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리 투어는 250 AED이니, 우리 돈으로 6만원 남짓입니다.
사막 횡단 자체만으로도 제 값을 하는 훌륭한 경험인데, 캠프에 도착하니 더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완전 별천지입니다.



먼저 낙타를 타고 캠프 주변을 돕니다.
저는 지금껏 낙타는 커녕 말도 제대로 타본적이 없는데, 매우 순하고 재미있습니다. 낙타씨는 키가 상당히 큰데 행동이 과격합니다. 벌떡 일어나고 철퍼덕 주저 앉기 때문에 출발과 도착시 매우 놀라게 됩니다. 그래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양다리에 닿는 낙타의 배가 숨쉼에 따라 따스하게 느껴지는데 매우 매력적이더군요. 예전부터 나의 펫이었던 듯한 느낌 말입니다.



사막의 베두인(Bedouin) 마을에 꾸며진 캠프는 일행을 고요하고 차분한게, 고향처럼 일행을 맞아줍니다.
사막을 지나던 야단법석과 정반대입니다. 캠프 사람들의 환대와 함께 식사가 준비될 동안 마음대로 놀라고 합니다. 소프트 드링크를 포함해 모든 것이 다 비용에 포함되어 있지만 맥주만 예외입니다. 딱히 맥주를 마시고 싶었던건 아닌데, 이슬람 사막 한가운데 있는 차가운 맥주는 묘한 영감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코로나 한병을 달게 마셨습니다.



제일 먼저 헤나(henna)를 했습니다.
평생 태투는 해볼 일 없는 저이지만, 명의 위태로움을 견디고 도착한 고즈넉한 베두인 캠프에서라면 헤나 정도는 해야할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왼팔에 뱀을 한마리 올렸습니다. 한시간 후 지우라고 했는데 아련히 아픕니다. 뱀이 물고 있기나 하듯이.



담배를 끊은지 3개월. 물담배라고 해도 좋은 시샤(Shisha)가 매우 궁금합니다.
나쁜 짓 아니면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고로, 저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시샤를 즐겼습니다. 뽀로록 소리를 내며 물방울들이 가는 숨을 내듯 연기가 목으로 넘어 옵니다. 담배와 비교하면 매우 순하고 부드럽습니다. 잘익은 사과 냄새가 나는데 향이 풍부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다만, 멋도 모르고 처음에 확 들이켰다가 혼자서 콜록대고 난리가 났습니다. 건너편의 커플이 눈짓을 하며 킥킥 웃습니다. 저는 말합니다.
"이거 내가 이래뵈도 왕년에 smoker였단 말인데.. 영 창피하군!"


대항해시대란 게임을 하면 이슬람 항구에서는 술 대신 물담배를 팝니다. 시샤 한모금에 세월을 거슬러 오른 느낌이 신비롭습니다.

하지만, 계속하다간 일어날 때 무지하게 비틀거린다는거~


대충 캠프가 지루해질 무렵 식사가 나옵니다.
사막에서 기대할 저녁치고는 상상외로 훌륭합니다. 부드러운 풍미로 조리된 온갖 야채와 닭고기, 양고기 바베큐는 식욕도 돋구지만, 황량함을 견디고자 하는 맹렬한 삶의 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사방이 고요한 밤.
별은 하늘 가득 반짝이고, 향 좋은 음식은 지천으로 널려있습니다. 다들 몸 한구석에 헤나를 숨기고 시샤 몇모금에 마음도 활짝 열려 버렸습니다. 오는 길에 멀미로 헤어지기도 해서 별로 이야기가 없었던 우리 차 승객들이 접시를 들고 제 테이블로 모입니다.

"같이 먹어도 되요?" "당연하지요."

