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의 파리 테러는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세계 만방에서 애도를 하는 모습은 아직 인류애가 살아있음을 보임과 동시에, 자유와 정의를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고한 연대를 다지는 계기가 되는 모습입니다.



야단법석

이로 인해 다양한 연관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안전 확인 서비스 같은 경우, 하이테크가 어떻게 이런 재난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한편, 아직도 세상은 서구 선진국 위주로 돌아가는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요. 



소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Anonymous라는 해커그룹이 ISIS에 전면전을 선언했습니다. Anonymous는 전에 북한을 해킹하여 그 실력을 드러냈던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NGO처럼 정의만을 추구하는 집단은 아니고, 크래커, 그레이해커 등이 섞여 있는 그냥 집단입니다.




911에 비견될 터닝포인트

그렇다면 왜 이번 파리 공격(Paris Attack)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실제로 올해 1월 파리에서 이미 Charlie Hebdo 테러가 있었고, 올해 내내 프랑스 전역에 경미한 테러 또는 사전 행위가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911에 비견되는 이유는, 테러의 형태를 취한 현대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즉, 동시다발적으로, 조직적인 스킴하에, 방어능력이 낮으나 심리적 타격도가 높은 목표물에 동시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이는 명분의 옳고 그름을 떠나, 비대칭 전력하에서의 전쟁수행 중 하나의 형태로 봐야합니다. 그래서 파리 테러라 하지 않고 파리 공격이라고 부릅니다. 911때도 무역센터의 두번째 건물이 넘어지자 자막이 본토 공격(mainland is under attack)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호들갑이 아닙니다.


War 1.0 & 2.0

정규전이 1.0 전쟁이라면, 비대칭 전력하에서의 비정규적 전투 수행은 아마 전쟁 2.0일 것입니다. 게릴라 전투가 대표적이지요. 여기서 더 나아가 작금의 상황은 War 3.0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명 민간인의 공격은 전쟁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저열한 테러지만, 상대방이 전쟁이라 생각하면 당하는 쪽은 어쩔수 없이 전쟁국면으로 끌려오게 되니까요.  


War 3.0

만일 War 3.0이 하나의 형태로 자리잡는다면 그 특징은 세가지로 요약될 것 같습니다. 


1. 전방위 전선

War 3.0은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골치 아픈 상황입니다. 전선이 비교적 명확한 1.0 전쟁, 모호하게나마 전선과 주요 방어 타겟을 설정할 수 있는 2.0 전쟁과 다릅니다. 언제 어디를 공격당할지 알기 힘들어 효과적 방어가 어렵습니다. War 1.0시대의 종심타격 이론이 3.0으로 변화되면 공포에 기반한 심리전으로 바뀌며 후방 개념이 사라지는 상시적 전장으로 변모합니다. 테러의 악질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이 사라지는건 사회적 후생을 논하기 전에 트라우마적 상황입니다.

심지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난민을 받는 상황을 악용해 그리스로 난민 등록을 하고 침투한 일은, 자유와 인류애에 대한 믿음을 교란하는 몹쓸 짓입니다. 시리아 난민이 누구때문에 도망치는데..


2. 소모전

필연적으로 전쟁 3.0은 장기적 성격을 띕니다. 3.0형태의 비정규적 전투로 전쟁을 승리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지속적 전쟁상태로 상대국의 경제, 정치적 토대를 약화시키면 총알없이 체제의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번 파리 공격으로 미국과 유럽의 선거 기조가 변하는 것이 그 일례입니다.

반면, 경제력에 기반한 비대칭 전력 상 우위를 이용하기 힘든 이유가 테러 거점을 말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번 공격에 대응해 프랑스가 ISIS 거점을 타격했다고 합니다만, 이는 전시적 의미가 더 큽니다. 테러전쟁의 본질 상 민간인과 전투수행 인력의 구분이 매우 어려운데다가 ISIS 같은 경우 복잡다단한 특성으로 지휘부 타격이나 전쟁의지 분쇄가 상당히 힘듭니다.



3. 하이테크 전

테러 형태의 전쟁은 그 연원이 깊지만 2015년 와서 그 효과가 심대해지는건 하이테크 전쟁의 요소를 차용하기 때문입니다. SNS를 이용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지지자를 포섭하며, 감시받지 않는 통신이 가능합니다. 이를 중앙통제형 감시로 잡아보겠다는게 미국 같은 입장입니다만, 이는 스스로 체제 내 통신의 자유를 속박하는 페널티를 이미 감수하여, 사회적 비용이라는 형태로 전쟁에 휘말리는 일입니다. 민주체제의 핵심자산인 소통의 자유를 비용으로 치르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Anonymous의 참전은 흥미로운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공격과 방어의 모양을 규정하기 어려운 불특정한 성격,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임의적 행위주체의 개입, 그리고 어느 중앙정부보다도 네트워크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집단의 '피 흘리지 않는' 전투능력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느냐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촛점이 프랑스지만 전선의 확대는 유럽 어느나라도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3.0 전쟁터이고 비교적 안전한 아시아 국가도 어찌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예상컨대 당분간은 여태껏 미뤘던 ISIS 거점의 소탕작전이라는 전쟁 2.0 시대의 틀로 대응하리라 봅니다만 어쩌면 3.0 전쟁에 맞는 대응체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쪼록 더 이상의 어처구니 없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즐겁게 여행하고, 맘편히 출장갈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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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

