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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1️⃣ 한줄 평 슴슴한 평양냉면 같이, 여운이 오랜 남는 묘한 매력 ♓ Inuit Points ★★★★☆ 무슬림인 영국 작가가 뜬금없이 이탈리아 시에나로 가서 한달을 머뭅니다. 이유가 뜨악합니다. 미술계에서 그리 족적이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시에나 학파의 그림을 실컷 보기 위해서입니다. 이 기묘한 인트로만큼이나 색다른 이야기가 이어지는 책입니다. 자극적 에피소드도 없고, 어떤 목적지도 없는 내러티브입니다. 그럼에도 종일 한그림만 느리게 보는 미술 관람처럼, 독자도 매우 느리게, 면밀히, 공감하며 그의 일상을 따라가다보면 기이한 재미가 있습니다. 아, 미술 이야기는 소재이고, 사람 이야기 마음의 이야기입니다. 어릴적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을 때처럼, 신비하고 이국적이면서도 지적인 모험심이 마음에 고이기도 합..

숙소 앞으로 이탈리아 순례길이 지나가는건 제겐 감탄이었습니다. Via Francigena프란치제나 길(via francigena)은, 영국 캔터베리에서 출발해 도버를 지나 프랑스를 관통한 후 스위스 산지를 넘고 토스카나를 통과해 로마까지 도착하는 순례의 길입니다. 숙소가 있는 산 지미냐노는 시에나쪽 발도르차 평원에 비해서 고원이라, 길의 풍경이 제가 작년에 걸었던 스페인의 까미노 프리미티보와 매우 흡사했습니다. 그래서 집앞 길을 더더욱 좋아했습니다. 매일 아침 달리는데, 평평한 길은 없고 산위아래를 달려야 하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길 걷는 순례자와 종종 대화도 나눠보는데, 같이 걷는 자가 아닌, 머무는 자의 입장에서 대화하는 경험도 신기했습니다. "언제 출발했니? 오늘 어디까지 가는게 목표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