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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결과를 내게 다시 물어 달라

Inuit 2009. 2. 6. 20:50
난세
요즘 시국이 점입가경입니다. 만만하면 정치 탓하는 경향도 있긴 하지만, 경제, 사회, 문화까지 각 분야의 발목을 잡는 정치입니다. 곱게 보기 힘들지요. 특히,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 대통령만 물러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누가 해도 그 이 보단 낫다 이런 감상적인 언급말고, 좋은 대안이 있나요? 혹시 새 사람은 같은 문제를 되풀이할 소지는 없을까요?

특정 사안에 대한 견해나 인적 특성의 결함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지적을 해주신 바, 저는 선거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고 싶습니다.

나는 그를 찍지 않았다
이 말이 면죄부가 될까요? 반대로, '너가 그를 찍었기 때문에 이 꼴이야.' 라고 귀책할 수 있나요. 17대 대선의 경우, 당시 이명박 후보는 48.7%의 득표율로 26.2% 득표의 정동영 후보를 531만표, 더블스코어로 이겼습니다. 하지만, 당시 투표율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62.9%로 역대 최저였습니다.

너도, 나도 그를 찍지 않았다
다시 말해, 고작 총 유권자의 30.6%의 지지도를 받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과연 이게 옳을까요. 셋 중 둘은 찬성하지 않은 후보입니다. 투표를 거부한 37%와 자포자기로 아무에게나 던진 플러스 알파의 표가 의미하는 바는 그냥 무시하는게 옳은가요. 침묵의 거부를 익명의 모호함으로 치환해 외면하는게 능사인가요?

재신임을 물어달라
차라리, 이런 시스템은 어떤가요? 전체 선거권자의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득표율을 기록한 당선자는 대통령으로 선출은 하되,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찬반에 대한 투표를 해서 재신임을 묻는 방식말입니다.

롱테일 정치학
전에 롱테일 정치학이 란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투표와 정치행위의 효율성으로 세운 대리인이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결정을 한다면, 대의 정치는 만기종료입니다. 정보기술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의 시스템 또는 직접 민주주의의 부활까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논지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유효 투표 중 최다 득표자가 선출되는 시스템은 경운기타고 선거하러 가서 투표함 수거에 시간 한참 걸리던 과거의 유물일 뿐입니다.

작은 우위, 큰 권위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미묘한 차이에 몰아주는 큰 권위에 있습니다. 나비효과 투표입니다. 후보간 차별요소도 작은, 그 나물에 그 밥 후보 중에서 이슈에 표류하다 랜덤처럼 뽑히는 사람이 행사하기에는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큽니다. 그렇기에, 잘못된 선택이 가져오는 손실이 두려워서 제한된 합리성과 보수성으로 투표를 한 결과는 다시 비합리로 귀결되기 십상입니다.

재신임의 장점

이렇게 보면 총득표 미달자의 재신임 방안은 장점이 명확합니다.
첫째, 결정의 번복 기회가 있어 참신하거나 다소 새로운 후보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둘째, 온갖 사탕발림 공약을 남발하고는 당선되자마자 안면몰수하거나, 사적 권력의 공고화에 신경쓰는 등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재신임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민 눈치를 봐야 합니다.

물론 장점이 있다면,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베타 오류
통계학에 베타 오류가 있습니다. 아닌걸 맞다고 보는 경우입니다. 선거에서 문제가 큰 게 베타오류입니다. 알파오류, 또는 되어야 할 후보가 떨어지는 상황은, 아쉽지만 당장 큰 손실로 직결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베타오류는 다릅니다.
어떤 부적절한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다수 국민을 최면시켜 압도적 과반수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 재신임 자체가 무용합니다. 이 경우 그렇게 우매해진 국민의 책임도 일부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재신임 기준을 올리거나 재신임을 정례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임제를 규정하고 있지요.)

눈부신 기술
잦은 선거로 드는 비용을 문제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비용은 점점 작아집니다. 디지털 정보기술과 보안 기술을 이용한다면 빠르고 용이한 투표가 가능합니다. 어차피 묻는건 찬/반이고 투표의 대상인 통치결과는 실시간으로 알려지고 있으므로, 선거기간을 짧게 가져가면 매우 작은 비용으로 가능합니다.

장기적 어젠다
재신임만 바라보다 자칫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통치행위는 리더십이기도 합니다. 너무 국민 눈치만 보다보면 소신있게 장기적이고 거국적인 어젠다를 다루기 힘듭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 어젠다는 어차피 국민의 신뢰에 바탕해야 합니다. 진심과 열정이 있다면 재신임을 받을테고, 재신임 후에 또는 그 전부터 추진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독선적이고 오만한 판단만이 '국민은 이해 못하지만 역사가 나를 평가한다면..' 식의 아집에 쌓인 말을 쉽게 내겠지요.

이것 말고 다른 방안도 많겠습니다. 그 무엇이 되었건, 어쨌든, 우리가 그런 세상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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