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이자 도쿄에서의 마지막 날 일정.


아침에 가이드북을 열심히 스터디하고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동선을 짧게 하자'. 
우리 가족 여행 모토이기도 하다. 
이것저것 다 본다고 욕심부리지 말고 몇군데라도 즐겁게 보자는 컨셉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하라주쿠->시부야->에비스의 코스를 잡게 되었다.
나름대로 특색 있는 지역이면서 볼만한 것도 많고 무엇보다 지하철 한 정거장 씩 떨어져 있어 왔다갔다하지 않고 흐르듯 볼 수 있을 듯 했다.
물론 나도 안 가봤으니, 그냥 책상머리에서 가이드북 보고 내린 결론이다.
대략 동선을 짐작해보니 빠르면 저녁 무렵에 일정이 끝날 듯 했고, 그러면 긴자나 신바시 쪽으로 돌아서 밤거리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오는게 계획이다.

Harajuku
나도 그랬지만, 식구들 모두가 가장 가기 싫어했던 목적지, 메이지 신궁이다.
제국주의의 상징인 그 곳, 어찌 생겼나 구경이라도 할 요량으로 제일 먼저 갔다.

느낀 점은, 신궁의 조성림이 너무 넓어 신궁까지 가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
그리고, 생각보다 조용하고 고즈넉해서 이력 모르고 보면 그냥 큰 일본식 공원 같다.
더 나아가, 이 신궁이 뭔 죄가 있을까, 여기서 모여 나쁜짓 작당한 그놈들이 문제이지 하는 느낌.

아무튼, 식민지 수탈해서 만든 신궁이다. 

한국사람이 여기다 뭐 빌어볼 생각하는 건 좀 어색하다.

물론 이렇게 뒤에 단호하게 선언해주는건 좋다. ^^

Shibuya
예상외로 신궁에서 대낮 도보를 많이해 모두들 기진맥진.
일단 식사를 하며 기운을 차리고 시부야로 향했다.
계획은 시부야 근처에서 큰 쇼핑몰 구경을 하려했는데, 식구들은 지쳤고 난 쇼핑이 싫다.
결국, 시부야 인근 백화점에서 음료를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Ebisu
시내 구경의 마지막은 에비스다.
시부야에서 지하철 한정거라 거리 구경 삼아 걸었다.
그러나, 이미 지친 다리라 금방 바닥난 체력.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가니 또 다시 길바닥에 퍼져버린 가족.


더위에는 맥주가 최고인지라 에비스 박물관에 갔다.
맥주 시음이 가능하다고 들었기 때문.

아..

이곳이 천국이구나. 맥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깨끗한 지하 홀에 맥주를 돈내고 시음(이라고 쓰고, 결국 사먹는 거임)하게 되어 있는데, 맥주의 퀄리티가 매우 좋다.
세가지 맛의 맥주가 다 맛있고, 흑맥주는 기네스에 버금간다.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길만큼 맛난 맥주였다.


여기까지 여정을 마치니 더 이상 다닐 필요가 없겠다.
나머지 일정은 접고 신주쿠 백화점에서 회를 사와, 숙소에서 회 파티를 했다.



도쿄나 오사카는 출장으로 많이 가 봤지만, 오히려 가깝기 때문에 일만 보고 귀국하니, 근방을 제대로 둘러볼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출장으로 가면 현지 에이전트나 거래처에서 이동이나 식사에 대해 arrange를 해주니 몸은 많이 가봤어도 아는건 별로 없는 상태.

반면, 가족들은 여름휴가지로 일본 여행 아이디어를 냈을 때, 대부분 심드렁했다.
한번도 안 가봤지만, 왠지 한국과 비슷할 것 같고, 많이 접해서 익숙해 보이고, 그리고 과거사 안 좋은 기억까지 있으니 별로 신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숙소와 항공권만 예약해 놓고, 준비도 없이, 더우기 회사일도 정신 하나 없어 직전까지 가네 마네 갈팡질팡했었다.

