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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Blogged

1️⃣한줄 평 오래 걸려 읽은 벽돌책인데, 죽기 전에 다시 한번 읽고 싶다. ♓Inuit Points ★★★★☆ 분량과 흡입력 강박의 디지털시대가 왔으니, 아마 마지막 고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100배 복잡 버전입니다. 겹겹이 쌓인 음과 양의 이야기예요. 책 제목의 선 vs 모터사이클 정비부터, 형식도 철학책과 소설이 회전합니다. 동양철학과 서향철학, 수사학 대 변증법, 광인과 천재, 파이드로스와 '나'. 지루하게 거대한 담론을 교묘히 직조했습니다. 지독한 관념 속 처절한 인간적 실존이 보입니다. 전 책 읽는 도중에 몇번이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래서 별 넷 주었습니다. 🧑❤️👩To whom it matters 진기한 이야기 구조에 관심 있거나 색다른 스토리 텔링을 해보..

전 양심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정도지, 윤리적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딱히 뭘 잘못한게 떠오르지 않더라도 말이죠. 아마도 적극적 해를 가하진 않지만, 적극적 선을 행하지도 않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이부분에 대해선 다들 당당함과 아쉬움이 공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상 윤리적 결정이란게, 삶의 모퉁이마다 나타나고 우리는 무언가 선택을 해야합니다.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요. 예컨대, 내가 매우 좋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있는데, 대표가 매우 편견이 심한 말을 했다고 쳐요. 불매운동에 동참할건가요. 그걸로 그들이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는데 말이죠. 게다가 난 그 제품을 너무 좋아해요. 불매를 한다면 언제까지 해야 하죠. 이슈에서 잊힐때 쯤까지인가요 대표가 사과할 ..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만치나 독특한 제목인데, 내용은 더 유니크합니다. 와, 이런 글도 가능하구나, 이런 글쟁이가 있구나.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Why fish don't exist:A story of loss, love and hidden order of life Lulu Miller, 2020 겉보기엔 과학사 책입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란 어류학자의 이야기입니다. 별을 분류하기 좋아하던 소년은 커서 어류를 중독적으로 분류합니다. 결국 어류학자로 유명해져서 스탠포드 대학의 초대학장까지 됩니다. 책은 조던의 인생사와 과학적 세계관을 이야기합니다. 세상에 스탠포드 초대학장 조던씨라니.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는 인물입니다. 관심 없는 그의 인생 이야기인데도 빨려들 듯 보게 되는건 무슨 까닭일까요. ..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 남녀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낸 이 개념이 연애를 만나면, 수많은 공식이 생겨납니다. '남자는 사냥꾼이니 일단 거리를 두며 밀당을 해라.'에서 시작해 문자 씹는 법, 튕기며 시간 끄는 법, 남자를 은밀하게 조종하는 여우가 되라는 등 여러 '초식'이 전승되어 오지요. 스낵 같은 '연애 지침서'도 많이 나왔고요. 이런 조류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하버드에서 연애에 대한 강의를 해서 유명해졌던 내용을 책으로 냈나봅니다. 책의 지향점은 충분히 수긍가고, 좋은 논점도 많습니다. 다만 진화생물학적 논의에 매몰되지 않고자 하는 강박으로, 아예 남녀의 차이 자체를 부정하여 논지를 달성하려는데서는 다소 의아합니다. 예컨대, 저자는 "남녀가 다르게 태워났다고 믿을 경우, 변화를 위해 우..

누구나 한마디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제대로 아는 건 없고, 자주 눈에 띄어 익숙한듯 하지만, 막상 가까이 가려면 변신괴물처럼 느껴지는게 철학 아닐까 싶습니다. 재미난 자리라면 천리를 마다 않고 나오는 A님. 번개를 쳤는데 어떤 강의를 듣느라 못 온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같은 자리에 나온 A님의 후배 B님은 그 강의 들을 여력이 없으니, 읽고 있다며 가져온 책이 있었습니다. 최진석 교수의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지요. 이 책이 대체 뭐길래? 냉큼 사서 저도 읽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옳은 소리 대잔치 같이 느껴져 무덤덤하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몇 장 넘기다 보니 다르더군요. 우선 저자의 눈높이는 국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즉 인류애라는 거시적 보편성에 매몰되거나, 반대로 개인의 보편적 개별성에 방점이 있..
인간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가 있을까?그런데, 왜 어려울까?가장 큰 이유는 본성과 자유의지의 임의적 조합 때문일 것이다. (Title) Social atom 종교, 철학 그리고 사회과학의 역사는, 어찌보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무수한 시도의 기록이다.20세기까지는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합리적 존재(rational being)이 인간상을 규정해 왔다.모든 사람은 개인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가정이다.예컨대, 합리적 인간상에서는 자선 역시 자기충족적 보상이 전제된 이기적 행동으로 본다.또한, 범주를 확대하면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 자기희생 역시, 종의 보존을 위한 유전자의 이기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근년 들어 그 가정은 폐기 또는 전폭적 수정을 거치게 된다.이미 1970년대에 사이먼이 주창..
여러분은 만약 다시 대학으로 전공을 택한다면 어떤 공부를 해 보시겠습니까? 저는 종종 말합니다. 이과라면 물리학, 문과라면 경제학을 택하겠다고. 전 우연처럼 운명처럼, 항공우주공학 그리고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그 덕에 직업상의 경력도 성공적으로 쌓아 왔지만, 응용학문이 갖는 고형성보다 일반학문이 갖는 통합적이고 유용한 사고 방식에 마음 끌리는게 사실입니다. 하긴, 공부로서의 일반학이 아닌 학위로서의 일반학문 역시 매력 없는 구석이 많지요. 전문인으로서의 취업시장에서 입지도 약하고, 기본학문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라는 세팅하에서라면 역시 제한된 영역에 스스로를 가두고 우물안 개구리같은 천착 밖에 길이 없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그런 까닭에 졸업 이후의 스스로 공부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여가의 대부분을 몰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