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
요즘 시국이 점입가경입니다. 만만하면 정치 탓하는 경향도 있긴 하지만, 경제, 사회, 문화까지 각 분야의 발목을 잡는 정치입니다. 곱게 보기 힘들지요. 특히,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 대통령만 물러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누가 해도 그 이 보단 낫다 이런 감상적인 언급말고, 좋은 대안이 있나요? 혹시 새 사람은 같은 문제를 되풀이할 소지는 없을까요?

특정 사안에 대한 견해나 인적 특성의 결함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지적을 해주신 바, 저는 선거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고 싶습니다.

나는 그를 찍지 않았다
이 말이 면죄부가 될까요? 반대로, '너가 그를 찍었기 때문에 이 꼴이야.' 라고 귀책할 수 있나요. 17대 대선의 경우, 당시 이명박 후보는 48.7%의 득표율로 26.2% 득표의 정동영 후보를 531만표, 더블스코어로 이겼습니다. 하지만, 당시 투표율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62.9%로 역대 최저였습니다.

너도, 나도 그를 찍지 않았다
다시 말해, 고작 총 유권자의 30.6%의 지지도를 받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과연 이게 옳을까요. 셋 중 둘은 찬성하지 않은 후보입니다. 투표를 거부한 37%와 자포자기로 아무에게나 던진 플러스 알파의 표가 의미하는 바는 그냥 무시하는게 옳은가요. 침묵의 거부를 익명의 모호함으로 치환해 외면하는게 능사인가요?

재신임을 물어달라
차라리, 이런 시스템은 어떤가요? 전체 선거권자의 과반수를 넘지 못하는 득표율을 기록한 당선자는 대통령으로 선출은 하되,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찬반에 대한 투표를 해서 재신임을 묻는 방식말입니다.

롱테일 정치학
전에 롱테일 정치학이 란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투표와 정치행위의 효율성으로 세운 대리인이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결정을 한다면, 대의 정치는 만기종료입니다. 정보기술시대에 맞는 새로운 대의 시스템 또는 직접 민주주의의 부활까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논지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유효 투표 중 최다 득표자가 선출되는 시스템은 경운기타고 선거하러 가서 투표함 수거에 시간 한참 걸리던 과거의 유물일 뿐입니다.

작은 우위, 큰 권위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미묘한 차이에 몰아주는 큰 권위에 있습니다. 나비효과 투표입니다. 후보간 차별요소도 작은, 그 나물에 그 밥 후보 중에서 이슈에 표류하다 랜덤처럼 뽑히는 사람이 행사하기에는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큽니다. 그렇기에, 잘못된 선택이 가져오는 손실이 두려워서 제한된 합리성과 보수성으로 투표를 한 결과는 다시 비합리로 귀결되기 십상입니다.

재신임의 장점

이렇게 보면 총득표 미달자의 재신임 방안은 장점이 명확합니다.
첫째, 결정의 번복 기회가 있어 참신하거나 다소 새로운 후보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둘째, 온갖 사탕발림 공약을 남발하고는 당선되자마자 안면몰수하거나, 사적 권력의 공고화에 신경쓰는 등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재신임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민 눈치를 봐야 합니다.

물론 장점이 있다면,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베타 오류
통계학에 베타 오류가 있습니다. 아닌걸 맞다고 보는 경우입니다. 선거에서 문제가 큰 게 베타오류입니다. 알파오류, 또는 되어야 할 후보가 떨어지는 상황은, 아쉽지만 당장 큰 손실로 직결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베타오류는 다릅니다.
어떤 부적절한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다수 국민을 최면시켜 압도적 과반수를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면 재신임 자체가 무용합니다. 이 경우 그렇게 우매해진 국민의 책임도 일부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재신임 기준을 올리거나 재신임을 정례화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임제를 규정하고 있지요.)

눈부신 기술
잦은 선거로 드는 비용을 문제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비용은 점점 작아집니다. 디지털 정보기술과 보안 기술을 이용한다면 빠르고 용이한 투표가 가능합니다. 어차피 묻는건 찬/반이고 투표의 대상인 통치결과는 실시간으로 알려지고 있으므로, 선거기간을 짧게 가져가면 매우 작은 비용으로 가능합니다.