이런 외국 소개 책을 읽을 때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편협되거나 편향적이지 않아야 한다
-일반 관광서에 나오는 내용보다 국소적이라도 깊이를 원한다
-가능하면 문화를 알고 싶다
-특히 현지인의 정서를 알고자 하는게 가장 크다
-바라건대 역사가 뒷받침되면 이해가 쉽다
-더 바라자면, 잘 읽혔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기준에 적절히 부합한다. 균형이 잡혔다. 고매하게 딱딱하거나, 어설프게 감상에 빠지기 쉬운 현직 교수의 책 치고는 웰메이드다. 책은 크게 두 파트다. 전반부는 네덜란드의 문화를 다룬다. 후반부는 역사다.

실은 이게 쉽지 않다.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네덜란드는 이래.. 라고 말하긴 쉬워도, 대중을 대상으로 한 서적에서 어느 나라의 문화를 똑똑 부러뜨려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소심하면 두루뭉술해지고 내지르면 편향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자 특유의 감각으로 다양한 소스에서 확인 가능한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네덜란드 문화를 세심히 추렸다. 네덜란드 전역을 여행한건 아니지만, 몇 차례 스키폴에 내려본 나로서도 다 수긍이 간다. 많은건 새로 배웠다.

Verzuiling. 이게 가장 크게 배운 점이다. 지주화(columnization)라고 번역되는 네덜란드 특유의 정서다. 종교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각자는 마음의 기둥(zuil)을 지니고 있고 이를 통해 사회의 틀과 역동성을 유지하는 네덜란드 특유의 정서다. 페르죄일링을 알고 네덜란드 역사와 문화를 보면 훨씬 잘 읽힌다. 

또한 우리 스스로를 아는데도 도움이 된다. 

쇠젖메주 무슨 뜻일까? 

치즈를 일컫는 우리 옛말이다. 또는 졋떡(ㅼㅓㄱ)이라 불렀단다. 어감이 이상하지만, 꽤 수긍가는 번역이다. 

화란. 말 나온김에 네덜란드의 한자 표기인 화란도 언급하자. 화란은 알다시피 홀란드의 음차다. 중요한 점은 홀란드가 네덜란드의 영어식 명칭이지만, 실제 홀란드는 네덜란드의 중심 주일 뿐이다. 누가 한국을 경기라고 부르면 황당하겠다.

그 외에도 자잘한 재미가 많다. 네덜란드의 식민지 수리남이 지금의 뉴욕과 바꾼 결과의 땅이랄지, 신이 세상을 만들었으면 네덜란드인은 네덜란드를 만들었다는 자부심, 여자친구 만나기 전에 일(work) 부터 하라든가 아낀 1센트가 번 1길더보다 낫다는 경제관념, 무엇보다 오랜 지방연합의 특성상 끝없는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국민성 같은 부분은 알아둘만 하다.

최고의 미덕은, 책 전반에 배여있는 시선이다. 자본주의의 요람인 네덜란드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지나치게 숭상하지도 않고 폄하하지도 않는 시선이 참 따습다. 시대 상황은 이해를 하고, 공은 공대로 인정하면서, 자본주의의 성립에 피흘리며 고생한 네덜란드와 식민지의 기층민에 대한 꼼꼼한 배려는 책을 덮고도 한참 생각나는 그윽한 향기다.

Inuit Points 
2003년작이라 근 10년의 공백이 아쉽다. 최근 판이었다면 주저않고 별 다섯을 주었을게다. 실상, 나라 전체가 변할만한 시간이 아니라 책의 대부분은 그대로 유효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21세기 초입의 정서들이 읽는 동안 자꾸 눈에 밟히는건 어쩌기 어렵더라. 전에 "교수님 책"에 당한적이 있는지라, 깔끔하고 경쾌하게 잘 써주신점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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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여행은 지리인가? 

필요조건은 맞다. 당장 어느 방면으로 가야할지, 어딜 찾아가야할지도 모르니 지리를 알 필요는 있다. 하지만, 뜻깊은 여행에는 지리에 더해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난 비행기 탈 계획이 잡히면 그 도시를 읽는다. 이스탄불이 그랬고,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상파울루 등등 그랬다.


그나마 유명도시는 낫다. 역사에 대한 책은 뒤지면 좀 나온다. 하지만 문화에 대한 책은 찾기 어렵다. 그런면에서 파묵의 이스탄불은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현지인의 정서를 느끼기에 좋은 책이었다. 런던에 관해서라면 이 책이 문화에 대해 맛을 보기 좋은 길잡이다. 찬란하다.

