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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시간만 일한다

Inuit 2020. 2. 1. 07:53

인생을 비행이라 가정할게요. 당신의 자리는 어디인가요?

  1. 이코노미석이다.
  2. 비즈니스석이다.
  3. 아직 탑승도 못했다. 게이트 앞이다.

The 4 hour workweek

책의 광고 설명을 빌리자면, '하루 14시간씩 일하면서 1년에 4만달러를 벌던 사람이,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고 한달에 4만달러를 버는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살고 싶은 장소에서 하고 싶은 하면서.

지나치게 호기심을 끌려고 하는 자극적 문구를 좋아하지 않아 그냥 소개만 들으면 읽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관리나 주도적 삶에 대한 책에서 자주 언급이 되고, 재주 있는 이야기꾼인 페리스가 저자인지라 거부감 없이 읽어 보았습니다.

 

책의 핵심은 '미니 은퇴'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모은 , 은퇴하여 멋진 인생을 즐긴다는 전략은 몇가지 문제가 있지요. 먼 훗날 날을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수십년 세월이 결코 가볍지 않을 뿐더러, 실제로 충분한 돈을 모은다는 자체가 꽤나 어려운 반면, 막상 은퇴하여 시간을 뭉텅뭉텅 쓰면서 살아도 그리 즐겁지도 않다는 점입니다. 즉, 은퇴하기 충분한 돈을 모을만한 사람이 많지도 않지만, 혹시 그게 가능해졌다면, 사람은 이미 야심이 너무 많아 은퇴후의 조용한 삶을 견디기 힘들거란 점입니다.

그러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페리스는 미니 은퇴를 답으로 제안합니다. 실제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은퇴 멋진 삶이 뭘까요? 이국의 바닷가에서 조용한 삶을 지내고, 낯선 언어를 배우고, 서핑이나 뜨개질을 배운다든지 그런거 아닐까요.

Why not now? 지금은 왜 안될까요?

책에서 지적하듯, 지금 당장 저런 삶을 산다해도 실제 돈이 그리 많이 들지는 않습니다. 만일 물가 비싸지 않은 나라에서 살기로 작정하면 생활비는 낮은 반면 경험의 보상은 매우 큽니다.

그럼에도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일의 연속성인거죠. 만일 일만 계속 해 돈을 벌 수 있다면 지금 당장도 상상속 '은퇴 후의 '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페리스는 두 가지 답을 주장합니다. 하나는 원격 근무이고, 둘째는 '뮤즈'라고 부르는 자동화된 캐시 머신 사업입니다. 원격 근무는 회사로 출근하지 않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금 직장과 협상을 한 후, 상상 속 그 곳에 가서 살면서 일을 한다는 개념입니다. 뮤즈는, 손을 거의 대지 않고 아웃소싱 위주로 돌아가는 작은 사업체를 만들어 추가의 수입을 노리라는 주장입니다.

 

책의 나머지 내용은 이런 전략의 세부적 팁에 할애합니다. 예컨대 회사에 원격근무를 신청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아양을 떨든 어쨌든, 비싼 교육을 받는 등 방식으로 회사가 내게 투자를 하게 한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아프다거나 친척 방문이라든지, 적절한 핑계를 둘러대고 휴가를 낸다.
(휴가중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일을 등한시 없다며 '원격에서' 엄청난 성과를 보여준다.
가급적 성과가 도드라져 보이게, 휴가 전엔 성과를 적게 낸다.
휴가중 성과는 수치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한다.
휴가 복귀하여서는 (예전처럼) 좋은 성과를 낸다.
상사에게 면담을 신청한다.
"제가 아무래도 집에서 일이 잘되는듯 합니다. 성과의 추이를 보십시오. 허락하신다면 집에서 2주만 일하고 성과를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다시 탁월한 성과를 낸다.
"아무래도 저는 원격근무에서 성과가 좋은 같습니다. 한번 해보다 안되면 다시 회사에서 근무를 보죠."
거절하면 나갈것 같은데, 교육 해 놓은 투자가 아깝고, 실제 성과가 잘나는 점도 아쉽다.
회사가 오케이함.
바로 같은 시간대의 외국에 가서 일한다.
미니은퇴 완성!