이미 가벼운 고난을 함께한 사이라서인지, 오아시스를 머금은 사막의 마력인지 우리는 갑자기 친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유럽 커플은 프랑스에서 왔다고 합니다.
제 나라를 묻길래, "Guess."라고 했더니, 둘은 한참을 불어로 의논합니다. 게스란 나라가 어디인지. -_- 여러 마디가 오가다가 프랑스 여인이 번쩍 알아냈습니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불어로 남자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China?"라고 합니다. 유머가 이렇게 어려워지면 서로 고통스럽기에 얼른 한국에서 왔다고 이실직고 합니다. 사실 말을 끊었습니다. -_-

프랑스 여성은 나름대로 영어가 되는 편이라 재미있는데 그의 파트너는 좀 약합니다. 그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은 쪽은 중동 커플입니다. 어찌어찌 이란사람이란 정도는 알아냈는데, 무엇을 물어봐도 눈만 껌벅이기에 대화가 안됩니다. 그래도 이란 레이디는 눈치가 빨라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었습니다. 훈훈한 미소와 통성명 정도라면 이미 훌륭한 대화겠지요.

하지만, 사막인데 말이 뭐가 필요할까요. 말이 안통하면 안통해서 재미있고, 통하면 통해서 재미있으니 말이지요. 그렇게 다섯명은 예전부터 친구였던듯 깔깔 웃고 떠들며 신나는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마지막 이벤트는 밸리 댄스입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다 합쳐 스무명도 안되는 적은 손님 앞에서도 무희는 신나게 온 몸을 흔들어 댑니다.

며칠전 Lebanises restaurant에서 보았던 춤보다는 많이 건전했지만 사람들과 호흡이 워낙 좋아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푸르게 빛나는 밤의 사막. 맛난 음식과 온화한 교감에 화려한 춤까지 더하니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디로 갈지 짐작조차 어려웠습니다.

-Special thanks to 크리스틴, 안토니, 무스파바 & wife
  1. BlogIcon yello 2006.11.22 22:20

    음 외딴 사막에서 몰랐던 사람들과 보내는 밤..
    웬지 낭만적이구 멋지네요~ ㅎㅎ
    저도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가봐야겠어요 ㅎㅎ

    • BlogIcon Inuit 2006.11.23 21:51

      실제로 낭만적입니다.
      다만.. 남들은 다 커플인데 저만 혼자였다는. ㅠ.ㅜ
      싱글인 사람이 가면 자살충동을 느낄지도 몰라요.

  2. BlogIcon Jjun 2006.11.22 23:46

    출장겸 해서 많이 놀다 오셨군요 부러워라 ㅠ.ㅜ;
    ㅎㅎ 제 밸소리 대항해시대2 도박할때 나오는 그 음악입니다
    대항해시대 이야기만 나오면 즐겁군요 룰루~

    • BlogIcon Inuit 2006.11.23 21:52

      흠흠.. 논 시간은 전체에 비해 얼마 안되는데.. 기억은 이 부분만 남으니. ^^
      대항2 음악을 기억하시는군요! +.+

  3. BlogIcon 2006.11.23 01:27

    와.. 전 평생 가볼까 말까 한 곳에서 해볼까 말까 한 경험을 하셨네요.
    이렇게 전해 주시니 그 밤하늘과 사람 풍경이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 BlogIcon Inuit 2006.11.23 21:55

      짧은 글임에도 많이 느끼셨다니 고맙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몇날의 밤중 하나가 될듯해요.
      (사막 사파리 했던 사람들이 왜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지 가보고 나서야 알겠더군요.)

  4. BlogIcon 웹초보 2006.11.23 10:17

    어흑.. 너무 부럽습니다.. ^^

    • BlogIcon Inuit 2006.11.23 21:58

      그러게요. 살다보니 별일이 다 생기네요. 어흑.

  5. BlogIcon whitesox 2006.11.23 11:05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어휘력이 부족한 저에게는 그저 '멋지다'라는 말밖에는.....

    • BlogIcon Inuit 2006.11.23 21:58

      고르고 고른 '멋지다'는 말씀이 참 와닿습니다. ^^

  6. mulan 2006.11.23 12:43

    와~ 좋았겠다. 춤이 참... 멋쥐네. ㅋ
    멀로 찍은 거야?

    • BlogIcon Inuit 2006.11.23 21:59

      똑딱이 디카. 동영상 모드. -_-

      막내야. 너도 이제 블로깅으로 전향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블로고스피어에서 널 보고프구나.

  7. BlogIcon Psyk 2006.11.23 15:48

    여유로운 쉼터가 부럽습니다. 언제 중동한번 가보나? [사실.. 중국도 돌아댕기지 못하니...]