A la carte
기자 출신으로 경영학 공부를 런던에서 한 저자의 포지셔닝은 깔끔하다. 비즈니스란 안경으로 본 런던이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주제를 구석구석 쉽게 접근해 간다.

필립 그린, 리차드 브랜슨, 제임스 다이슨, 데미언 허스트 같이 영국 출신의 성공한 기업가를 통해 장사에 밝은 런더너의 일면을 보게 된다. 또한 시티 (City of London)와 랜드마크 건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며 겉보기 이면의 차원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도 있다. 그외 런던의 튜브, 박물관을 통해 종횡무진 런던의 문화를 짚어본다.

책은 뒤로 갈수록 더 소소한 부분으로 접어들며 흥미가 더하다. 골목시장의 중고 가게, 히트친 TV 프로그램, 직장인의 반복적인 삶과 그 속의 재미, 부동산과 먹거리까지. 특히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쁘레따 망제(Pret A Manger)는 우리 가족 여행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더했다. 살인적인 물가의 런던에서 적당한 가격에 품질있고 맛난 음식 찾는건 꽤 큰 요소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고로 쁘레따 망제 말고도 EAT. 이란 체인도 신선한 샌드위치가 일품이다.

오직 하나 아쉽다면, 런던, 아니 영국의 상징인 펍과 축구문화에 관한 챕터가 약하다는 점이다. 저자가 인정하듯 축구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니 피상적 관찰과 감상에 머무르는 점은 옥의 티다. 하지만 제일 출장가기 싫은 런던과 친해진게 펍과 축구고, 그에 대해선 잘 아니 오케이. 그냥 완성도 차원에서 아쉬운 점이라 적어둔다.

Inuit Points 
런던 많이 가본 사람도 이 책 읽으면 다음 가볼 때 더 많은 부분이 보일게다. 처음 가보는 사람은 일반 관광객과 색다른 코스를 구성해서 런던의 진미를 만끽할지도 모른다. 책은 글쟁이 저자답게 깔끔하게 적었고, 사진도 풍부해서 직접 날아가지 않더라도 피상적 낭만으로 생각하는 런던을 좀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별점 넷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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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ant Deutsch

(Title) Metronome illustre

 
보는 순간 환호했다
멋진 컨셉이다. 1세기부터 21세기까지, 각 세기마다 중요한 파리의 건물이나 지역을 정하고 그 곳에 닿는 메트로(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구조다. 공간에 흩어져 있는 파리를 시간축과 공간축에 따른 변화로 이해할 수 있기에 대단히 흥미로운 내용이기도 하다.


막연히 알던 부분이 명확해졌다
처음 로마인이 왔을 때 갈리아 사람들이 살던 곳은 시테 섬이 아니라 지금 파리로는 외곽 쪽이다. 하지만, 파리의 기원과 시발점은 시테섬이 맞다. 이후 도시로 성장하면서 시테 북쪽, 또는 센느 우안으로 공적 건물이 커 나가고, 센느 좌안은 학교나 수도원, 시장 등이 발달하게 된다. 


파리의 골격
부르주와란 말이 나오게 된 파리의 성 역시, 시테섬을 중심으로 조금 더 큰 동심원이었고, 그 외곽이 성밖이었다. 지금의 에펠탑은 예전 강남처럼 빈땅이었고. 이렇게 파리가 진화한 경로를 알면, 꽤 큰 파리도 그 뼈대가 보인다. 이 하나만으로도 큰 수확이 있었던 독서다. 


숨겨진 이야기들
부가적으로는 파리의 다른 이름인 뤼테스(Lutès)가 고대 파리지역의 늪에서 나온 이야기랄지, 루브르가 독일어 Loewer에서 나왔다는 등, 우리나라 여행서에서 잘 다루지 않는 소소한 이야기도 눈여겨볼 부분이 많다.


Inuit Points 
전체적으로, 파리 살지 않는 이방인에게라면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소상하다. 뒷골목과, 역사적 배경을 물고 이야기를 풀어가므로 시원시원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여행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파리지앵을 위한 교양서니까. 하지만, 매우 클리어한 컨셉과, 많은 고대자료와 실물 사진이 뒷받침 되어 꽤 인상깊은 파리 소개서다. 별점 넷을 줬다. 그리고, 우리 서울에 대해서도 이렇게 세기마다 중요한 의미를 정리해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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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숙

발랄한 책이다

쨍하는 감동은 없지만, 목적에 충실하다.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 소개 책이라면 갖춰야할 미덕을 다 갖고 있다. 간결하고 적절한 설명, 다시 찾기 쉬운 편제, 장소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지도, 이해를 돕는 생생한 사진까지. 


풍성한 깔끔함
이 책의 장점은 깔끔히 분류한 다양한 테마다. 널리 알려진 장소는 짧게 넘어가고, 문화, 대중예술, 음식, 쇼핑 등 주제로 분류해 각 분류 별로 알뜰히 내용을 담았다. 흔히 가는 명소 이외의 덜 알려진 장소를 통해 런던을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음에 맞는 주제를 좇아서.


