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uit Blogged
멀티플라이어 본문
"나는 곱해주는 사람이다. 더하는게 아니고."
제가 함께 하며 돕고 있는 창업팀들에게 종종 하는 말입니다. 더하는 역량은 열정 있는 창업팀 멤버보다 못할 수 있어도 각자의 역량 자체를 스트레칭 해주고, 그들간의 역량을 곱해 주고, 제가 가진 약간의 경험과 지식을 다시 또 곱해서 다른 결과를 내고자 하는게 제 의도입니다.
몇달전 이 말을 하고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보게 된 책입니다. 예전에 이 책이 나왔을 때, 당시 필요에 의해 몇가지 발췌해서 보고는 잊어버렸습니다. 생각나서 찾아보니 마침 개정증보판이 나왔길래 진정한 멀티플라이어의 덕목을 살펴 보려 꼼꼼히 다시 읽었습니다.
책은 그대로일테니, 제가 변한거겠죠. 요즘 상황에 잘 부합되어서인지, 제가 조금 더 성숙해졌는지 아무튼 문장 하나하나가 더 와닿았습니다.
리즈 와이즈먼이 리더를 보는 세계관은 이렇습니다.
조직에는, 사람의 능력을 배가해주는 멀티플라이어(mulitplier)가 있고
능력을 활용 못하는 오히려 죽이는 디미니셔(diminisher)가 있다.
Multiplier |
Diminisher |
Talent magnet |
Empire builder |
Liberator |
Tyrant |
Challenger |
Know-it-all |
Debate maker |
Decision maker |
Investor(for people) |
Micromanager |
즉, 멀티플라이어는 재능을 끌어 당기고 기회를 연결해서 그 재능을 육성합니다. 그 과정에서 편안함 속에 건전한 압박감으로 능력을 극대화하도록 돕습니다. 도전을 통해 육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 실전적으로는 질문과 자발적 토론을 통해 답을 찾도록 돕습니다. 때론 답답하게 느껴지더라도 절대 코치가 운동장에 뛰어 들어 공 몰고 골대로 달려가지 않습니다. 자기 책임하에 능력을 키우도록 인내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디미니셔는 반대입니다. 재능을 소유하려 하고 축적하는데 골몰합니다. 잘못된 점을 강하게 비판하여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만일 희의를 하면 결론만 바로 전달합니다. 답을 제시하고 결정해주고 세부사항을 지시하지요. 내가 세세히 돌보지 않으면 이 조직은 망할거라는 걱정을 달고 삽니다.
여기까지도 재미난 포인트고 새겨둘만 합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습니다. 와이즈먼의 세계관에서는 전형적 멀티플라이어도 전형적 디미니셔도 없습니다. 실제로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는 공통의 특징이 있습니다. 과업 지향적이고 스마트하며 시장에 대한 통찰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리더는 애초부터 제다이(jedi)와 시스(sith)로 태어나는게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과 상황에 따라 어느 성향이 발현되는 겁니다. 마치 아나킨 같죠. 와이즈먼은 이를 'accidental diminisher(어쩌다 디미니셔)'라고 부릅니다.
개정판에서 추가된 세가지 유형을 더하면, 상황적으로 디미니셔가 되는 아홉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 Idea guy
-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의 주변엔 아이디어들이 잠자기 쉽다
- Always ON
- 이런 보스 밑에서는 외향적인 사람들만 득세. 머리속에서 mute 버튼을 누름.
- 에너지가 전염되길 바랬지만 소극성만 대전염
- 리더가 항상 ON이면 나머지 사람들은 OFF
- Rescuer
- 위기 국면은 성과를 내는 사이클임. 중요한 배움의 기회를 박탈
- Pace setter
- 리더가 빨리 달릴수록 나머지는 느려짐. 차라리 구경하는 편을 선호
- Rapid responder
- 리더가 다 답을 하게 되면 traffic jam. 조직은 전체적으로 느려짐
- Optimist
- 리더가 너무 낙관적이면 나머지는 부정적이 됨. Struggle을 인정받지 못할까봐
- Protector
- 다치지 않게 미리 보호. 역시 배울 기회 박탈
- Strategist
- 리더가 큰 그림을 생각하면 사람들은 리더에게 맡기고 생각을 정지
- Perfectionist
- 의욕감소. 의기소침
전반부를 읽으며 타자화하고 혹은 악마화하게 되는 디미니셔가 내 모습, 내 친구 모습의 일부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살아오면서 직장이나 여러 조직에서 봤던 디미니셔 중 일부 모습이 얼핏 이해됩니다.
저 사람도 의도가 나쁘진 않았을 수 있겠구나. 방식이 잘못 되었을 뿐.
결국 멀티플라이어가 포스를 사용하는 제다이라면, 그 재주보다 운용하는 철학과 배려의 마음이 더 중요할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시스들도 나름대로 세상을 구하는 목표는 있을테니 말입니다.
Inuit Points ★★★★★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멀티플라이어랑 제가 시도하는 곱하기는 약간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와이즈먼은 한명의 능력을 키워주는 곱하기라면 저는 팀의 능력이 시너지를 내는 곱하기를 염두한다는 점에서요.
그러나 인간의 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성장형 마음가짐(growth mindset)이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또 개인이 모여 팀이 된다는 점에서는 궁극적으로 같은 곳을 바라봅니다. 와이즈먼의 경력상 경영보다는 연구에 치우쳐 있고, 모르몬 신자 특유의 엄정한 도덕적 가치관이 배어 있습니다만, 그게 불완전성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롱하고 찬란합니다. 숯에 머물 수 있는 탄소 덩어리가 다이아몬드가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즐겁게 읽었고 배운 점도 많았습니다. 별 다섯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