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여행 (26)
Inuit Blogged
매주 토요일마다 스페인어 학원을 다니다보니, 주말에 어디 가기가 힘듭니다. 기쁘게도 6월 첫주는 학원이 쉬는 날인지라, 3일 연휴와 물려 일찌감치 여행계획을 잡았었습니다. 여행 1주일을 앞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족의 여행이 너무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식이죠. 휴양림이나 콘도, 펜션에 예약해 놓고 자동차로 이동. 짐풀고 둘레 산책하고 저녁 식사. 아이들과 집 밖이나 안에서 놀고 저녁에 아내와 가볍게 술한잔. 푹 자고 아침 산책과 주변 관광 후 귀가. 이러다보니 풍경이 바뀌어도 여행의 패턴은 고만고만 비슷합니다. 아이들은 차타고 내리면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고, 어디로 실려가는지 별로 알 필요도 없습니다. 그 무렵 아내와 이야기 중에 아이들 도전정신과 모험심이 부..
어떤 관점으로 보면, 여행은 그야 말로 '사서 고생'이지요. 돈 내고 고생을 자처하니까요. 대개, 여행 떠나기 전에는 온통 미사여구가 주는 환상에 취해 있습니다. 하지만 낯선 그 곳에 떨어지면 냉정한 현실만 존재하지요. 예컨대, 당장 공항에 내린 후 어디서 택시나 지하철을 타는지, 택시를 타면 목적지까지 가자고 어떻게 소통을 할지, 가는 동안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어딘가로 끌려가지는 않는지, 혹은 바가지 쓰지는 않을지. 호텔만 해도, '소박하고 정감있는 목조형 5층'이 알고보면 여인숙 수준이라든지. 식당에 호기롭게 갔는데 메뉴가 온통 외계어인데다가 그림도 없고 종업원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경우에 가격 보고 '로또' 돌리는건 어떤가요. 짐승의 눈알만 안나오길 기도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