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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가 온다

Inuit 2004. 9. 19. 19:35

Seth Godin


몇 년 전 내가 가족과 함께 자동차로 프랑스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우리는 동화에나 나옴 직한 소 떼 수백 마리가 고속도로 바로 옆 그림 같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에 매혹되었다.
수십 킬로미터를 지나도록, 우리 모두는 창 밖에 시선을 빼앗긴 채 감탄하고 있었다.
"아, 정말 아름답다!"
그런데 채 이십 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 소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새로 나타난 소들은 아까 본 소들과 다를 바가 없었고, 한때 경이롭게 보이던 것들은 이제는 평범해 보였다.
아니 평범함 그 이하였다. 한마디로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소 떼는, 한동안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내 지루해진다.
그 소들이, 완벽한 놈, 매력적인 놈, 또는 대단히 성질 좋은 놈일지라도, 그리고 아름다운 태양빛 아래 있다 할지라도, 그래도 지루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만일 ''보랏빛 소''라면 ...자, 이제는 흥미가 당기겠지?


이와 같이 시작하는 이책은 읽기에 부담이 없으면서 느낌은 많이 오는 그런 책이다.
결국 "보랏빛 소"로 대표되는 "리마커블(remarkable)"에 대한 책으로써, 기존에 매스 마케팅의 한계를 뛰어 넘는 방법으로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서 구전에 의한 마케팅을 강조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remarkable의 반대말은 "very good", 즉 무사안일하고 지루한 평범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serve하겠다는 시도를 아예 포기하고 한쪽의 매니아 집단을 철저히 만족시켜서 (나머지에겐 비난을 받을수록 더 리마커블하다) 보랏빛을 부각시키라는 것이다.
이책의 미덕은 정말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책의 한계는?
보랏빛이라는 점이다.
이책은 철저히 보랏빛이다.
양장도 보랏빛이지만, 구성도 두세 페이지마다 섹션화되어 읽기에 쉽다.
사례가 군데군데 섞여 지루하지가 않다.
개념을 반복해서 변주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게다가 이책 자체의 마케팅도 보랏빛으로 했었다.
소수의 사람에게 선보이고 그들이 이 책을 떠들고 다니게끔 절묘하게 메커니즘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책은 결국 보랏빛이다.
결국 매스 마케팅의 문제점은 정확히 지적했지만, 보랏빛 리마커블 마케팅으로 현존 마케팅을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은 주지 못한다. 이책의 대부분 사례는 신규사업자가 성숙산업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에 대한 것이고
어찌보면 니치 마켓 승전 도해에 가깝다. 끊임없이 전면전은 지루하고 낭비적이니 유격전이 최고라고 하면서도 전면전을 해야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결국, 욕쟁이 할머니는 그 욕으로 리마커블해져서 방송도 타고 장사가 잘 되겠지만 그 욕을 프랜차이즈로 만들수는 없는 것이고 그 식당을 IPO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것은 인더스트리의 문제가 아니라 서브하는 시장의 크기 문제라는 소리이다.

잘 보면 이책은 제프리 무어의 Idea diffusion curve상 Early adapter를 공략하는 풍성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보랏빛 마케팅 (저자는 Another P in marketing이라고 까지 한다)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당연히 이책의 저자인 세스 고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