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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본 본문
요즘 커뮤니티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고, 일 관련해서 개인적 관심도 많습니다. 커뮤니티는 사회 자본의 한 요소란 점에서 몇가지 개념을 구글링하다가 문득 사회자본(socail capital)을 학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이 책을 읽었습니다.
제일 먼저 느낀 점은 학문적으로는 꽤 복잡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노동의 생산가치가 급여의 교환가치보다 클때 잉여가치가 생긴다는 고전적 마르크스 주의의 자본론에서 출발해, 인적 자본과 문화 자본 등으로 확산합니다. 개인 수준의 미시적 설명과 행위자로서 개별 노동자에게 축적되고 유동하는 가치를 포착한다는 점에서 신자본이론이 대두되고 사회 자본도 그 맥락 위에서 나온 단어란 거지요. 그냥 만든 신조어나 레토릭의 수준을 넘습니다.
즉 세속적 의미에서 내포되는 '사회에 축적된 어떤 가치'란 점에서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학문적으로는, 위계구조와 사회적 네트워크 그리고 그 안에서의 행위자의 동기라는 세가지 요소로 형식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난 린이 말하는 사회적 자본은 사회적 관계로 포착된 자본이며 행위자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는 자산과 그에 대한 접근으로 정리됩니다.
여기까지 보면 그냥 느껴지는 부분을 학문적 용어로 재기술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의 기여는 그 너머에 있겠죠.
우선은 구조적 구멍(structural hole)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흔히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말하는 약한 링크(weak link)와도 유사한 개념입니다. 내집단 안에서는 정보와 관계가 균질하며 바꿔 말하면 중복적입니다. 따라서 집단 내부에서는 한계 효용이 작아지지만 관계망의 다리를 건너 공통의 링크가 적은 타집단과 연계되면 접근성과 용도가 늘어나므로 사회적 자본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난 린의 견해가 재미난건 흔히 그리는 네트워크의 노드와 링크를 평면이라 상정하지 않고 위계가 있다고 보는 점입니다. 즉 어떤 식으로든 상위 위계의 집단이 있고, 대개 소수가 많은 자원을 가져 피라미드 형태를 보입니다. 그리고 위계간 네트워크가 연결될 때 다양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봅니다.
이 때 사회적 행동의 동기는 자원의 획득을 노리는 도구적 행위와 유지를 하는 표현적 행위로 나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하위 위계 집단은 상위 위계와 접속하면 자원의 가치가 증가하므로 도구적 동기가 더 많고 상위는 상대적으로 표현적 행위가 더 많게 됩니다.
말은 복잡한데 제가 배운 점은 섬과 섬을 잇는 다리 같은 약한 링크보다 난 린의 위계적 구조를 차용하면 구조적 구멍(structural hole)이 아닌 구조적 언덕(structural hill)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생각의 차원이 깊어졌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사회적 자원인 명예, 경제적 자원인 부, 정치적 자원인 권력이 동질적 집단에서 호환가능한 교환가치란 주장입니다. 쉬운 예로 재벌과 권력층이 서로 가진 권력과 부라는 자원을 교환하는 경우가 관찰됩니다. 이걸 저는 경제적 거래라고 생각했는데, 정교하게는 사회적 자원의 변환이었던 거죠. 살면서 많이 본 내용인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써 놓으니 색다른 이해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왔던 개념은 위계간 사회자원의 교환은 직접적인 상호성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상위 위계의 자원을 빌려 쓴 하위 위계의 행위자는 사회적 채무를 진 셈인데 상위 위계의 행위자는 직접 채무를 상환 받기 어려우니, 채무자는 채무를 선전(이 사람이 이렇게 날 도와줬다)하고 채권자는 사회 시스템에서 명성의 증가로 보상을 받는 비대칭 거래가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살다 목격한 상황들로 책의 주장을 대충 알겠고 이해가 가는데, 이걸 이렇게 현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데서 문과생의 엄청난 능력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책이, 교과서에 가까운 건조한 내용이라 리뷰도 바스라지게 건조합니다. 그럼에도 사회자본에 대해 체계적으로 생각해 보는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생각하고 느낀점이 많았고 제가 이런 저런것을 구상해보는데도 이런 체계가 실질적 도움이 되었습니다.
Inuit Points ★★★★☆
매우 딱딱해서 사회자본에 대해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 아니면 딱히 추천할만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난 린이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권위가 있다고 여겨지긴 하지만, 한 학자의 연구 결과인지라 관련 공부가 없는 초심자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읽기엔 난이도가 있습니다.
저는 그냥 아카데미아에서 어떤 견해와 관점을 갖고 있는지, 구성 요소를 어떻게 여기는지만 중점적으로 체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을 구조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기에 별 넷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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