    근데 헤나가 몹니까? 나만 모르나본데... [창피하군]

    • BlogIcon Inuit 2006.11.23 22:02

      중국도 다닐곳이 참 많을텐데.
      가능하면 많이 경험하고 돌아오세요. 여행기도 많이 들려주시구요.

      참.. 헤나는 일종의 지워지는 문신이라고 보면 됩니다. 식물의 씨를 으깨 만든 반죽으로 피부에 그림을 그리고 한시간쯤 후에 털어내면 문신이 남아요. 나중에 한참 지나면 저절로 사라지지요. 중동이나 인도쪽에서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게 그리 오래되지 않아요.)

  8. BlogIcon susanna 2006.11.23 23:43

    와~ 사막 여행....막연하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굴뚝같은데...베두인 마을 캠프 전경이 꼭 꿈속 마을 같네요...정말 부럽습니다.....전 못가는 게 아니구 자살충동을 막기 위해 안가는 거라고 맘을 달래볼까봐요...^^

    • BlogIcon Inuit 2006.11.25 00:56

      밥 잘먹고 공연 보는데 제가 맨 앞쪽에 앉아있었지요.
      것 참 신나게 잘 추네.. 구경하다가 문득 주위를 보니, 저만 빼고 모두다 커플. -_- 손을 잡던지 등뒤에서 살짝 안은 포즈들이더군요.
      이방인이 달리 이방인이 아니라, 마음이 외로우면 이방인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모두가 외지인이었지만 저만 혼자인 느낌..

      사막에는 혼자 가지 마세요. ^^

  9. patan 2006.11.24 20:32

    레바논 식당에서의 배춤을 보고 싶은 걸...^^

    • BlogIcon Inuit 2006.11.25 00:59

      특별히 야했던건 아니고, 프로페셔널 했었다네.
      브라질리언 걸이라서 외모가 출중했었고.

      그날 난 멀리 앉아 있었고 앞부분을 놓친터라 제대로 찍은 게 없지만.. 정히 궁금하면 잠깐 보게나. (경고. 눈도 깜박하면 안돼. ^^;)

      https://www.youtube.com/watch?v=rRwkuQlA0I4

    • patan 2006.11.26 20:32

      눈깜박이다가 놓쳤음...^^

    • BlogIcon Inuit 2006.11.26 23:03

      이히.. 그래서 경고했잖아. 잘 보라고. 하하

  10. BlogIcon mariner 2007.09.11 21:15

    트랙백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ㅠ.ㅠ
    앗 살람 알레이쿰..^^

    • BlogIcon inuit 2007.09.12 09:25

      하하..

      대항해시대에서나 보던 인사말이. ^^;

두바이에서 한국 오는 직항편의 출발시간은 세시입니다. 새벽 세시.
마지막 날 일정을 마치면 시간이 많이 남게 되어, 지사장의 권유에 따라 Desert Safari Tour를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오후 일정이 늦게 끝나, 무슨 투어인지도 모른채 호텔로 바삐 돌아왔습니다.


4륜 구동의 토요타에 몸을 실었습니다. 두군데를 더 들러 중동 커플과 유럽 커플을 더 태웠지요. 사막을 향해 떠나자마자 기절하듯 잠이 들었습니다.  zzZ


차가 머물더니 바퀴에 바람을 뺄 동안 잠시 쉬라고 합니다. 드디어 사막에 가긴 가나봅니다.


