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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로마의 시스템이 참 불만족스럽고 사람들이 거칠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지요. 궤를 같이 하여,로마에서 머문 5일 동안 우리 아들은 세번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첫째는 로마에 도착한 날입니다. 테르미니 역 앞의 길을 건너려는데 택시가 쏜살 같이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아이가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다행히 놀라서 가방을 놓아버렸고 가방만 건드리고 갔습니다. 둘째는 나보나 광장이었는데 쓰레기 차가 아이 귀 옆을 정말 5cm 여유도 없이 곁을 스쳐갔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눈앞에서 오버랩되는 아이와 차의 모습은 기이하도록 길고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열받은 아내, 차를 쫓아가서 큰소리로 항의를 했는데, 여성 운전사는 비실비실 웃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일부러 놀리려고 한게 아닐까 싶게 뻔뻔한 모습이었습니다. 셋째는 다..
요즘, 스마트폰이 생활속에 들어오면서 더 이상 전화기는 하나의 기계가 아닙니다. 분신이기도 하고 감성이지요. 모든 데이터와 사회적 관계망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고가입니다. 만일 아이폰을 버스에 두고 내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제 실제로 그런일이 발생했습니다. 딸과 함께 스페인어 학원이 있는 강남역에 갔을 때입니다. 보통 수업 시간보다 일찍 가서 차한잔 마시면서 숙제 등을 합니다. 어제도 평소처럼 도착해서 커피 값을 치루는데 딸이 전화를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차에 두고 내린 겁니다. 딸이 즐겨입는 바지 주머니가 헐렁해서 몇주 전에도 택시 안에 전화기가 빠졌던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바로 조치가 가능했습니다. 콜택시라 전화번호를 알아 바로 기사분께 전화해서 뒷자리 전화를 챙겨주십사 부탁을 했..
저희집 독서교육은 그 사상체계도 굳건하지만, 매우 빡셉니다. ^^; 지난 겨울 30권 읽고 난 이후 다시 또 맞은 여름방학. 이번에도 탑쌓기에 도전했지요. 이번 독서 프로그램은 또 새로운 의미가 있습니다. 짧은 여름 방학에 휴가까지 다녀온지라 목표는 10권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책의 선정을 전적으로 아들이 했습니다. 아이와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고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읽은 책 중 아이에게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책을 이유를 설명하며 추천하는 형식이었지요. 이제는 아이도 많이 컸고, 스스로 고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 고르는 실패도 경험이고, 생각보다 재미난 책을 고르는 기쁨도 교육이니까요. 물론, 주제가 편중되지 않도록 가이드는 주었습니다. 경제/경영, 리더십,..
세계 신도를 감싸안듯 웅혼한 광장에서 잠시 머물다, 산탄젤로(Sant'Angelo)를 향합니다. 제가 로마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거룩한 천사의 성이란 이름에 걸맞는 대천사 미카엘 상이 꼭대기에 올려져 있습니다. 590년 대 역병이 돌 때 대천사 미카엘이 칼을 집어 넣는 모습을 교황이 꿈에 본 후 정말 역병이 멈췄습니다. 그 이후 거룩한 천사가 도시를 구했다는 감사로 지은 조각상입니다. 물론 건물 자체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영묘로 지어졌고, 그 튼튼함으로 인해 방어 건물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예술적, 문화적 건물이 빼곡한 로마에서 유일하게 본 성채, 카스텔로이지요. 중세 이후에는 감옥으로 사용 되기도 합니다. 우아하지만 단단한 건물, 세련되지만 절제된 장식이 어울려 귀족 장군 같은 독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