숨은 명소
특히 내가 좋아했던 부분은 런더너의 숨은 명소와 시장에 대한 분류였다. 여행중 짧은 기간에 이 많은 곳을 다 방문하긴 어렵겠지만, 미리 알고 있으면 길가다 들러볼 수 있고, 오히려 출장 때처럼 아예 어디 갈 짬이 없을 때라면, 근처에 있는 곳만이라도 간단히 구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으면서 몇군데는 디지털 지도에 표시를 해 놓았다.


살짝 아쉽다
칭찬 일색 같지만, 처음 말했듯 묵직한 감동이나 쨍한 느낌은 없다. 정보 중심의 안내서에서 정서적 느낌까지 바라는게 무리이긴 하지만, 잘 된 책은 그런 부분도 있긴 하더라.


런더너
그나마 이런 부분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건 마지막 두 카테고리다. 영국다움에 대한 저자의 단상과 런던 사람에 대한 입체적 조명. 사실 이 부분에서 글 다루는 역량이 힘에 부쳐 정서적 울림이 적은 탓도 있지만, 그래도 시도는 박수칠만 하다.


Inuit Points 
판에 박은 듯한 안내서를 탈피해서, 좀 더 다양하고 생생한 내용을 전달하는게 목적이었다면 이 책은 충분히 목적을 달성한 책이다. 넉넉히 별점 넷을 줬다. 여행 가기 전에 휘리릭 읽어도 좋고, 그냥 런던이 궁금해도 읽어 두면 즐거울 것이다. 발랄하고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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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제국

Culture/Review 2015.06.27 09:30

Evan Fraser

꽤 방대한 책

그냥 음식의 역사를 다룬 정도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 보다 내공이 깊다. 인류 역사에서 음식의 의미를 짚어낸다. 음식이 동기가 되어 나라를 이루고 확장하고 멸망하는, 음식 스스로가 제국이란 관점에서 인류사를 재정리했다.
 
(Title) Empires of Food: Feast, famine, and rise and fall of civilizations

Food for survival
좀 사는 나라라면 음식 비용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다. 음식값이 두배가 된다해도 불편하고 짜증나지만, 큰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는 다르다. 음식값이 50%만 올라도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고, 시간 지나면 폭동이 생긴다. 이게 바로 음식이 갖는 의미이자 정치학적 포인트이다.


Food for growth
인류가 수렵을 통해 생존하다 정주하여 농경하며 잉여 생산물이 나오게 된다. 이는 인류학적인 터닝 포인트다. 덕분에 문화, 제도, 국가가 생겼다. 그리고 탐욕도 생긴다. 더 많은 음식, 더 많은 자원을 향해 서로 침범하고 다투게 된다.


Food empire
최초의 음식 제국은 로마에서 찾을 수 있다. 수도 로마에서 스스로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못하고 식민지에서 가져와야 제국이 돌아가는 시스템. 태평성대에는 효율적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제국자체가 붕괴되는 취약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이는 '강대국의 경제학'에서도 짚고 있는 요소다.


Still the empire
지금 사회도 그렇다. 잘 생산할 수 있는 것을 각자 생산해 열심히 각지로 나른다. 경제적 효익은 생기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분배는 공정보다는 경제성이 결정한다. 여기는 음식으로 호사하는 동안 저기는 굶는 사람이 생긴다.


End of empire?
더 어려운 일은 로마와 마찬가지로 급속한 음식제국이 붕괴되는 취약성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병균에서 올지, 화석연료값에서 올지, 환경과 기후에서 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식품의 이동거리인 푸드마일이 길어지는 상황은 지구화한 음식제국의 단면이다.


내몸에 내음식
이 대목에서 신토불이는 다시 음미할 가치다. 동네에서 자란 음식을 그 동네에서 소비하는 것. 다소 비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음식 공급망의 안정성은 매우 높아지게 된다. 모든 음식을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주된 음식은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한다. 국수적 가치가 아닌, 상생의 이념이다.


질소
음식의 이동을 물질적으로 보면 질소의 이동이기도 하다. 땅의 비옥성은 질소에서 나오고 이 질소는 식물과 동물을 통해 이동한다. 이에 따라 음식, 인구, 국가, 권력의 이동이 항상 따랐다. 맬더스의 비관적 예측대로 인구의 성장은 식량의 성장을 앞섰다. 지구가 먹일 수 있는 인구는 30억이 최대다. 하지만, 화학비료가 나오면서 추가의 30억을 먹여살리게 되었다. 그리 보면 화학비료는 인류의 평화를 유지하게 만든 숨은 공신이다. 같은 제법으로 폭탄을 만들었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하긴 하지만.


