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日常/Project L (93)
Inuit Blogged
국내 건축물 답사 둘째 장소는 동숭동이다.관악에 있을 때 연건캠퍼스라 불렀던 그곳. 서울대 병원은 여전했다. 병문안이나 문상으로 가끔 갔던 곳. 그 옆의, 대한의원.바로크 양식의 건물이 꽤나 인상적이다. 대학로에 여러번 왔었지만 이 건물은 제대로 본 적이 처음이다.오래된 전통미는 약해도, 우리나라 건물에서 느껴지는 익숙함을 벗어난 파격은 신선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사실 대한의원 하나를 보러 여기 온 것은 아니다.바로 서울대 병원과 대한의원과의 콜라보레이션이다.그 완벽한 조화가 보이는 지점을 찾는 것이 목표다. 이리저리 삼각측량을 머릿속에서 하며 움직이다가.. 헉. 정말 헉 소리가 났다. 마치 영화속 비밀을 푸는 장면과도 같다.특정 지점에 서면, 대한의원과 서울대 병원이 일체의 건물로 보인다.나중..
딸이 정한 답사 장소는 8개다. 첫번째 방문지는 경동 교회.그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이다.합장한 듯 모은 손의 형상도 압권이지만, 이 곳을 답사지로 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성소와 속세를 가르는 매력의 계단이다. 경동교회는 동대문과 장충동 사이, 구시가 한 복판에 있다.매우 낙후되고 번잡하며 어수선한 분위기다.건축가는 건물 옆에 슬몃 돌아 감기는 계단 하나를 추가했을 뿐인데그 짧은 순간을 지나며, 속세에서 정화된 곳으로 이동하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계단 윗편이자 벽돌담 끝편, 건물 뒷면이며 예배당 앞편이 되는 마당에 닿으면 산간의 절이라도 온듯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을 받는다이건 사진으로 알아채기 힘들고, 이야기 들어서도 100% 와닿지 않는 신기한 경험이다.사람과 환경이 물리적 공간에서 상호작..
꿈을 정한 딸.이젠 주저없이 움직일 때다. 첫째 과제는 인트로 성격의 책 읽기.서현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읽도록 했다.그리고, 그 중 마음에 드는 국내 건축물 10곳을 고르라 했다.직접 데려가서 다 보여주겠다고. 그리고, 내가 아끼던 DSLR을 주었다.가까이에서나 먼 곳에서나 편히 건축물을 잡을 수 있고, 아름다운 순간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말라고. 내 랩탑도 주고 싶었다.사진 정리, 답사 결과 기록 등, 이제 컴퓨터 작업도 많이 해야 한다.또한 정리를 넘어 설득과 제안을 위해서는 보다 복잡한 tool을 익혀야 한다.하지만, 나도 집에서 종종 글쓰기나 데이터 싱크 등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내 랩탑을 공동으로 쓰되, 딸아이 계정을 하나 열어 주었다.아빠 랩탑과 달리, 자신만의 설정과 공..
작년 말, 한해를 결산하며 올해 가장 의미 깊었던 일이 무엇인가를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경력상이나 개인적인 성취도 많았지만, 내가 주저없이 말한 것은, '우리 딸 꿈찾아 준 일'이었다. 딸 중학교 가자마자, 내가 준 세가지 인생 퀘스트가 있었다.-책 많이 읽기-운동하기-평생의 꿈 찾기 사실 셋째 질문은 어른도 찾기 힘든 과제다.속성상, 완료형이라기보다는 진행형이기도 하다.문제는, 불완료나 미래형인 사람들이기도 하다.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딸과 함께 근 2년을 논의하고, 돌아다니고, 고민하다가 결국 모양을 잡았다.그 날이 2012년 12월 16일이다. 하도 기뻐 일기에 적었기에 날짜를 기억하고 있다. 따님이 평생 추구할 꿈은 건축가다. 물론 '건축학개론' 영화가 영향을 미치거나 한 것은 아니..
지난 주말 아이들에게 강의한 내용입니다. 주말에 가족 행사가 있을 때를 빼고 8강에 거쳐 이제 겨우 도입부를 마쳤습니다. 아이가 주식 투자를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바로 안돼!라고도 하지 않고, 그래!라고도 하지 않은 이유는, 주식에 대해 도외시할 필요도 없지만 환상을 가지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하려고 긴 시간을 소요했네요. 즉, 투자와 투기를 혼돈하면 안된다는 점, 투자의 전제는 리스크에 대한 감내범위라는 점을 어렴풋이라도 깨달았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격(price)과 가치(value)의 차이를 배웠고, 기업가치의 본질과 형성과정을 공부했습니다. 다소 따분한 수요-공급의 원리와 시장경제의 본질을 토론했습니다. 이제 겨우 도입부가 끝났으니, 이제는 간단한 재무제표와 기업분석의 초보적인 지표들..
