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Spain 2010 (17)
Inuit Blogged
여행 다녀온건 11월 초인데, 여행기 연재는 12월 중순까지 이어지게 되었네요. 저조차 같은 주제로 오래 맴도는걸 따분해 하는데, 보시는 분들에겐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여행기는 저희 가족에게 중요한 마무리입니다. 두고두고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는 집합소이자, 디테일을 선명히 살리는 기억의 보조자 역할을 하지요. 그래서, 저 스스로도 힘들고 바쁘고 귀찮지만 이조차 여행의 일부라 생각하고 기운 내어 긴 글 연재를 마쳤습니다. 그간 지루한 글, 읽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스토리는 많은데 길게 다 쓸 순 없어 저도 힘들었습니다. ^^ 마지막은 짧은 농으로 마무리합니다. 몬주익 성에 올라가는 곤돌라에서 아이들과 나눈 대화입니다. 창가의 경고표시를 보며 장난을 칩니다. (맨 오른쪽 로고) 저건 ..
8일간 즐겁고 고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시간입니다. 피곤에, 아쉬움에 눈을 뜨기 힘듭니다. 아침 비행기 타고 여섯시간 가량 비행하여 다시 도하 공항입니다. 돌아오는 여정은 transit이 7시간입니다. 장거리 여행중간의 긴 체류시간은 영혼을 마비시키는듯한 고통이지요. 그래서, 출발 전에 시티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카타르항공에서 직접 운영합니다. 투어 비용은 인당 $50인데, 도하로 나가기 위해 즉시발급 비자를 받아야 하므로 비용이 다시 $25쯤 추가됩니다. 재미난 사실은 카타르가 이슬람 국가라서 알콜 반입이 안된다는 점이지요.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선물로 산 올리브 유를 알콜로 착각하고 세관에 잡혔습니다. 쉽게 증명은 되는 일인데, 문제는 선물이라 뜯어 증명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다행히 대장 관리가 와서..
몬주익 성을 내려와 마지막 여정을 매듭 짓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신항구, 포르토 벨로 향했지요. 통상적 항구와 다르게 물이 투명하고 깨끗합니다. 수 많은 고기 떼가 헤엄쳐도 사람들은 어항보듯 즐기고만 있는 점도 특이하지요. 시대를 잊은듯, 공간을 잃은듯, 아름다운 항구는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 배하나 집어타고 망망대해로 나아가고 싶은 생각도 모락모락 납니다. 강렬한 햇살 아래 많이 걸어서 모두 목이 많이 마릅니다. 우선 목부터 축입니다. 이런 날 스파클링 와인의 일종인, 카탈루냐 특산 카바(cava)는 딱 알맞은 음료입니다. 맥주의 청신함과 와인의 우아함이 한잔에서 만나는 맛이지요. 가재와 오징어, 대구와 파에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해산물 메뉴입니다. 바닷가 좌..
어느새 여행은 막바지로 치닫습니다. 이제 하루만 있으면 스페인을 떠납니다. 남은 동안 무얼해야 가장 좋을까. 고민되는 선택입니다. 전 단순한 원칙을 다시 택했습니다. '마지막 날이라도 알뜰히 이것 저것 보려는 욕심을 버리자. 다만 우리 가족이 함께한 이 시간을 충분히 의미있게 하자..' 여기에 딱 맞는 선택이 있습니다. Save the best for last, 몬주익 성입니다. Paral-lel 역에서 푸니쿨라르 타고 올라가, 새로 표 끊고 곤돌라를 타면 몬주익 성에 닿습니다. 몬주익 언덕은 지중해를 맞서는 요새이자, 바르셀로나를 품에 안은 유서깊은 산입니다. 여기 역시 카탈루냐의 한이 서려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 유명한 왕위 계승 전쟁에서 카탈루냐는 펠리페 5세를 반대했습니다. 펠리페는 왕위를 ..
바르셀로나에만 내내 머물러도 충분히 좋지만,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인근의 몬세라트는 바르셀로나, 그리고 카탈루냐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보조교재입니다. 예술가의 미학적 영감, 그리고 카탈루냐 민족정신의 허브라는 두가지 키워드가 몬세라트를 감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몬세라트는 서울의 국철 1호선과 유사한, R5로 닿을 수 있습니다. 출발은 스페인 광장 옆 Espanya 역입니다. 자판기에서 표를 사야하는데, 알고 보면 쉽지만 처음 가면 헛갈립니다. 내리는 역이 수도원 역(Monistrol de Montserrat), 아에리 역(Montserrat Aeri) 등에 따라 교통이 푸니쿨라르(funicular 등산열차), 케이블 카로 나뉘고 다시 어른요금, 아이요금 등등이 있어 메뉴가 복잡합니다. 다행..
