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오피스리스 워커 (Officeless Worker) 본문
애매합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애매합니다. 프리랜서의 하우투일까, 마케터의 사례집일까, 직업을 대하는 한가지 관점일까.
이 모든 요소를 갖고 있되 어느 하나로 국한하기 어렵고, 섞여 있다보니 에세이인지, 자기계발서인지, 경영서적인지 헛갈립니다.
아마 제목의 탓도 있을겁니다. 원래 제목이 '나는 세상으로 출근한다'였는데 '오피스리스 워커'로 바꿔 다시 나왔습니다. 원래의 제목이라면 키메라 같은 주제의 다발을 더 잘 묶어냈을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면 저는 제목을 보고 프리랜서나 재택근무에 관한 이야기인가보다 생각했으니까요. 어쨌든 제목에 낚여서 흥미를 갖고 목차와 저자 이력을 살피게 되었습니다.
월급을 13번 받는 사람.
저자의 별칭입니다. 프리랜서, 파트타임직, 계약직 이런 이름이 아니라 월급을 13번 받는 사람으로 포지셔닝합니다. 듣기도 근사하지만, 한없이 가벼운 계약으로 클라이언트 회사에 대한 기여와 노력을 다 표현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관점 디자이너'라는 자칭에 걸맞는 훌륭한 관점 변화입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카카오톡에서 배민, 4:30분 등 유명 기업들과 일을 하며 개인과 회사가 성장하는 이야기가 줄거리입니다. 그 속에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 부분이 이 책의 독특한 색채입니다.
주니어로 엄청난 찬사를 받으며 일하다가, 38세 정도 되면 갑자기 조직에서 부담스러운 자원이 되고, 아무 준비한 적도 없이 급작스레 미래걱정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인간형보다 조직이 원하는 부품에 가까울수록 이런 고민의 시기는 빨라지고 강도는 클겁니다. 심지어 요즘같이 모든게 급변하면 조직이 원하는대로 네모말뚝으로 성장했는데, 어느 순간되면 정작 네모말뚝은 더 이상 필요 없지요. 둥근 말뚝이나 최소한 모양을 맞춰 깎을 수 있는 원목이 더 필요하다면서요.
그래서 결국 '주말엔 자기 일터를 욕하고, 월요일에 다시 그곳으로 늦지 않도록 돌아가는' 일상이 반복되지요. 결국 자신의 성장을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채로, 일과 회사를 단순 동일시 하면 언제든 생기는 비극입니다. 일은 회사라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일겁니다. 일이 바뀔수도 있고 도로가 분기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나로서 오롯하지요.
결국 '직이 아니라 업을 추구해야 한다'는게 힘들지만 옳은 답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그냥 공자님 말씀 같이 느껴지겠지만, 결국 업의 관점이 없으면 직으로 바라보며 평면으로 사고하게 될듯 합니다.
그 외는 마케팅 측면에서 관점을 이동시키는 부분에 대한, 저자의 경험 위주로 사례가 많습니다. 대개 재미나지만, 이쪽 공부를 좋아하는 저는, 케이스야 이래저래 많이 접하는지라, 지금까지 말한 일하는 개념에 대한 논의가 제일 좋았습니다. 업을 중심에 놓고 직으로 채우다보면, 오피스가 필요가 없는걸 넘어, 스스로 없애야겠네요. 그래서 오피스리스 워커는 프리랜서를 달관해서 얻을 수 있는 만렙아닐까 싶었습니다.
Inuit Points ★★★★☆
첫머리에 언급했던, 책의 정체성 구분이나 이름 짓기가 중요한건 아닙니다. 중세에 이스탄불 가서 유럽사람은 동양을 보고 왔다고 하고, 동양사람은 유럽을 보고 왔다고 했듯, 각자가 각자의 고민에 따라 달리 보이는 만화경 같은 책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매우 즐거운 독서였고 주변에도 몇 명 추천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없는 사람에겐 그냥 아재 수필로 보일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말합니다. 별 넷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