Inuit Points 
배불리 읽었다. 별점 넷이다. 음식을 문화로 보는 내겐, 시야를 넓히며 음식의 이면에 대해 새삼 배운 시간이었다. 예컨대, 로마인이 사랑한 올리브오일은, 100ml로 1000칼로리를 공급하고, 필수지방산과 비타민 A, E를 포함한다. 로마 서민은 하루 필요열량의 1/3을 여기서 섭취했고, 나머지는 액젓과 빵이다. 소박한 식사지만 하루 삶에 충분하고 팽창하는 제국을 지탱하는 기초자산이었다.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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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n Hubbard

(Title) Balance: The economics of great powers from ancient Rome to modern America


로마는 왜 망했나?
역사 좀 관심 있는 사람에겐 진부할 테제다. 하지만, 100명의 역사학자가 있으면 100가지 이론이 있다. 실상, 로마가 언제부터 망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다. 왜냐면 쇠락 원인의 진단이 다르면 망조가 드는 시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강대국은 맷집이 세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망한다는 특징도 한 몫한다.


로마가 망하든 말든
그게 지금 우리에게 무슨 영향이 있을까. 사실 많다. 이유는 미국이 언제 망하느냐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지금 미국은 망하고 있는건가? 미국이 망하려면 어떤 조건에 기반하나?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다시 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실천적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


센 놈이 쓰러지려면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쇠락에는 필연적인 전쟁의 패배나 결정적 실수가 연관된다. 하지만 그건 last straw일 뿐이다. 결국은 기초체력이다. 이미 속으로 망한 국가가 잽 맞고 쓰러지는거지, 팔팔한 나라가 카운터펀치로 한방에 떨어지는 일은 없다.


그럼 기초체력이란
이 부분이 이 책의 백미다. 글렌 허버드는 모든 피상적 결과의 심연에는 경제력의 와해가 있음을 논증한다. 그리고 강대국의 지위까지 올랐다가 경제력이 빠지는 이유는 시스템의 균형이 깨지는데서 찾는다. 시스템은 제도, 법률, 운영이다. 이 부분 100퍼센트 공감한다.


강해지는 길
강대국은 세가지 성장의 축을 딛고 일어난다.
  • 스미스 식 성장:   교역과 규모
  • 솔로 식 성장:      투자와 인프라
  • 슘페터 식 성장:   혁신 
앞서 말한 경제력을 뼈만 추리면, GDP, 기술적 진전, 성장률이다. 즉 세가지 성장의 축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나라는 어느 순간 더져지고 멈추다 떨어진다.


부자로 수렴
책의 경제모델 중 하나는 수렴이다. 즉, 어떤 저개발 국가라도 성장을 시작하면 두자리 성장률로 급팽창이 가능하다. 다만 이 시작을 언제 하는가(혹은 시작할수나 있느냐)는 나라마다 내부사정이다. 수렴 모델이 상정하듯, 성장이 지속하면 최대강대국의 상한에 갇힌다. 유럽이 그랬고, 일본이 그랬고, 중국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이 한계를 넘으면 패권이 바뀐다. 이 지점에 미국의 고민과 의심이 있다.


최강국이란 천장
현재 스코어 성장의 한계는 미국의 80%다. 세계 어느 강대국도 100년간 이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지 못했다. 미국은 자기혁신을 통해, 또 견제를 활용해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해왔고, 당분간 대안은 없어 보인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솔로 모델 배울 때, 미국경제 성장률의 의미에 대해 짚어볼 기회가 있었다. 최대 규모의 경제가 아직도 평균적으로 2% 대의 성장을 한다는건 경이다. 끊임없이 혁신이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최근 눈에 보이는 성과중 한 부류가 매일 접하는 구글, 페이스북, 우버다.



한국은 어디에
한국은 유일하게 90년대 말까지 성장을 지속한 나라다. 지금은 성장이 멈췄다. 이유는 제도와 혁신이 우리 규모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최근 두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다른 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누가 정권을 잡든, 이 규모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건 매우 어렵다. 그래서 똑똑하고 비전 있는 리더가 있어야 그나마 확률이 있다. 아니면 좌우를 막론하고 국민은 계속 살기 어렵고, 정치에 보내는 냉소와 희화화만 무한반복할 뿐이다. '2030 대담한 미래'에서 말했듯, 우리나라는 지금 절벽으로 가고 있다.


누가 방울을 달까
지금 우리 상황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같다. 답은 아는데 실행이 어렵다. 큰 규모의 민주체제는 어디나 다 어렵다. 강대국이 망한 이유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로마는 군대의 비위를 맞추려 과다한 복지를 제공하고 통화를 증발하다 망했다. 정화가 대양을 제패하던 중국은 분파적 경쟁으로 교역을 닫고 스스로 쭈그러들었다. 스페인은 신세계의 은이 무한 유입되었지만 투자하지 않고 소비하여 인플레만 유발시키다 변방국이 되었다. 오스만은 예니체리의 대리인(agent) 비용과 지대(rent)추구로 유럽의 병자 신세가 되었다. 일본, 영국, EU 더 말해 무엇하리. 


중 제머리 깎끼
우리나라의 해법을 찾으려면 없으리. 예컨대 단임제 방식으로 장기적 성장을 고민하는 대통령이 뽑히기를 바라는건 로또를 맞기와 유사한 확률이다. 그렇다고 중임제로 간다고 해도, 중국같은 정치 엘리트를 키우는 시스템은 없다. 정치라는 직업은 RoI(투자대비 회수)가 매우 불투명해서 top talent가 고이지 않는다. 어찌어찌 정치 엘리트의 후보군을 확충해도 국민의 의사를 민주적 절차로 표현하여 당장 손에 떨어지는 무언가를 만드는게 어렵다. 


