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나 쇼핑센터에 가면 두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어느걸 선호하시나요?

 

확연히 에스컬레이터를 좋아합니다.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좋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그런지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서 것인가.

부동산 말고, 건축 이야기입니다. 건물을 포함해 거리, 도시의 관점에서 인간에게 건축이 갖는 의미에 대해 다양하게 살펴봅니다.

 

우선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의 고찰이 흥미롭습니다. 정주냐 이동이냐, 그리고 공적이냐 사적이냐를 놓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이동형, 사적공간이 많이 요구됩니다. 특히 승용차는 대표적 이동형-사적공간인데, 거리에 차를 많이 세워 놓을수록 정주형 공적공간을 잠식합니다.

이제는 고어처럼 느껴지는, 마당과 골목으로 대변되는 공적 공간이 사라질수록 인간은 삭막함과 고립감을 느끼기 쉽겠지요. 반면에 경제적 약자에게는 사적공간이 아직도 부족합니다. 펍과 카페는 친구와 함께 하기 위해 빌려 쓰는 사적공간입니다. 편의점, PC, 코노가 그렇지요. 저자는 힙합 패션의 후드티+헤드폰도 사적공간의 추구 과정으로 봅니다.

 

도시화와 더불어 자연스레 생기는 현상은 자연, 외부환경과의 격리지요. 특히 고층건물은 인간의 생태를 거스르는 필요악입니다. 벽으로 분리된 공간운 안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반대급부로 이웃 및 환경과 분절되는 손해도 있지요. 그런면에서 저자의 두가지 제안이 흥미롭습니다. 하나는 아파트나 고층 건물의 계단실을 노출하자는 겁니다. 계단에서라도 외기를 쐬며 바깐느낌을 갖는건 나쁘지 않을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교실의 리모델링 아이디어도 재미납니다. 어차피 아이가 줄어 빈교실이 많아지는데 반을 대각선으로 날려 채광과 통풍을 시원하게 하자는겁니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나옵니다.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주장은 권력의 정량화입니다.

물리학의 에너지보존 법칙에서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와 등가 교환된다는데 착안하여,

권력의 크기 = 노동의 운동에너지 = 건축으로 체화된 물리량인 위치에너지

가정하여 건축물의 위치에너지를 구해봅니다.

피라미드를 1 했을 롯데타워가 2.6, 현대신사옥이 8.9이니, 그 옛날 피라미드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네요.

 

도시와 거리에 대한 고찰도 눈여겨 봤습니다. 고층건물이 늘어서고, 8차로 넘는 대로가 즐비해지면서 인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져 소외감을 느낀다는 관점은 제가 도시를 걷다 들었던 어렴풋한 느낌의 이유를 알려준 했습니다.

저자가 가장 바라는 점은 걷기 좋은 거리입니다. 차량은 경험이 분절되어 인간 친화적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나가는 거리의 특성도 그러합니다. 교통의 중심지에서 걷기의 중심인 공원까지 이어진 가로가 기본입니다.  여정에 이벤트 밀도가 얼마나 높냐로 성패가 판가름 난다고 봅니다. 얼마나 재미난 것들이 몰려있는지입니다. 관점으로 신촌과 홍대의 과거 그리고 현재를 다시 보니 시사점이 많았습니다.

 

외에도 자잘하지만 재미난 관점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교회가 엄청나게 번성한 이유가 상가로 들어갔기 때문이랄지, 높이가 권력이고 주목이 권력이면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극장은 낮은 무대와 높은 객석으로 권력을 분점한 구조라는 이야기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디오니소스 극장

마지막엔 건축의 양대 산맥이라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꼬르뷔지에 누가 나은 건축가일지에 대해 논합니다. 호날두, 메시 논쟁만큼이나 팽팽할텐데 말이죠. 어렵지만 대담하게 저자의 관점으로 승부를 언도하는 부분도 마음에 듭니다.

 

Inuit Points ★★★★☆

책을 통해 알게 된 바, 제가 에스컬레이터를 선호하는 이유는 연속된 경험 탓일겁니다. 엘리베이터가 차량이라면 에스컬레이터는 골목에 가까우니까요.

건축을 사랑해서 건축만 생각하고, 일견 모든걸 건축으로 해석하려는 무리도 있지만, 덕에 깊이를 이뤄 독자에게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 마치 전시회에 가서 수많은 컨템포러리 아트를 보면서 충분한 지적 자극을 받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별 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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