올해 들어 블로그가 아주 뜸했지요. 설 연휴가 끼어 있기도 했지만, 나름 바빴습니다. 특히, 주말에 스페셜한 프로젝트를 하느라 시간을 많이 투여했기 때문입니다. Español 우선, 다리 다친 후 중단되었던 스페인어 학원을 1월부터 다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다리는 아직 걷기만 가능하고 불편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거동이 되니 재개를 했습니다. 더 쉬면 그간의 노력이 거품이 될 것이니 말입니다. Seoul Tour 연말, 가족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딸아이가 바라는 바를 말했습니다. "전 명동에 가보고 싶어요. 인사동도 가보고 싶고, 홍대도 어떤지 궁금해요.." "그래? 아빠가 다 보여주마." 아이가 장난 반, 진심 반 칠판에 적은 리스트를 사진으로 각인해 놓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마침 딸이 방..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공부를 시키고자 하는게 제 일관된 목표이자 그간의 행보입니다. 산업 경제, 논리학, 토론, 고전 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함께 해 왔습니다. 12월 들어서는 투자/경제를 가르치기 시작 했습니다. 몇달 전부터 아들이 주식에 관심을 가지며 투자해보고 싶다고 졸랐던 터였습니다. 사실 어린 아이들이 주식을 잘 못 맛들이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어 멈칫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이들 가르치던 몇가지 원칙을 생각해보니 미적거릴 이유가 없더군요. 제 생각을 바꿨습니다. 1. 아이들을 아이라 생각하지 않고 어른처럼 공부할 수 있다고 믿는다. 2. 다행스럽게도 투자 관련한 부분은 내가 가장 많이 공부했고, 실무를 통해 잘 아는 분야이다. 3. 그리고, 함정이 많은 분야일수록..
요즘, 아들이 철학적인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늘 명랑하던 아이가, 가을을 타는지, 사춘기가 된건지 삶이 단조롭다느니, 의미를 못 느끼겠다는 등 복잡한 속내를 비칩니다. 금요일부터 아들과 좀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늦게 퇴근하고 토요일은 지방에 결혼식 다녀오느라 하루종일 집을 비웠더랬지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자전거 타러 나가려던 중 우연히 아이의 요즘 트윗을 봤는데 마음이 짠했습니다. 말수 적은 녀석이지만 그 속에서 미묘히 혼란스러운 기미를 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자전거 타려던 계획을 바꿔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잠에 취해 눈도 못 뜨는 아들, 살살 깨워 묻습니다. "아들! 아빠랑 자전거 탈래, 산에 갈래?" "우웅.. 산.." 아이 기준으로 새벽 댓바람인 일요일..
저희집 독서교육은 그 사상체계도 굳건하지만, 매우 빡셉니다. ^^; 지난 겨울 30권 읽고 난 이후 다시 또 맞은 여름방학. 이번에도 탑쌓기에 도전했지요. 이번 독서 프로그램은 또 새로운 의미가 있습니다. 짧은 여름 방학에 휴가까지 다녀온지라 목표는 10권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책의 선정을 전적으로 아들이 했습니다. 아이와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고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읽은 책 중 아이에게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책을 이유를 설명하며 추천하는 형식이었지요. 이제는 아이도 많이 컸고, 스스로 고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 고르는 실패도 경험이고, 생각보다 재미난 책을 고르는 기쁨도 교육이니까요. 물론, 주제가 편중되지 않도록 가이드는 주었습니다. 경제/경영, 리더십,..
아이들 따로, 어른 따로 부산에 가서 만나는 미션 여행 글에서도 썼듯, 요즘 생각하는 주제는 아이들이 보다 자율적, 주도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마음입니다. 그 와중에 EBS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수작 다큐멘터리를 만든 팀에서 후속으로 낸 책이고, 그 내용이 요즘 유행하는 '회복탄력성 (resilience)'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냉큼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몇가지 조각 정보를 듣고 산 책이지만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첫째, 그리고 이 책을 좀 더 빨리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둘째입니다. 제목 그대로, 아이의 '자존감'이 책의 줄기입니다. 자존감이 있는 아이가 문제 해결 능력도 좋고, 실패에 대한 면역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하버드나 가까운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