비관적이다
무작정 정치탓을 하는게 아니라, 경제력과 혁신은 제도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의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누가 이 문제를 풀까. 정치인이 스스로를 혁신하는건 역사적으로 사례가 드물다. 그렇다고 영국 권리장전 때처럼 납세거부라도 할 수 있나. 뻔히 보이는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에 탄 마음이다.


Inuit Point ★
글 끝에 우리나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책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미나게도 이 책 역시 오로지 관심은 저자의 모국 미국이다. 미국이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채찍이다. 전교1등이 밤까지 새겠단다.
난 이 책에 별 다섯을 줬다. 책이 소개한 역사적 사례들은 분량관계로 짧게 넘어갔지만 분량의 대부분이며 매우 재미나다. 경제학자답게 문체는 담백하지만, 매우 지적이다. 유일한 흠이 있다면 쳐다보고 싶지도 않은 건조한 제목 정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읽어라. 세계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 이번 기회에 배워라. 읽다보면 조선 말기 같은 우리나라 현실도 덤으로 느껴질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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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인적으로는 한 명의 잘난 정치인보다는 전체적인 경제시스템의 구조가 어떠하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시스템은 사람을 만들기도 하죠. 빈곤국가들 보면 왜 빈곤국가인지 답 나오지 않습니까...
    • 네. 책과 제 글의 핵심도 그겁니다. 체제를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제대로된 리더십을 갖추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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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복

저자 정수복

사회학자이자 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책은 파리에 관한 가장 풍성한 내용을 적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읽기 시작하자 장소(lieu)와 비장소(non-lieu)를 이야기하고, 니코틴 처럼 파리에 중독되게하는 요소를 "parisine"으로 이야기할 때만해도 잘 골랐다고 환호했다.


그냥 그렇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는게 뻑뻑했다. 지나치게 사변적이다. 어떤 개념을 여러 방면으로 곱씹어 다양한 의미 부여를 하는 부분은 좋다. 아니 난 환영한다. 그러나 책은 그냥 중년의 넋두리 같다. 감정과잉에 내부침잠으로 점철되어 있다.


Lieu의 함정
장소(lieu)는 정체성과 정서가 있는 곳이고, 비장소(non-lieu)는 단지 기능만 있는 곳이다. 이 책은 장소를 뼈대로 삼는다. 그래서 정서적 몰입은 필수 요소다. 그러나 개인의 사변 및 인상을 곁들이면서도 경쾌하고 또한 묵직한 글쓰기는 얼마든 가능하다. 잘 적힌 여행기들은 다 그렇지 않은가. 


출신탓일게다
사회학자로서 익숙함을 벗어나, 인문학적 글쓰기를 시도하는 자세는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그러면, 아예 먹물과 힘을 빼고 가든지, 아예 서현처럼 전공자의 치밀함을 견지하면서 인문적 터치를 하든지 선택을 했어야 하는데 엉거주춤하다. 그나마 김석철의 소년감성 충만한 칭얼거림을 면한 게 다행이랄까.


크게 네부분
글의 첫 뭉치는 파리하면 흔히 방문하는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몽마르트 등을 이야기한다.
둘째 뭉치는 여행자들이 기피하는 장소다. 슬럼, 묘지, 감옥 등이다. 그 이후는 임팩트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저자가 좋아하는 파리의 뒤안길과 산책 코스 등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흔히 알려진 장소보다 현지에 솥뚜껑 걸고 살며 좋았던 장소에 대한 글을 높이 평가한다.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서와 정보가 빼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와의 공감을 포기하고 저멀리 혼자 달아나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글 끈 따라 저자 쫓아가기가 버겁다.


지도 펴고 읽은 책
쉴새없이 늘어 놓는 파리 골목 이름이 어지러워, 아예 지도에 표시해가며 저자의 마음을 느끼려 애썼다. 그러다보니, 재미난 경험을 하긴 했다. 대개 해외 도시에 대한 글을 보다보면 환상이 모락모락 자란다. 막상 가보면 여행이 아닌 '짧은 생활'이 되면서 환상과 실제간의 괴리를 느끼게 마련이고. 하지만, 이 책의 설명을 추상하며 골목골목을 돌다 보니 파리 여행이 아닌 파리 산책을 한 듯 현지 사람의 정서를 경험했다. Lieu의 위력이랄까.


수고는 인정
다소 냉소적 평을 했지만, 저자가 발품 팔고, 공들여 쓴 책이라 배운 점도 많다.
에펠탑의 위대함을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으로 파악하는 통찰이랄지, 몽파르나스 묘지에서 느꼈던 '슬픈 화사함'의 공감, 그리고, 일반 여행 책이라면 여간해서 듣기 힘든 파리 코뮌의 흔적을 찾아 다니는 이야기는 매우 인상 깊고, 읽는 동안 신났다. 바라건대 다음 책에서는 'compact'함의 미덕을 갖추면 좋을 듯 하다.


