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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시뇨리아 광장까진 계획대로 멋졌는데, 그 다음은 여행객의 법칙이 슬슬 작용합니다. 계획대로 되는 일이란 없다는 여행객의 법칙 말입니다. 시뇨리아 광장 근처에 값싸고 구미 당기는 음식점을 몇개 봐 두었는데 죄다 휴장입니다. 아마 피렌체 최대의 관중 동원력을 지닌 우피치 미술관의 휴관일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배는 고프지, 당장 갈데는 없지, 식구들은 피로한데다 실망감이 가득하지, 참 답답하더군요. 일단 진경으로 허기를 달래려 베키오 다리로 향합니다. 아르노 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는 명불허전입니다.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와 유사하게 다리 위에 건물이 들어선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다리를 한참 보다가, 고픈 배보다도 결국 화장실이 급해져 드디어 식사를 합니다. 주린 만큼 맛도 깊습니다. 이어져 피티 저택을 ..
장군의 전술이 장교의 전략이 되는 지점에서 JSA가 '태휘'를 만났을 때.
조토의 종탑은, 경치가 좋을 뿐 아니라 높아서 시원했습니다. 오래 있으니 쌀쌀하다 느낄 정도로 바람이 셌지요. 충분히 보고, 충분히 쉰 후 시뇨리아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피렌체 공화국의 심장이자 상징인 광장입니다. 길드의 대표들이 시뇨리아라는 의회를 구성했고, 의장의 선출과 중대한 발표가 다 이곳에서 이뤄졌습니다. 침략군도 이곳으로 진주했고, 옥에 갇혔던 메디치도 이 공간을 통해 추방당하고 도주했지요. 메디치 가를 사지로 몰고, 신비주의로 피렌체를 물들였던 요승 사보나롤라도 여기에서 화형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다비드. 그 유명한 다비드도 이 광장에서 시민들과 세월을 함께 했습니다. 흠집하나 없이 균질하게 하얀 거대한 돌덩이를 얻은 피렌체 정부에서 이 멋진 대리석을 어찌 쓸지 몰라 오랜 세월을 흘렸던건, ..
시차증도 가시지 않은 채 그림 같은 베네치아를 하루 종일 보고, 다시 뭍의 메스트레에서 아침을 맞으니 마치 꿈을 꾼 듯 합니다. 다음 도시는 아들의 도시인 피렌체입니다. 호텔의 발코니에 서면 빼곡한 건물 사이로 웅크린 거인 같은 두오모가 보입니다. 과연 피렌체의 랜드마크답습니다. 마법에 홀리듯 짐풀고 바로 두오모로 향합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은 피렌체의 명사들이 총집합한 곳이지요. 내부에는 최초로 원근법을 시도한 마사초의 '삼위일체'가 있습니다. 성당의 겉모양은 기하학적 정렬에서 미학을 추구한 르네상스의 선구자 알베르티의 손길이 닿아 있지요. 재료의 질감이나, 부피의 굴곡이 아닌 거대한 제도판에 그린 패턴으로 자아내는 미감은 색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성당 안에 들어가 구경을 하고도 싶었지만, 서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