장기적 어젠다
재신임만 바라보다 자칫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통치행위는 리더십이기도 합니다. 너무 국민 눈치만 보다보면 소신있게 장기적이고 거국적인 어젠다를 다루기 힘듭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 어젠다는 어차피 국민의 신뢰에 바탕해야 합니다. 진심과 열정이 있다면 재신임을 받을테고, 재신임 후에 또는 그 전부터 추진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독선적이고 오만한 판단만이 '국민은 이해 못하지만 역사가 나를 평가한다면..' 식의 아집에 쌓인 말을 쉽게 내겠지요.

이것 말고 다른 방안도 많겠습니다. 그 무엇이 되었건, 어쨌든, 우리가 그런 세상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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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Inuit
@inuit_k / CxO / Author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Making better world, every minute.

트랙백  3 , 댓글  30개가 달렸습니다.
  1.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권리, 마지막 권리를 헌신짝 여기듯 하는 서민들의 각성이 필요한 때 입니다.

    그런데 과연....그들에게 학습효과가 있을까요?
    • 전 서민을 우매하다고 안봅니다.
      맹자 선생 말을 믿고 있습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
  2. 재신임이 필요하지만
    과연 어느 정치인이 그걸 받아들일지-_-;
  3. 제가 있는 일본은 손꼽히는 정치 후진국이지만 유일하게 부러운 부분은 언제라도 총리를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4년이나 남았는데... 참 갑갑 합니다.
  4. 우선 점점 떨어져가는 투표수를 좀 올려야 겠는데요...
    낮은 투표율은 이 정부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니 정책적으로 홍보할리도 만무하고... 참 난리입니다.
    정말 뾰족한 방법을 찾아야 겠는데요
    • 투표율 자체가 실로 참담한 숫자입니다.
      흔쾌히 투표할만한 후보들의 확보가 선결과제 아닐까 싶어요.
  5.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투표하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시대도 아니고, '사소한' 문제는 있을지언정 재신임을 묻는다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포퓰리즘'을 타파할 수 있는 대안만 제도적으로 마련된다면 말이죠. 또 하나의 대안(?)으로 치면 중임제도 방법이 될 것도 같구요. 미국처럼 4+4가 아니라 3+5 라던지...3년은 처음 대통령이 된 사람에게는 재신임을 묻는 시험기간이 될테고, 잘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면 5년 동안 안정적인 국정 집권을 할 수 있게 하는거죠. 뭐...제도의 보완은 고민이 많을 수록 좋지만...

    아주 개인적으로는
    1+3+5를 이상적이라고 보는데-_-;;
    1년간 인수위와 대통령, 정부 각료들을 검증하여 찬/반으로 재신임을 묻고(정부의 도덕성과 실무진의 자질을 최소한으로 검증) 재신임을 통과하면 추가 3년, 즉 4년간의 집권을 보장하고, 그 이후에 중임으로 5년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면 장기적인 플랜도 세울 수 있고, 평가 및 검증, 보완도 손쉬울 것 같습니다.

    물론...위의 전제조건은 '바로 선 언론'이라서 좌절이긴 하지만요-_-;;
    • 저도 1+3+5 식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잘하면 계속 몰아주고,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고..
  6. 재신임은 정말 필요합니다.

    오너쉽이 있는 회사도 임시주총을 통해 대표이사, 이사도 바꾸는 판입니다.

    국민이 뽑고 재신임을 못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회사의 임시주총에 해당하는 정치 시스템을 만드는 일, 정말 필요합니다. ^^
    • 국민이 주인되지 못하는 정치라서 그런가봐요.
      그렇게 비교해보니 정말 회사만도 못하네요. -_-
  7. 용산사건을 보면서 30년은 다시 후퇴한것 같습니다. 아픈 현실입니다. 오늘 포스팅 내용에 공감가면서도 현실적인 여러 문제들이 쉽지 않을듯 하네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임기를 4년으로 하고 대통령 재임 중반에 국회의원 선거를 하도록해서 견제하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앞으로 4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잘 안나오지요.
      원론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언제까지 '현실'에 맞춰 살순 없으니까요. ^^
  8. 참으로 답답하던 차에 '재신임' 이 제도화 될 수 있다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쬐금 숨통이 트이는 듯 합니다.