이런 식입니다. 진짜로 저래요.

자기 성과 내는 법은 이렇습니다.

회의 참석은 거절한다.
억지로 끌려가면 일이 있다고 나온다.
그래도 안되면 " 회의는 비생산적이라고 생각되는군요." 등등 회의를 싫어하는 티를 낸다.
이상 부른다.

전화가 오면 이렇게 답합니다.

" 지금 바쁘게 일하는 중인데, 도와드릴까요?"

외에 이메일에 답하지 말라. 답하면 버릇된다. 등등 깨알 같은 사항들을 팁이라고 적어두었습니다.

 

책은 인생 비행기 좌석의 업그레이드를 염두합니다. 비즈니스석도 아니고, 파일럿 자리로 가라고 합니다. 여기까진 십분 동의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파일럿이 필요도 없습니다.

게다가 자기주도적 삶과 타인배제적 삶은 다릅니다. 페리스의 조언은 조직 내에서는 거의 실현이 불가능합니다. 예의 때문이 아닙니다. 쓰레기를 다른데로 슬쩍 갖다 두라는 주장입니다. 어차피 쓰레기가 싫으면 옆에 던지고 너만 성공하라고 말합니다. 그게 용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건 용기가 아니라 이기심입니다. 끊임없이 '너만 피해보지 않으면 . 믿어'라고 말합니다. 사회의 전체적 성장과 행복, 사회자본의 가치, 정의와 공리 따위는 '세상이 돌보지 않는데 신경쓰지 않겠어'라는 명확한 스탠스를 보입니다. 돈벌어 사회 기여하면 된다는 투입니다.

 

결론입니다. 미니은퇴라는 상위개념은 매우 훌륭합니다. 3단계 대신 다단계 삶을 살아야 한다는 '100 인생' 한 가지 솔루션이 됩니다. 그리고, 시간 관리하는 부분들, 쓸모없는 일을 제거하거나 단기적 마감효과로 집중하는 들은 유용하며 귀 기울일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엣지 있는 상위 철학과 쓸모 있는 디테일의 중간 부분인 원격근무 팁은 부도덕할 뿐더러 저자로서의 의도 역시 사악합니다. 모두가 프리랜서가 필요도 없거니와, 적지 않은 이들에겐 가치관이나 명예를 위해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박아 놓고, 책이 말하는 4시간 4 달러가 이뤄지지 않아도 스스로 면책이 되는 장치를 박아놓았기 때문입니다. " 가르쳐 줬는데 너가 안한거네." 

 

Inuit Points ★

제가 읽고 좋았고 추천도 많이 했던 '타이탄의 도구들' 비하면, 10년 이전 글이고, 페리스의 데뷔작입니다. 프로인듯 보이고 싶어하는 아마추어 작가의 흔적이 많이 납니다. 그럼에도 매우 정교한 '자기 광고 (self-promotion)' 구조는 이미 이 때부터 명불허전, 빛이 납니다. 적절히 진실하고 적절히 개인적이며 상상을 자극하도록 속삭속삭 이야기합니다. 글은 재미나게 읽히고 뭔가 팁을 얻는 이득적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한발 물러서 생각하면 결국 페리스 자신의 ' 4시간 근무(4 hour workweek)' 책을 썼기때문에 가능해지겠구나 알게 됩니다.

정리하면, 미니 은퇴라는 개념과 실제 시간 사용하고 집중하는 법은 눈여겨 읽어둘만합니다. 직장과 협상하여 원격근무를 하거나 온라인 사업체를 차리는건 개인의 선택의 영역입니다. 책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면 읽는 시간이 아깝거나 책값 본전 생각 나지는 않습니다. 관조적으로 읽으니 흥미로왔고, 별점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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