오늘 새벽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벌 축구전인 엘 클라시코가 있었는데, 바르셀로나의 홈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처참히 패배하였습니다. 오늘은 스페인의 축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스페인에서 열광하는, 그래서 꼭 볼 필요 있는 세가지 스포츠라면 투우, 플라멩코, 축구입니다. 플라멩코는 마드리드에서 진하게 경험했고, 투우는 시즌이 끝나 방법이 없습니다. 축구 역시 체류하는 동안 주말 홈경기가 없어 직접 볼 수는 없어 아쉽습니다. 스페인, 아니 세계적으로 최고 클럽으로 통하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사의 본거지에 머물렀는데도 말이지요. 하지만, 실제 경기가 있었어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긴 힘듭니다. 일단, 홈경기는 미리 매진이 되어 표사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 가격이 원래 비싼데다 암표는 값이 천정부지입니..
마드리드에서 인상 깊은 음식이 하몽이었다면, 바르셀로나는 단연 타파스입니다. 물론, 타파스는 남부지역에서 시작한 간단한 일품 요리이므로 딱히 바르셀로나만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싱싱한 해물을 사용하는 카탈루냐 타파스는 정말 맛이 좋습니다. 전 바르셀로나만 생각하면 타파스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유쾌한 기억과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마치 이자까야처럼 양적고 맛난 요리를 가지가지 순서대로 시키니 안주 겸 식사로 훌륭합니다. 게다가 신선한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카탈루냐 조리법은 화려하지 않아도 미각과 시각을 흡족히 채웁니다. 하나 더 꼽자면, 토마토 바른 빵도 좋습니다. 그냥 단순한 딱딱한 빵에 싱싱한 스페인 토마토를 문지른 건데 그렇게 맛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 빵만 몇 접시를 시켜 먹었는지 모릅..
유럽 모든 도시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 바르셀로나입니다. 가족 첫 유럽여행을 스페인으로 오게 된 이유기도 하지요. 전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도 갔지만, 제가 가족에게 가장 바르셀로나다운 곳으로 보여주고 싶은 장소는 구엘 공원입니다. 아침 먹자마자 바로 향했습니다. 구엘 공원 가는 방법은 메트로 L3 Lesseps에서 걸어가면 됩니다만, 구엘공원의 정문으로 들어가 순차적으로 보겠다는 생각만 포기하면 더 쉬운 길이 있습니다. Lesseps 다음 역인 Vallcarca에서 내리면 공원 옆구리입니다. 그리고, 주민들을 위한 에스컬레이터가 있어서 바로 구엘공원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즉 공원의 가장 후면인 정상에서 공원 정문까지 내려오면서 일반 관광객과 반대의 순서로 보게되지요. 이러면, 우선 체력소모를 ..
바르셀로나 도착 후, 숙소에서 짐 풀고 가장 먼저 가본 곳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El templo de la Sagrada Familia)입니다. 아직도 건설중이란 사실 자체가 관광거리인 레전드급 성당입니다. 매표소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이 수난의 파사드입니다. 단순하고 힘있는 직선이 특징입니다. 예수의 수난을 형상화 했습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오색영롱한 빛이 감돕니다. 강한 스페인의 햇살에 스테인드 글라스를 대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인 성당은 짙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실내에 필요한 최소 광량만 확보하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수채화처럼 환하고 맑은 빛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아름드리 기둥이 빽빽히 있습니다. 폭에 비해 높은 건물이라 기둥과 아치의 구조적 지지능력이..
드디어 마드리드를 떠날 시간. 사실 바르셀로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마드리드를 떠나도 크게 아쉽지가 않습니다. 더 좋은 곳으로 가니 말입니다. 마드리드 아토차 역에서 바르셀로나 산츠 역까지는 약 세시간입니다. 초고속 열차인 AVE로 가기 때문입니다. 전 유럽 기차역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주로 이동하는 비행기와 공항은 항상 멀리있고, 보안절차며 프로세스가 다소 깍쟁이같고 각박합니다. 하지만 유럽의 중앙역은 삶 속 공간이자 인근입니다. 사람이 있고 표정이 있지만, 그럼에도 버젓한 국제 역입니다. 제대로 기차타면 옆나라로 멀리멀리 떠날 수 있지요. 그래서 바르셀로나 이동도 단연 비행기가 아닌 기차를 택했습니다. 아이들도 훨씬 편해 합니다. 기차 타자마자 바로 게임기를 연결해 놀이 삼매경에 빠집니다. 바르셀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