩트를 감정으로 코딩해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재를 벗어난 상상에도 감정이 개입됩니다. 그래서 감정의 기관을 다친 사람은 합리적으로 사고하지만, 정작 의사결정은 못하는 상태가 되나봅니다. 결국, 감정이 인간의 진화에 큰 영향을 끼친점을 알았습니다. 

말씀처럼, 3위일체설 학자들(?)이 말하는 구뇌 (뇌간+소뇌)는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고 실증되지 않은 하나의 가설인듯합니다. 결국, 본능을 발현하고 진화의 비밀이 녹아있는 감정기관 (대뇌변연계)이 신피질과 협업해서 의사결정하는게 맞는듯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기관을 상징적으로 도마뱀의 뇌라 부르는듯 합니다.


이렇게 해서 마음은 아프지만 3위일체 가설은 속시원히 버렸습니다. 정확하게 학문적으로 짚어주신 덕에 헛시간 안버리게 되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제 책이 뇌과학을 경영분야에 접합한 매우 초기의 저술인데, 비과학적 토대가 끼어들어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내용 자체도 이런 토론에 의한 개발이 뒷받침되어 통섭적인 설명을 옳게 가져갈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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