    이 정권은 출범 100일도 못되어 각계각층의, 그야말로 백성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으니... 앞으로 4년이 아니라
    그 후유증을 어떻게 우리가 감당할지, 막힌 터널 속으로 들어간 열차도
    이보다 더 암담하지는 않겠어요.
    • 말씀처럼 백성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슬기롭게 헤쳐갈, 우리 나라의 저력을 믿습니다.
  9. 저는 재신임이라는 새로운 제도보다는, 대통령 임기를 국회의원 임기와 같은 4년으로 개헌하고, 대통령 뽑고 2년후에 국회의원 뽑고, 2년후에 다시 대통령 뽑는 제도가 재신임을 묻기에 적당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 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보단, 시대적 상황에 맞는 원론적 재검토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 아 그러셨군요 저의 글 읽기가 좀 짧았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시대적 상황에 맞는 원론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합니다.
    • 아뇨. 제 글쓰기가 명확치 않았겠지요. ^^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기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 재신임이 필요하지만
    과연 어느 정치인이 그걸 받아들일지-_-;(2)

    정치인이 자기 목에 칼 들이대는 일에 찬성할까요...쩝...

    그런 정치인을 못 키워낸 풍토에 문제가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 국민이 강하게 바라면 결국 이뤄져야하지 않겠습니까.
      꼭 안된다고는 생각 안합니다.
      최선의 방법이냐의 이슈는 생각해볼 문제지만. ^^
  11. 재신임이라... 이게 된다면 정말 좋겠군요.
  12. 이제야 제대로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어 뒤늦게 이 포스팅 보고 있어요. ^^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선거 때마다 느끼는 건데,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도대체 알 수 없다는 거예요. ;;
    병을 치료하자면 기존 병력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후보자의 political history(?)를 몰라서 더 분위기나 순간적인 판단에 휩싸이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나중에 폭로기사로 이어질 때가 많지만요. ^^
    그래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각각의 voting record를 확인할 수 있으면 해요. 예전에 몰라서 물어봤던 단어인데, 한 국회의원이 각 법안에 대해서 어떤 표를 던졌는지, 찬성표인지 반대표인지 아님 기권인지 그 기록을 공표해서 국민들이 확인할 수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
    • 활성화되지 않았지요.
      우리나라는 정당의 지향과 소속의원의 투표가 거의 100% 일치하니까요.
      하지만, 눈콩님 말씀듣고 생각해보니 정말 이력이 잘 정리안된다 싶습니다.
      후보자가 보여주고 싶은 summary말고, 유권자가 알아야할 정치적 이력말입니다.
      갈수록 로또스러워지려나요.. -_-
  13. 아는 형님과 당선되야할 사람과 낙선되어야 할 사람 한표씩 던지자라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형님과 말을 섞었습니다.
    재신임.. 어느때보다 지금 가장 필요할 듯한데 말이지요..큼
    • 낙선될 사람이 당선될 사람과 겹치면 재미있겠네요.
      극단적인 호오가 모이는 사람이 있잖습니까. ^^

      아무튼, 정치시스템이 바뀔 시점은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룰지가 우리의 과제 아닐까 싶습니다.
  14. 재신임은 결국 또한번의 선거를 더하게 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재신임이 통치자를 끌어내릴수도 있다면, 재신임을 둘러싼 선거전(?)이 일어날 것이고, 그러면 결국 선거-재신임-선거, 선거를 3번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물론 현대통령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재신임준비가 되어있지만요.
    • 중임과 비슷하지만, 가/부만을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조금 더 간단하지요. 선거 자체의 비용을 줄이면 국민에게 의사를 자주 묻는게 나쁘지는 않겠지요.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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