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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블록체인 본문
블록체인 스터디의 첫번째 책인 '블록체인 혁명'은 매우 풍성한 함의와 깊이 있는 통찰이 돋보이는 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최악급의 번역이 진가를 빛바래게 만든 점이 아쉽다는게 중론입니다. 저도 읽으면서 저자가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꽤 많이 들었습니다. 기계적 번역을 하거나 오역에 가까운 무리한 번역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일견 이해도 갑니다. 블록체인 개념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난해함 때문에 도입과정이 '제2의 인터넷'이 아니라 '제2의 리눅스'의 경로를 따르지 않을까하는 비관적 견해도 최근 화제가 되었습니다.
William Mougayar
그런면에서 스터디의 두번째 책인 '비즈니스 블록체인'은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스타트업 투자자, 멘토로 대중적 눈높이를 이해하며 기술을 풀어가는 저자의 솜씨가 돋보입니다. 눈에 전혀 거슬리지 않는 깔끔한 번역은 감지덕지의 보너스입니다.
이책의 장점은 보다 비즈니스 친화적으로 정리해 나간 부분입니다. 블록체인의 복잡한 기술보다 비즈니스적 함의에 집중해서 배우고자 하는 저와 스터디 멤버에겐 적절한 가이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줄임말(acronym)은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ATOMIC은 소개하고 싶습니다. 신뢰가 보장된 블록체인에서 가능해지는 것들의 앞글자를 따서 뭉쳤습니다.
Asset
Trust
Ownership
Money
Identity
Contract
솔직히 보고 돌아서면 바로 잊혀지는 조어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 요소들을 잘 뜯어보면 비즈니스와 세상 변화의 기회가 생깁니다.
예컨대, 모든 실물 자산은 블록체인 기반이 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 가능합니다. 여기에 스마트 계약이 들어가면, 소유권 이전의 조건이 발동하면 바로 거래와 계약이 동시에 이뤄지고, 여기에 크립토 코인을 얹으면 지불과 정산까지 완료됩니다. 이 과정에서 신원은 필요한만큼 가리되 충분한 정도로 확인시켜줄 수 있고요.
흥미롭게도 저자는 블록체인이 확산되면 가장 먼저 타격 입을 섹터로 금융을 꼽습니다. 지금까지는 '신뢰할만한 미들맨'으로서 분에 넘치는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지만, 신뢰를 분산화된 합의로 이뤄내는 블록체인이 등가의 신뢰를 담보한다면 저 거대한 비효율 덩어리는 스스로 무너질 수 밖에 없긴 합니다.
그 외도 차고 넘치지요.
우선 정부가 그렇습니다. 특히 혼인신고, 여권 발급, 차량 및 자산 등록, 출생 및 신원 증명, 자산의 등록 및 세금 등 거의 대부분의 활동이 미들맨 없이 증명가능한 투명한 신뢰기반의 블록체인으로 서비스할 수 있습니다. 헬스케어와 에너지 산업은 불보듯 빤한 섹터이고요.
물론 앞서 말한 부분은 지극한 상상일 뿐 몇 년뒤일 수도 있고 수십 년 뒤의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기득권인 거대 기업은 저항할 것이고, 정부는 권력의 상실이란 의미이므로 강하게 규제 및 길들이고 싶을 것이고, 스타트업에서 시작하기에는 인프라가 여의치 않은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도입되어 의미있는 기회로 변환되기까지 거의 7년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웹페이지를 개설하려면 무선 라디오 라이센스를 부과해야 한다는 말이 바보같아도 아주 이상하지 않게 들리던 시절이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저만해도 그렇습니다. 공대에서 석사과정을 할 때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도입된 실험용 인터넷을 사용했습니다. 엄청 신기해했지만 그 기술이 오늘의 세상을 만들거란 상상은 못했습니다. 회사에 들어갈때쯤 모질라 브라우저를 보고 이 기술이 이렇게도 쓰이는구나 놀랐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점진적인 효과 증명이 응축되어 폭발하는 순간 인터넷을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꿨습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 상상은 뒤에 돌아보면 꽤나 유치했다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상상이 다른 상상을 만나 크고 작은 실험을 하고 이 결과들이 모여 폭발성을 보일거란 점은 어렴풋 이상으로 느껴집니다.
Inuit Points ★★★★★
책은 매우 경쾌하게 읽힙니다. 물론 1번책인 '블록체인 혁명'에서 압도적 깊이와 난삽한 번역의 더블 펀치에 호되게 당한 후라 더 쉽게 읽혔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서술과 사례가 적절하며 그러면서도 깊이를 크게 희생하지 않는 균형감이 좋습니다.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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