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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인 더 게임

Inuit 2019. 11. 16. 08:01
회사의 성장이 정체되었습니다. 사업부장 하나가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 해외 출장을 동안 길게 나갑니다. 결과는 성공적입니다. 우수한 잠재고객과 다음 제품의 기획 방향까지 찾아서 복귀했습니다.

보니, 회사 안에서 입에 발린 소리만 하지만 실적은 형편없는 다른 사업부장이 승진을 합니다. 그리고 출장갔던 사업부장은 경고를 받습니다. 물가 비싼 핀란드에서 1주일 머물며 숙박 여비 규정을 7 어겼고, LA에서 탔던 한인택시의 영수증이 불비하며, 출장 다닐수록 규율을 지켜야 하는데 주간 리포트가 몇차례 날짜를 지났다는 이유입니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목격한 사례를 각색한 겁니다.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왕왕 생기지요.

설거지를 하다보면 접시의 이가 빠질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조차 잘못이라면 잘못이지요. 안 깨먹고 설거지 하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환경에서는 손에 절대 물은 안묻히고 뒤에서 방관만 하다가 '저거 봐라 깼다' 득달같이 달려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설거지를 안하니 깨먹은 접시도 없고 흠잡을데는 딱히 없습니다. 세상에선 그들을 전문가라고 부르지요.

Skin in the game: Hidden asymmetries in daily life

블랙 스완, 안티프래질 등으로 이름을 알려진 나심 탈레브는 그의 인세르토 연작 마지막인 이 책에서, 헛소리 전문가를 작심하고 비난합니다.

공정한 사회란, 책임이 균형 있어야 한다. 책임이 비대칭이면 잘못된 거다.

이게 다소 이번 책의 핵심입니다.

살피자면, 이익을 공정히 배분하기보다는 리스크를 균형 있게 배분해야 합니다. 탈렙은 책임 없는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면 안된다고 봅니다. 나아가서는 상위 1% 부를 가진 사람도 잘못된 판단을 하면 상위 10% 또는 상위 80%까지 떨어질 있는 유연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달리 말하면, 책임이 수반되며 시간에 따라 리스크가 균형을 이루는 동적 평형 과정인 에르고드(ergodic) 가정이 구현된 사회, 줄여서 '확률이 평등한 사회' 진정한 평등사회라고 주장합니다. 다소 급격하지만 매우 합리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예 뒷짐지고 참견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신랄하게 까댑니다. 교수, 언론인, 정부 고문 등이지요. 복잡한 해법으로 자신의 용도를 정당화하고 성공하면 영예를 가져가지만, 실패해도 아무 손실은 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탈렙은 '말하는 사람은 행동해야 한다. 오직 행동하는 사람만이 말해야 한다' 섹스투스 엠피리쿠스를 인용하고, 이발사에게 뇌수술을 맡기는 격이라고 외칩니다.

저도 동의하는게, 진짜 선수는 가장 간단한 해법을 사용합니다. 복잡한 해법으로 지식 자랑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실제로 무언가 결과가 나와야 하니까요. 회사는 다녀보지도 않고서 '경영' 지도하는 교수들, 작은 경험을 허영삼은 20 '멘토', 대의가 아니라 자기 이익을 조언하는 공기관의 자문위원들.. 탈렙은 단상 위로 뛰어가 그들의 깃털 장식과 황금 망토를 벗겨냅니다. 다소 과격하게.

저자의 재미난 해부는, 세상은 소수가 다수를 장악하는 상황이 있다 겁니다. 침묵하는 다수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데, 특정 소수는 이거 아니면 안된다고 우기면, 결국 소수의 뜻에 따라 사회가 움직인다는 거죠. 역시 책임과 리스크의 불균형 상황입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발생하는 손해를 시스템에 전가해 버리는.

탈렙의 논점을 받아들이면, 앞으로는 책임을 가르치는게 인간성의 핵심 가치가 수도 있겠습니다. 기계는 책임을 지니까요.

Inuit Points ★★★★☆

나름대로 최대한 정리를 해서 책의 논점이 명확해 보이지만, 실은  책도 탈렙의 전작처럼 읽히지 않습니다. 원래 탈렙의 문투가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뜬금없이 세상에 샤우팅하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웅얼웅얼 우주의 진리를 떠들어 미친 사람인가 싶다가, 갑자기 '오옷'하고 들려오는 한마디는 선지자의 영험한 지혜 같은 그런 느낌.

하지만 말투는 접어 두더라도,  책은 번역 자체가 최악입니다. 읽다가 뜻이 막혀 자주 멈춰 서서 곱씹어야 해서 독서가 즐겁지 않았습니다. 잠깐 검색해보니, 번역의 품질이 나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반대로 또는 맥락을 오해하여 해석 문장이 수두룩하네요. 번역서로는 별셋도 안되는 품질이지만, 영롱한 몇가지 주장이 있어 별넷으로 적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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