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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숙소 앞으로 이탈리아 순례길이 지나가는건 제겐 감탄이었습니다. Via Francigena프란치제나 길(via francigena)은, 영국 캔터베리에서 출발해 도버를 지나 프랑스를 관통한 후 스위스 산지를 넘고 토스카나를 통과해 로마까지 도착하는 순례의 길입니다. 숙소가 있는 산 지미냐노는 시에나쪽 발도르차 평원에 비해서 고원이라, 길의 풍경이 제가 작년에 걸었던 스페인의 까미노 프리미티보와 매우 흡사했습니다. 그래서 집앞 길을 더더욱 좋아했습니다. 매일 아침 달리는데, 평평한 길은 없고 산위아래를 달려야 하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길 걷는 순례자와 종종 대화도 나눠보는데, 같이 걷는 자가 아닌, 머무는 자의 입장에서 대화하는 경험도 신기했습니다. "언제 출발했니? 오늘 어디까지 가는게 목표야? ..

아내와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사막의 풍요'입니다. 작년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 삶의 변곡점이었습니다. 참 좋았는데 이유가 뭘까 반추했습니다. 문득 깨달았던 건 '사막의 풍요'입니다. 절제된 감각 속에서 삶의 의미가 더 풍성하게 와 닿는단걸 알게 되었습니다. 비행가장 어려웠고, 완수 후 뿌듯했던 도전은 '적막한 비행'입니다. 유럽가는 12시간 비행이면, 통상 영화를 세개쯤 봅니다. 영화로 반 쯤 시간을 때워야 지루하지 않으니까요. 이번엔 갈때 올때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않았습니다. 음악도 듣지 않았습니다. 대신, 철저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책 읽고, 글 쓰고, 다시 책 읽다 시들하면 복도 끝 꼬리까지 가서 한참 서 있었습니다. 마침 아내도 따라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