결국,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하루 출근하고 갑자기 닥친 일정. 
출발 전날까지도 늦게 퇴근해, 짐만 대충 꾸리고 가이드북 잔뜩 때려 넣고, 잠시 눈 붙이고 새벽에 일어나 야반도주하듯 공항으로 향했다.

Asakusa
부담없는 짧은 비행 후 하네다 공항 도착.
숙소인 니혼바시까지는 게이큐선 급행이 있어 생각보다 빨리 숙소까지 이동했는데, 그럼 뭐해, 체크인 시간인 세시까지는 얼리 체크인이 안 된다고 단호하다. 예상했던 바라 짐을 호텔에 맡기고 근처의 아사쿠사로 향했다.

가벼운 짐만 갖고 나온지라 여행에 맞는 차림새도 아니고, 비행 후 약간의 피곤도 있는지라 식구들 모두 얼떨떨+떨떠름이다.

우선 식후경이니 멘치까스를 먹었다. 이 역시 나만 맛나게 먹은 기분.

이윽고 날이 더워, 젤라토로 더위를 식히고 거리 풍경을 감상했는데 그게 더 재미났다.
인력거꾼의 호객행위와 나름대로의 절도있는 규칙, 그리고 관광객들의 오가는 모습 등이 다 흥미로웠다. 이제 식구들도 슬슬 여행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



Odaiba
그러나, 아사쿠사에서 돌아와 짐을 풀고 나니, 식구들 모두 맥이 풀렸다.
아무리 일본이 가깝고 시차도 없다지만, 새벽에 일어나 더위에 한참 돌아다니다 숙소에 오니 늘어질대로 늘어지고 있다.

잠시 휴식 후 나가야 한다.
그나마 내가 도쿄에서 몇군데 지나친 곳이 아사쿠사와 오다이바, 아키하바라 정도이다.
식구들이 도쿄에 소프트랜딩할 수 있는 곳, 오다이바로 저녁 일정을 결정하고 출발.
신바시에서 유리카모메 모노레일 갈아 타는건 그 자체로 놀이공원같은 재미가 있다.
다만 차비가 비쌀 뿐.

점심을 스낵류로 때운지라, 오다이바 도착하자마자 이자카야에서 식사를 했다.

역시 맛난 식사는 육체 뿐 아니라 영혼을 풍성하게 하는 듯.
모두가 기운을 차리고, 팔레트타운에서 즐거운 산책을 했다.
다음 일정은 해양공원쪽 덱스의 다이바잇쵸메 거리였는데, 우리가 늦었는지 문을 닫았다.
이미 식구들은 충분히 첫날의 즐거움이 가득했기에 내일을 위해 숙소로 철수.

그나저나 내가 도쿄에 대해 아는건 이게 다인데 내일부터는 뭘하지?
피곤한 몸으로 밤새 가이드북 공략을 해야 한다.


  1. 미니베스트 2013.07.29 10:34

    여름휴가 가셨군요.
    저는 일찍 다녀왔습니다만...(안 다녀온듯) 떠나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도쿄 많이 덥다고들 하던데, 쉬엄쉬엄 다니세요.
    하루정도는 하코네를 추천합니다.

    • BlogIcon Inuit 2013.07.30 21:15 신고

      다녀 왔지. 다녀와서 후기 쓰는거여..

      미국가서 재미나게 놀구왔을텐데 뭐가 부러버.. ^^

  2. 이상헌 2013.07.29 16:03

    아사쿠사가 숙소와 가깝다면 쯔끼지 시장도 추천드려요. 일찍 가면 고래 고기 경매도 볼 수 있다는데, 그거 못 봐도 일본 재래시장 구경하는 맛이 쏠쏠합니다(난생 처음 보는 것들이 꽤 많았어요). 초밥 같은 식사가 시내와 비교할 때 싸고 맛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 BlogIcon Inuit 2013.07.30 21:15 신고

      네. 거기도 이야기 들었는데 이번엔 못 가봤습니다.
      초밥싼줄 알았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가볼걸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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