파리에 몇번 가봤는지 모르겠다
주로 출장 길에 잠시 둘러 봐서, 내겐 점처럼 흩어져 있는 파리 지리다. 정수복 저자를 따라 파리를, 관광객이 없는 일상의 길 따라 걸어다닌 느낌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하다. 책 읽는 시간은 좀 아깝되, 책 값은 아깝지 않았다. 가족 여행때 파리 꼬뮌의 골목을 걷는게 목표였는데 시간이 없어 못간게 아쉽다.


마지막 단상 하나
시간 날 때마다 곳곳을 다녀도 또 다닐 데가 많은 파리다. 그 사실 자체로 매력이다. 그렇다면, 서울은 어떨까?
곳곳에 장소(lieu)가 있고, 스토리가 있고, 역사와 그 흔적이 있는가? 혹시 관광객이 돈 쓰도록 기능만 작동하는 비장소로 빼곡한건 아닐까?


Inuit Points 
별 셋을 주었다. 읽기가 즐겁지 않고 수십페이지 읽어 몇 줄 건지는 수율이 섭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책은 저자의 감상을 과감히 덜고 반짝이는 독특함만 추려내면 꽤 수작이다. 처음 파리 여행 가는 사람은 이 책 읽지 마라. 파리한번 다녀온 사람은 읽어라. 아련한 정서가 쓸만할 것이다. 어쩌면 다시 또 파리행 비행기를 뒤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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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는 있는가?
너무 당연한 질문이다. 산타라는 개념은 있지만, 실체는 없다. 하지만, 5세 집단에 묻는다면? 4세는? 아마 실체적 존재에도 많은 확신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럼 언제 인식의 전환이 생기는가? '알게 되는' 그 시점이겠다. 산타가 누구란걸 알았다고 존재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팩트는 아는 상태에서 그 약속체계를 즐기면 되는 일이다.

Pascal Boniface

(Title) 50 idées reçues sur l'état du monde


우리 마음속 산타는 없는가?
산타는 쉽다고? 21세기 교양인으로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혹시 미디어의 선전과 주변 어른의 맞장구로 아직도 모종의 산타를 믿는 성인은 아닐까. 


테스트
매번 테러를 저지르는 무슬림은 악인가? 테러리스트는 일종의 레지스탕스로 볼 일은 아닌가? 911 테러는 미국의 자작극이지 않을까? 불량국가는 악의 축인가? 테러를 잡기 위해서는 선의의 폭력은 사용해도 괜찮지 않은가? 민중을 괴롭히는 국가가 있다면 내정간섭을 하는게 진보적인가 냅두는게 진보적인가?
이 모든 질문에 쉽게, 합리적 답변을 할 수 없다면 우리 마음에 모종의 산타를 믿고 있다는 뜻이다.


재미없는 국제 뉴스
어디 화산터지고 지진나고 총기 사건 나는 일 이외에, 우리는 국제 정세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첫째는 냉정히 따져 남의 일이다. 인명에 관한 이야기나 여행 이야기가 아니면 당장 내눈앞, 우리 주위 일이 아니라 관심 갖기 어렵다. 둘째 어렵다. 이게 크다. 바다 건너 시차 지나 전달되는 뉴스란건, 맥락(context)하에 의미가 살아나는 사건들이다. 단편 기사 읽어 단박에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다보니 국제 뉴스는 재미없다. 재미가 없으니 국제 정세는 어둡게 마련이다.


미망, the illusion
그렇다고 국제 정세를 아예 외면하고 살긴 어렵다. 바다건너 날갯짓이 진짜로 폭풍이 되니말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두가지 함정에 빠진다. 첫째, 전문가의 말을 그냥 믿는다. 둘째, 세상을 단순화한다. 특히 전문가는 이런 단순한 모형을 '자기 구미에 맞게' 그럴듯 단순화하는데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일반적 교양인도 세상을 수정구슬처럼 투명히 보는 눈을 갖기 매우 어렵다. 연예 뉴스보고 스포츠기사 보고 국내 소식 조금 훑다 남겨낸 시간에 파편같은 정보로 세상을 구성하게 마련이다. 그 왜곡된 세상은 미망이고 동굴의 우상일 확률이 높다.


작은 미국, 대한민국
우리나라만 그럴까. 세상 구석구석 다녀본 사견으로는 여러나라가 다 그렇다. 미국은 알다시피 세상이 두개다. 미국과 비미국. 또는 우리편과 나머지. 남미는 스페인어권 소식에는 민감하되, 영어권이나 아시아는 무지하다. 아시아도 마찬가지. 미국 소식만 훤하다. 유럽은 그나마 좀 낫지만, 프랑스, 독일, 영국 정도가 세계 소식에 관심이 많고 다른 EU는 유럽내로 관심이 좁혀 든다. 우리 교역규모가 10위권이다. 미국과만 교통하는게 아닌데, 미국 소식에만 민감하고 세상을 보는 렌즈도 미국산이다.


