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미쓰하루

<존 케인즈 - 새로운 경제학의 탄생>이라고 요즘 푹 빠져서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을 중심축으로 케인즈가 살았던 시대의 영국의 상황, 세계의 변화, 그의 삶을 종횡으로 더듬은 책입니다.

경제학에 깡통인 저로서는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이 케인즈 이론의 결과라는 것 (그래서 막연히 케인즈가 미국인이 아닌가.. 생각해왔던 -_-a) 그리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수정자본주의의 막을 열었다는 점만 알고 있었는데, 어떤 것이 "일반이론"인지 그리고 왜 그런 이론이 나온것인지를 알고 보니 경제학에 더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생각하기에 기계공학과 마찬가지로 100년전쯤에 이미 기본 이론이 완성되어 박제된 학문과도 같게 느껴졌던 경제학이, 실은 삶의 현상을 바라보는 주요한 도구라는 것 그리고 그 보는 관점은 그 사람의 철학을 반영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왔습니다.

특히, 마르크스 류와는 다른 금리생활자-비즈니스맨-노동자 의 3계급 이론을 토대로한 세계관은 케인즈가 평생을 걸쳐 변화를 일으키려는 세상의 기본 구성 원칙이었으며 지금도 의미있는 구분인듯 싶었습니다.

또한, 수요-공급 위주의 전통적 경제관이 전폭적으로 수용되어 막상 권력을 잡은 영국의 노동당 마저도 실업의 문제는 가격, 즉 임금을 낮추어 수요 (고용)를 진작해야 한다는 자기정체성과 모순되는 결론을 실행에 옮기게 되자, 직관적으로 이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비자발적 실업은 미시적 수요-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총투자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승수이론에 바탕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일반 이론"을 정립하게 되지요.
이러한 경제학적 모형의 근저에는 노동자가 가격에 따라 노동량을 결정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통찰이 바탕이 되었구요.

아무튼 지금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균형재정을 강조하는 값싼 정부는 없어지고 정부의 복지지출을 근간으로 한 built-in stabilizer를 갖추게 된것은 두말할 것 없는 케인즈의 공이겠지요.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그의 이론에 따라 실업 구제를 위해 정부가 돈을 땅에 묻고 다시 사기업이 그것을 파내게 해서라도 고용을 진작시키는 것이 정부 투자를 통한 사회적 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 (댐 같은 경우는 투자의 결과물이 생산을 늘려버려 원래의 모형과 달라진다는 단점이 있음)에 가장 충실한 모형이 미국의 군수 산업이라는 사실입니다.
생산력의 증가 없이 그냥 단순 지출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그 고용의 규모와 파급효과가 가장 크고, 국가적 안보의 논리로 투명한 공개도 필요없이 단지 "싸워야할 적"만 계속 세우면 된다는 사실은 반세기를 풍미한 냉전과 작금의 이라크 전의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케인즈 경제학이 아니었나 싶어 놀랍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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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qnseksrmrqhr 2009.11.20 14:12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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