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Portugal 2018: 19. Tomb of dead kings 본문
여행 마지막 날.
원래 날씨나 돌발상황으로 놓칠 곳을 보충하려 예비로 빼둔 날입니다. 하지만 예정해둔 여행 포인트는 대부분 클리어한 상태.
오비두스(obidus)를 갈까도 생각했었습니다. 진자(ginja) 또는 진지냐(ginjinha)라 불리우는 체리주가 유명합니다. 하도 이뻐서 왕비에게 선물로 준 마을이라 왕비마을이라는 별칭도 마음을 끕니다. 가보면 좋긴 하지만, 여행의 말미에 장거리 여행이 약간 부담스러울듯도 하여 리스본 시내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뭐하지?
식구들과 간단히 이야기해 본 후, 오늘 일정은 고공 테마로 정했습니다. 리스본은 도시 경관이 수려합니다. 도시 안에서 봐도 이쁘지만 위에서 보는 풍경은 절경이지요. 먼저 소피아 전망대에서 시내를 보고, 비센테 성당을 지나 알파마를 크게 돌고, 제가 가장 아껴뒀던 꼬메르시우 광장에서 식사를 하며 일정을 1차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식구들 쇼핑 타임을 준 후 호텔에서 잠시 쉬고 야경 한번만 보고 끝내는 가벼운 일정으로 설계를 했습니다. 모두 좋다고 동의했습니다.
호텔 조식을 먹고 길을 나서는데.. 아아. 탄성이 나옵니다. 예보로 예상은 했지만 상상이 짧았습니다. 햇살이 쨍하고 온도도 따스하고 날씨가 환상입니다. 떠나기전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햇살이 구석구석 비치는 아름다운 골목을 살살 걸어 소피아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어찌나 이쁜지. 딸램은 집에 가기싫어를 연발하고.. 사실 저도 돌아가기 싫었습니다. 풍경이 지루할때까지 충분히 보고 다시 길을 갑니다.
비센테 성당도 대지진 때 많은 사람이 상한 곳입니다. 리스본의 수호성인을 모신 성당이니 그랬겠지요.
이어서 판테온.
로마의 판테온처럼 멋지지만 의미는 다릅니다. 로마 판테온을 그 이름처럼 모든 신을 모신 만신전입니다. 그 이름이 로마의 속국들로 오면서 이베리아에서는 무덤을 뜻하는 개념으로 변했고, 리스본의 판테온은 왕들의 무덤입니다. 입장하려고 하니 돈을 내라고 합니다. 건물은 멋지지만 포르투갈 왕 따위는 별로 관심이 없어 되돌아 나옵니다.
포르투갈 왕가를 이야기하면 할 말 많지요. 우선 역사 시대가 한참 진행된 후 건국해서 신비감이 없어요. 부르고뉴에서 건너온 두 기사, 본국에서 job이 없어 이베리아로 건너온 두 기사가 무슬림과 싸움에서 공을 세워 까스띠야 왕의 두 딸과 결혼합니다. 언니와 결혼한 기사는 스페인의 왕이 되지만, 동생과 결혼한 사람은 포르투갈 백작령을 갖고 시작하지요.
아무튼 제 관점에서 포르투갈 왕가의 유죄는 황금기에 들어온 재물을 나라 발전을 위해 쓰지 못한 점입니다. 왕가와 귀족문화에만 빠졌고, 미래를 위한 산업 발전에 부의 물줄기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시대상황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요구일수도 있으나, 해적질을 해서 나라를 세운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남의 나라 조선소에 위장 취업해서 산업을 배운 표트르 황제를 단지 아웃라이어라고 치부하기엔 그 결과 차이는 상당히 크니까요.
유럽의 숟가락이라는 세비야도 있긴 합니다. 수많은 신대륙의 재화를 실어 나르는 보물 항구이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맛을 못본 스페인, 그 까를로스 대제는 신성로마제국 황제노릇하느라 폼이라도 잡았지요. 스페인은 영토와 인구가 많았던 탓도 있지만 무적함대 깨지기 전까지 해양기술에도 많은 투자를 했었습니다. 크리스토발, 콜럼버스는 포르투갈에 까이고 퇴짜맞고 난 이후에 기독교 왕 이사벨과 페르난도의 지원을 받았고, 최초의 세계일주를 한 마젤란도 포르투갈이 품지 못한 항해사 마갈량이스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있습니다.
어쨌든 유럽 기준에서 포르투갈은, 같이 붙어는 있지만 좀 덜 떨어진 이웃느낌인듯 합니다. 오죽하면 재기 발랄한 페소아가 포르투갈도 유럽에 있는 멋진 나라다라는걸 알리고 싶어 리스본 가이드북을 직접 집필하고,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행선지가 '기차로 갈 수는 있지만, 유럽 사람들이 잘 모르는 신비로운 나라' 컨셉으로 리스본이었을까요.
포르투갈 사람들도 인정하는 부분인데 스스로 유럽의 후진국이라고 자조할 때가 많습니다. 이 자조성도 포르투갈의 큰 특징이긴 합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스페인에 병합되었다가 겨우 독립했지만, 리스본 대지진 이후 하나하나 식민지를 잃어가기만 한 역사. 제국주의 열강들의 선긋기 놀이 때 포르투갈도 아프리카에서 야심차게 선긋다가 영국이 '너 꺼져' 한방에 '어, 그래' 하고 도망온 후 생긴 국가적 열패감.
역사를 훑다 보면 저 왕들이 마냥 멋지지만은 않습니다.
판테온 이야기에 덧붙이면, 포르투갈 왕가는 수세기에 걸친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으로도 유명합니다. 나라가 작아 혼인 풀이 좁은 탓이 첫째, 변방이라 대국과 혼인 교류가 잦지 않은게 둘째 이유인데요. 광녀 후아나가 가장 많이 알려졌고요.
외관은 특상으로 아름다운 판테온을 보며 하염없이 앉아있다가 다시 또 길을 걷습니다. 알파마 골목은 그 자체로 미로 같은 흥미진진함이 있습니다. 다만 미로 속 괴물 대신, 골목마다 보물같은 장면이 숨어있다는게 차이지요.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Portugal 2018: 21. Revolution king (0) | 2018.02.17 |
---|---|
Portugal 2018: 20. The port awakens (0) | 2018.02.16 |
Portugal 2018: 18. Travel is conversation, verbal or not (0) | 2018.02.14 |
Portugal 2018: 17. Leaving Potter (0) | 2018.02.11 |
Portugal 2018: 16. Do you know Futebol? (0) | 2018.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