포장길에서 갑자기 들어선 사막. 사방을 둘러봐도 모래 뿐입니다. TV에서나 보던 그 사막 그대로입니다. 바람이 지나간 대로 물결치듯 흔적이 남고, 잠깐만에 산이 골이되어 모양이 수시로 변하는 그런 사막이지요. 모래가 어찌나 곱던지, 밀가루 만큼의 부드러움을 갖고 있습니다. 다져진 눈은 오히려 거칠다고 할까요.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모래인 세상은, 상상보다 꽤나 당황스럽습니다. 만일 무슨 일로 차를 놓쳐 혼자 이 자리에 있다고 상상하면 겁도 더럭 납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도 막막하고, 끝없이 펼쳐진 모래톱을 헤칠 체력도 의심스울테니까요. 살기보다 죽기가 더 쉬운 상황입니다. 사막 한가운데 있어보면, 인간사와 사람의 명이란게 매우 하잘게 여겨집니다. 그리고는 사막이 경외를 지나 오히려 포근히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사막의 초입에서 모래를 구경하고 느끼는 시간을 가진 후, 차는 사막을 가로질러 내닫습니다. 높은 마루를 올랐다 깊은 골로 곤두박질인데, 롤러 코스터는 여기에 대면 애들 장난입니다. pitching과 rolling이 매우 심합니다. 사실 또 모두의 목숨을 건 드라이빙이기도 합니다.
모래가 매우 고와서 side slip도 잘 일어나고 모래 마루가 높아 차가 종종 컨트롤을 잃고 방향을 놓치거나 골로 흘러 내립니다. 드라이버는 매우 숙련되어 차의 흐름대로 counter steering을 통해 컨트롤을 금방 회복됩니다. 차가 요동을 칠때마다 뒷자리의 중동 여인이 소리를 지릅니다. "유이~". 파리-다카르 랠리를 잠깐이지만 제가 체험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놀이동산에 온 듯 모두 기분이 업되어 드라이버는 온갖 재주를 선보입니다. 그리고..


잠시 숨을 돌리는 휴식시간. 밖으로 나오는데 제법 긴장했는지 다리에 힘이 없습니다. 뒷자리의 중동 레이디는 완전 맥을 놓았습니다. 아까 그 소리가 즐거운 환성이 아니라 비명이었나봅니다. 상태가 퍽 안좋아 보입니다. 드라이버는 휴식 장소에서 미안한 부탁을 좀 하겠다고 합니다. 다른 차로 저와 유럽 커플을 옮기고, 사막을 나와 포장길을 경유하여 목적지에 가야겠다네요. 흔쾌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남의 차를 얻어타게 되어 이젠 제가 맨 뒷자리입니다. 앞도 잘 안보이는데다가 뒷자리라서 속이 완전히 뒤집어집니다. 그냥 중동 커플 따라 포장길로 갈걸 하는 후회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고, 짐짝처럼 이리저리 뒤집히고 튕기며 어서 도착만 해라 바라면서 계속 사막을 건넙니다. 쇠로 벼려진 낙타를 타고.



  1. BlogIcon susanna 2006.11.19 21:15

    호주에서 사륜구동차 몰고 사막 드라이빙 해본 게 생각나는군요. 철없는 인간들과 같이 가서 그런지 서로 운전하겠다고 싸우다가 끝내 제가 운전대를 잡았으나 결국 차를 모래구덩이에 빠뜨리고 만 아픈 기억이 있지엽.....^^

    • BlogIcon Inuit 2006.11.19 23:25

      드라이빙까지 해보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사막 운전은 흐름을 잘 타는게 중요하더군요. 드라이버 옆에서 운전하는걸 보면서 가다보니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호주에 가면 그런 기회가 있나보군요.

  2. BlogIcon 항아 2006.11.20 12:39

    저처럼 바이킹에도 벌벌 떠는 사람들은 사막에서 운전하기 힘들겠군요.
    음 근데 사막에서 목적지는 어떻게 찾죠? 길 잃어버리면 정말 무서울 것 같은데;

    • BlogIcon Inuit 2006.11.20 23:45

      사막 사파리에서는 앞선 차들의 발자국이 도움이 되는 듯하고 대략의 방위를 보조도구 없이 가늠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도 이점을 물어본다 하고 잊어버려서 못 물어봤네요.)

      사막에서 길 잃어버린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지금 여기서 PC앞에 편히 앉아서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공포예요. 제가 왠만큼 깊은 산에서도 걱정을 하지 않는데 사막은 좀 다르더군요.

  3. BlogIcon idyllic 2006.12.09 17:14

    사막!! 사막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차로 잠깐 갔다올수도 있는 건가봐요? 사막모래 밟아보고 싶어요.

    • BlogIcon Inuit 2006.11.19 19:57

      여행단의 여성들은 그냥 맨발로 내내 다니더군요. 부드럽고 따스해서 맨발이 딱이에요. 하도 모래가 고우니 툭툭 털면 묻지도 않으니..

      사막은 두바이에서 오만 국경까지 금방 갑니다. 가까운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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