프랑스산 렌즈
이 책은, 불란서산이라 믿고 택했다. 아다시피 프랑스는 미소 냉전시절부터 독립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려 애를 많이 쓴 나라다. 중립이 아닌 독립이다. 이유야, 패권 다툼에서 멀어지니 미국편 소련편을 제외한 나머지 제3세계의 맹주로 포지션을 가져가려는 의도와 결과였다. 특히 최근 몇십년은 중동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물론 최근 미편향이 심해지면서 Charlie Hebdo와 같은 테러의 핵심표적으로 전락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름 유용하다. 소련과 미국에 편향되지 않은 시각은 세상보는 관점을 풍부하게 해 준다. 

Inuit Points ★
별점을 세개 준다. 기대가 컸던 탓이다. 새로운 각도를 배우고자 했는데, 대개 아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심드렁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국제 정세를 보는 힘의 구도를 알고 싶다면 쓸만한 입문서다. 확실한건 미국의 시각을 벗어나 세상보는 방법만 익혀도 외국 뉴스 읽을 때 지루하진 않다는 점이다. 
주의사항 하나. 반미적 시각을 고취하고자 읽는다면 실망이다. 미국에 대한 시각은 철저히 중립적이다. 반미도 친미도 아닌 직미다. 앞으로도 중국에 밀리지 않는 절대파워 미국을 인정하면서, 미국이란 대국의 욕망을 조목조목 정리하는 톤이다. 책이 가볍다. 여행갈 때나 출장갈 때 읽으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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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SS를 통한 오랜 독자입니다. ^^;
    오래만에 글 무척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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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지인은 아는 이야기지만, 난 TV를 안 본다.
집에는 통상적 개념의 TV조차 없다.
다만, PC나, 태블릿을 통해 스마트TV로 TV 컨텐츠를 소비한다.
TV의 개념이 모호한 시대 맞다.

그리고 주로 보는 컨텐츠는 거의 100% 스포츠다.
축구가 그렇고, 주요 야구나 세계대회 이벤트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EPL을 보다 잠시 다른 채널을 검색했는데 우연히 더지니어스를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재미나서 끝까지 다 봤다.

1회 방송분인 '먹이사슬' 게임의 룰은 일반 시청자 대상이라 할 수 없을만큼 복잡하다.
게임 전개를 상세히 적는건 이 포스트의 목적과 맞지 않으니 아래에 접어 놓고.

내용 소개


우승이 눈에 보일만큼 강한 캐릭터였던 사자의 전략적 실수를 굳이 짚어 보자면, 먹이를 놓고 경쟁하는 상위 포식자와 동맹을 맺어 자신의 입지를 좁힌점이다.
이는 순수하게 수학적 논리인데 급박히 전개되는 상황 상 간과하기 쉬웠다. 
게다가 사자는 승리를 지나치게 확신했다.

이 간단한 모형의 먹이사슬 모형은 인간의 게임을 몹시 닮았다는 점에서 인상 깊더라.
즉, 게임의 목적과 미션 이외에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변수가 인생게임에는 큰 요소라는 점.
'최후통첩게임'에서 이론적으로 방증했듯, 인간은 항상 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는다.
감정이 개입되고, 정의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다는 점을 간과하면 게임은 돌발상황으로 치닫는다.

둘째, 큰 게임의 목적을 잊으면 안 된다.
자신의 합리적 선택을 버리고, 동맹의 의리를 택한 쥐는 큰 게임에 충실했다.
즉, 이 게임의 진짜 목적은 특정게임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매 회 살아남는 것이다.
따라서, 탈락자의 선정과 데스매치에서의 승기를 잡는데는 동맹의 조력이 절실하다.
배신하지 않는 모습, 겸손한 모습,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핵심이다.
쥐 캐릭터인 임윤선 변호사는 그 점에서 노회하고 영리했다.

이렇게 보면 이 게임은 인생의 정수를 몇십분으로 잘 압축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 목적에 따라 주어진 구조를 배신하고, 어떤 이는 주어진 구조를 고수하는 인간의 예측불가성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리고 일회성 승부와 장기성 관계의 함수 관계, 동양적 겸손과 사회적 관계의 축적이 주는 무형의 강력한 이득이 모두 드러났다.

그런면에서 첫회는 제작진의 입이 벌어질만했다.
풍성한 스토리가 복잡한 진행방식의 부담감을 장점으로 바꿨다.
현재까지는, 내게 EPL 축구보다 더지니어스가 더 재미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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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비밀댓글입니다
    • 이런.. 그랬군요.
      반갑습니다.
      TV는 안 보기에 리뷰도 거의 처음인듯 싶은데, 그만큼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흥미진진한 다음 스토리를 기대하겠습니다. ^^
  3. 저도 텔레비전을 잘 안보는 터라 이누이트님께서 재미있다 하시니 호기심이 생깁니다. ^^
  4. 시즌 1도 추천드립니다.
    하루만에 4개 에피소드를 보게 만드는 중독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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